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독특한 역사와 지분구조… 재단개혁 문제는 이사들의 기득권과 직결
CBS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재단이사회이다. 현재 11개 교단에서 파송된 20명의 이사 가운데 12명은 기장, 감리교, 예장통합 소속 목사들이다. 이들 3대 교단이 장악한 이사회에서 나머지 이사들은 사실상 발언권이 없다. 그런 까닭에 파업 이전 노사관계가 악화될 때도, 파업에 돌입한 뒤 방송업무가 마비될 때도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거나 중재에 나선 이사는 한명도 없었다.
CBS 사태의 해법을 알아보기 위해 6월7,8일 이틀 동안 재단이사들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표용은 이사장은 “사장과 전무가 알아서 할 문제이므로 난 할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고, 기장과 감리교 파송이사 몇몇은 “바쁘다”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이유로 통화를 거절했다. 나머지 이사들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양쪽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좋겠다”고 대답한 쪽과 “권 사장이 공금을 횡령한 것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노조가 심하긴 했다”며 노조에 책임을 무는 쪽으로 나뉘었다.
그러나 CBS의 독특한 역사와 지분구조를 볼 때, 겉으론 남의 일처럼 말하는 재단이사 어느 누구도 CBS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분명하다. CBS 재단개혁문제는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CBS는 KNCC의 음영위원회에 소속돼 1954년 최초의 민간방송으로 첫 전파를 내보냈다. KNCC는 일제시대에 장로교, 감리교 두개 교단으로 출발했다가, 70년대 들어 체제를 개편하면서 참여교단이 6개로 늘어났다. 일찍이 사회운동에 눈을 뜬 이들 교단은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며, 한국교회 전체세력의 5분의 2쯤을 차지한다. 이때까지 CBS는 공공적인 사회선교방송으로 활동할 것이냐 아니면 교회선교의 파트너로서 복음전파에 봉사할 것이냐를 두고 정체성의 갈등을 빚어왔다.
문공부 장관을 지낸 뒤 70년 CBS 사장으로 취임한 오재경씨는 당시 CBS를 기독교재단이 소유한 공익적인 민영방송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오씨는 사장 월급을 안 받겠다고 선언한 대신 경영에 관한 전권을 요구했다. 그때에도 CBS는 교회연합기관에서 파송된 이사들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에 시달리곤 했다. 오 사장의 재임기간 동안 CBS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직원들은 그런 오 사장에게 “책임없고 능력없는 목사들의 간섭으로부터 CBS를 독립시키려고 시도했다”며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75년 오 사장은 목사들과의 힘대결에서 밀려 CBS를 떠났다. CBS 운영의 전권은 다시 재단이사회로 넘어갔다.
그뒤 80년대 언론통폐합조처를 당하며 광고기능과 보도기능을 잃게 되자 재단이사회에서는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모든 교단에 재정적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보수교단들은 가요, 시사프로그램 없이 찬송가, 설교프로그램만 남은 CBS를 군말없이 도와줬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진보성향의 6개 교단은 이들 보수교단에 지분을 넘겨주지 않았다.
87년 민주화와 함께 뉴스와 광고기능이 회복되자 그동안 도와줬던 보수교단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CBS는 일부 보수교단에도 재단이사 자리를 내주는 동시에 KNCC로부터 독립해 덩치를 키웠다. 그뒤로 보수교단의 요구는 더 커졌으나 현재까지 진보성향의 6개 교단이 5분의 4에 해당하는 지분을 꽉 쥐고 있는 상황이다.
CBS는 기독교관련 매체의 총본산으로 활약할 생각에 목동사옥을 짓고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각 교단에 손을 내밀었다. CBS는 92년 30여년간 머물렀던 종로5가 기독교회관을 떠나 목동으로 이전했다. 그뒤 잇따라 사업확장에 나섰으며, 그만큼 내부 지분다툼도 치열해졌다. 이런 가운데 재단이사들은 노조의 재단개혁, 경영혁신 요구가 달갑지 않고, 권 사장은 그들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셈이라는 게 한 회사간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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