나니가 최근 다녀온 타이의 사판부리 사남슛 시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대만 회사의 타이지사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나니 린(28). 약 2만1천밧(약 75만원)을 월급으로 받고 틈틈히 타이-중국어 번역을 해 부수입도 짭짤한 나니는 타이 ‘중상층’이다. 1년에 3~7번은 당일치기든 2~3일간의 단기든 여행을 다녀와야 직성이 풀리는 휴가족이다.
타이는 우기·건기 외에는 계절 변화가 적어 한국처럼 딱히 여름휴가철이랄 게 없다. 남부 해변가나 북부 산악지대 등 갈 곳이 많아 국내 여행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이나 중산층 싱글 중심으로 중국·한국·일본 등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물가가 비싼 유럽 여행은 그리 흔치 않다.
연말, 송끄란 연휴는 7~10일
여름휴가 시즌은 없지만 쉴 수 있는 날은 많다. 따져보자. 어머니날(왕비 생일), 아버지날(국왕 생일) 등 타이에선 각종 왕실과 불교와 관련한 1일 공휴일만 1년에 20일이 넘는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되려 좋다. 금요일이나 월요일로 대체해 휴일을 잃기는커녕 연휴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 연휴 3일, 타이 최대의 전통 행사인 타이력 정월 초하루(4월13일) 송끄란 연휴도 3일이다. 두 연휴 모두 직장별로 차이는 있으나 사실상 7~10일 쉬는 경우가 많다.
나니는 공휴일 외에 8일간의 정기 휴가가 있고, 병가와 각종 개인 잡무를 위해 쓸 수 있는 비번 휴가가 1년에 30일 이내에서 가능하다. 이렇게 휴일은 많은데, 현 휴가 기간이 만족스럽진 않단다. “3일 이상 회사를 비우면 업무에 지장이 커요. 제 빈자리는 부서 매니저가 대신 채워주는데 3일 이상은 어렵거든요. 누구도 정기 휴가 8일을 한꺼번에 쓸 엄두를 못 내죠.”
길게 쓰지 못하는 정기 휴가는 송끄란과 연말 연휴에 붙여 7일로 만들어 쓰는 게 흔하다. 연말과 송끄란 연휴 두 기간에 타이 전역이 쉬기에 회사 일에 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나 2~3일간의 단기 여행으로 휴가를 대신하는 건 흔한 일이다. 나니도 지난 7월9일, 친구네 가족 등 12명과 함께 방콕에서 멀지 않은 사판부리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봉고 한 대를 빌렸고, 친구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해오셨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남슛 시장과 사원, 공원 등을 둘러본 그 여행에서 나니는 1천밧(약 3만5천원) 조금 넘게 썼다. 지난 1월에는 세라믹으로 유명한 콕퀘 섬도 다녀왔다. 연말에는 4일간의 연휴를 만들어 말레이시아를 다녀올 계획에 무척 설렌다. 나니에게도 달콤한 장기 휴가의 기억이 있긴 하다. 2008년 말 ‘달력 운’이 좋아 9일간 연휴가 가능했기에 타이 동부에 있는 섬 꼬창에서 7일 휴가를 보냈다. “마침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아 주문도 안 들어오던 때라 가능했다”며 웃는다.
너는 앞에, 나는 뒤에 붙이고모두들 장기 휴가로 쓰고 싶어하는 송끄란, 혹은 연말 연휴 때 휴가 일정을 정하느라 갈등은 없느냐고 물었다. “내가 송끄란 연휴 앞에 며칠 더 붙여 쓰면, 다른 사람은 뒤에 붙이면 되는 거고. 전혀 문제된 적도 될 것도 없어요.” 나니도 정기 휴가 일부를 송끄란 연휴에 붙여 엄마와 남동생이 사는 대만에 다녀오는 데 활용하고 있다. “휴가비요? 세상에나, 그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나니는 휴가비보다는 휴가 기간이 늘어나길 더 원한다. 연휴가 길지만 엄마를 만나러 대만으로 가는 송끄란 연휴를 빼고 7일 이상의 장기 휴가가 가능하면 여유 있는 해외여행을 꼭 해보고 싶단다.
방콕(타이)=이유경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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