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는 지방 곳곳에서 재개발이 한창이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외국 기업들에 농지사용권을 내주고 이곳을 농장이나 공장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수천ha의 땅을 농장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 사는 농민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도시로 내몰리고 있다.
법적 소유권 주장할 수 없는 처지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 등을 납품하는 덕산하이메탈의 계열사인 BNA는 2009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캄퐁톰주 땅 7500ha의 70년 사용권을 받았다. BNA는 이 땅을 개간해 고무와 캐사바(감자류) 농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개간을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현지 언론 는 지난 1월7일 이곳 농민 800명이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시위대 대표인 펜친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1984년부터 여기 땅에 기대어 살아왔다”며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은 채 땅에서 떠나라고 하면 굶어죽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우리는 농민이다”라며 “땅에 빌붙어 살 수 있게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곳에서 3~5ha의 땅을 일구며 살아온 300여 세대는 쫓겨날 위기에 처해 세 차례 시위를 벌였다. 현재 주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농민에게 마땅한 보상이 돌아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캄보디아에 2001년부터 7천만달러를 투자한 MH에탄올(옛 무학주정)을 보면 그렇다. MH에탄올의 자회사 MH에그로시스템은 2001년 CJ캄보디아와 함께 캄보디아의 캄퐁스페우주 땅 8천ha의 사용권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이후 토지를 개간하면서 소유한 토지에 벽을 세웠다. 그리고 2008년에는 MH에그로시스템이 CJ캄보디아로부터 합작한 지분(50%)을 인수해 현재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이 지역의 한 농민은 “2000년부터 한국 기업들이 땅을 개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살던 100여 세대가 뿔뿔이 흩어졌다”며 “현재도 MH에그로시스템이 오염을 배출해 소를 키우거나 물고기를 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MH에그로시스템은 현재 4천ha의 개간을 마친 뒤 나머지 땅을 개간하고 있다. 이에 대해 MH에탄올 쪽은 “정부로부터 정당하게 땅을 받은 것이어서 주민에게 보상할 의무가 없다”며 “오염 역시 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기물이어서 농민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토지 소유권은 1954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와 개인 소유가 번갈아 시행됐다. 현재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대신 임시 소유권과 권리 소유권이라는 두가지 형태를 구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땅을 점유하고 있으면 임시 소유권이 인정되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은 없다. 법적으로 소유권을 보장받는 권리 소유권은 등기를 해야만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등기를 하려면 마을에서 중앙정부까지 7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도 1건에 300~400달러에 달해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법적인 절차를 마치면 해마다 세금까지 내야 하는 점도 농민들이 등기를 하지 않는 한 이유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정부가 해외 기업에 농지사용권을 주면 그 땅에서 농사짓던 농민들은 별도의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는 것이다.
“투자 때 이주대책 등 따져달라”
마이 티타라 기자는 “정부가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농민에 대한 대책도 없이 땅을 내주는 것이 문제”라면서 “기업들이 투자할 때 정부가 현지 주민에 대한 이주대책 등을 마련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재개발로 해마다 수만 명의 농민들이 제대로 보상도 못 받고 도시로 쫓겨나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 해결책을 찾으면 너무 늦다”고 덧붙였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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