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20대 대학생은 계도되고 관리되어야 할 존재로 완벽하게 전락했다.
지난 1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안산)는 학내 시설노조 어머니들의 해고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 학생 쪽 중앙운영위원회는 반대 집회를 하고 현수막을 걸었다. 그러자 학교 본부는 확대간부수련회 예산을 지원해줄 수 없다고 압박했다. 일종의 ‘경제적 협박’이었다. 시설노조를 지지하는 현수막도 학교 본부가 모두 제거했다.
공개질의서에 명예훼손 고소 협박중앙대 학생들은 학내에 플래카드나 대자보를 자유로이 붙일 수 없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9월부터 강화된 기준 탓이다. 학생지원처 쪽이 지난해 “특정 정당과 관련된 게시물은 허가해줄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학칙은 “허가받지 않고 무단으로 홍보물을 게시한 학생은 징계한다”고 담고 있다. 중앙대만의 일은 아니다.
2009년 9월28일 서울 소재 20여 개 대학에서는 ‘MB 불신임’ 연대 집회가 예정돼 있었다. 서울여대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진보여대생포럼 쪽은 집회 하루 전날 노원경찰서 형사와 교직원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학교 밖에서 피켓을 사용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사복형사·전경 배치 계획을 전했다. 어디서 많이 본 것이다. 이른바 ‘겁주기 전략’이다.
서울여대 진보여대생포럼 대표 박미리내(23·3년)씨는 “집회 이후 적립금 투자와 관련해서 학교 측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을 때는 학교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명예훼손? 이것도 눈에 익다.
지난해 11월 중앙대 교지 58호에 총장을 비판하는 만평이 실렸다. 사전 검열을 받지 않은 청탁 원고가 실렸다. 배포 3시간 만에 학교 본부가 강제로 수거했다. 학교는 올 1월부터 에 지원하던 예산 전액과 교비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돈이다.
조직도 색깔도 없는 대학의 ‘미네르바’들 역시 목 조이긴 마찬가지다. 중앙대 온라인 ‘중앙人커뮤니티’에 오른 한 학생의 ‘중앙대를 다니는 걸 부끄럽게 한 우리 총장님’이란 글 제목이 얼마 뒤엔 ‘중앙인을 기쁘게 하는 우리 총장님’으로 바뀌기도 했다. 온라인을 관리하는 학교 홍보실이 조치한 덕분이다. 지난해 2월이다. 다음달엔 두산그룹의 재단 인수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한 글을 복사해온 사람이 업로드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숙명여대에선 학교에 비판적인 글 등을 올린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10년 동안 수집한 책자가 들통나기도 했다. 이 학교 생명과학과에 재학 중인 안지예(22·2년)씨는 “혹시나 수집된 정보가 교직원 사이에서 공유됐을까봐 불안하다. 나도 익명 커뮤니티에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 정보도 수집됐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감시당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전했다.
이번 10개 대학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내 언론의 자유 정도(10점 만점)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중앙대는 평균 3.85점을 기록했다. 설문에 참여한 10개 대학 가운데 최하위다. 물론 전체적으로 낮다. 6점을 넘는 대학은 조선대·서울대·성공회대 3곳뿐이다. 서울여대는 4.6점, 숙명여대는 5.3점을 기록했다.
“등록금으로 학내 언론기관 지원 안 돼” 16.8%이런데도 우리의 저항은 강하지 않다. 입을 틀어막힌 이의 문제일 뿐이다. 괜스레 피해가 내게 올까 두렵다. ‘본교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학내 언론기관의 기사를 통제해야 하는가’란 질문에 “안 돼”(매우 반대 또는 반대하는 편)를 외친 이들은 절반(49%)도 되지 않는다. “매우 찬성 또는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도 17.7%(176명)를 기록했다. 등록금 일부가 학내 언론기관에 지원되는 것에 16.8%가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민지 편집국장·구예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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