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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보다 관찰, 필력보다 고민

소설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청운동 이씨의 애타는 구애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조영아와 주원규가 답하다
등록 2009-09-11 10:54 수정 2020-05-03 04:25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소설 쓰기와 무관하게 보냈으나, 독학으로 갈고닦아 한겨레문학상 당선을 거머쥔 두 작가에게 물었다. 아마추어는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그들이 들려준 비법을 정리해 가상의 작가 지망생과 문답해보았다. 편집자
조영아씨. 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조영아씨. 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청운동 이씨(이하 이)= 엽기소설에 관심 많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이아무개입니다. 지금은 잠시 인왕산 밑 오피스텔에 살고 있어요. 좋아하는 음식은 뻥튀기, 취미는 모터 달린 자전거 타기예요. 망해가는 동네 슈퍼 둘러보는 것도 좋아하지요. 난생처음으로 장편 소설 한 편 쓰려고요. 까짓거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생각이에요. 저에게 가르침을 주세요.

조영아(이하 조)= 장편부터 도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200자 원고지 70~90매가 단편, 250~300매가 중편, 1천 매 이상이 장편입니다. 소설가라면 당연히 장편을 쓰는 게 궁극적 목적이지만, 그래도 단편부터 연습하는 게 좋아요. 하려는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하거든요. 요즘엔 장편부터 써서 등단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능력이 아주 좋은 경우입니다. 능력 좋으세요?

이= 능력 이전에 시간이 없어요. 시간은 금이고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데, 대리석은 비싸잖아요.

주원규(이하 주)= 그렇게 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자세로 소설을 쓰면 절대로 안 돼요. 저는 단편 습작 없이 장편부터 썼어요. 그렇다고 마구 써내려간 건 아니죠. ‘플롯’을 정리한 메모를 틈틈이 썼어요. 어떤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가 플롯이에요. 사건과 인물을 엮는 간단한 스토리를 A4 용지 한 장 정도로 정리해두는 거죠. 그 가운데 서로 얼개가 맞는 6~7개 ‘플롯 메모’를 골라 엮고 살을 붙여서 1200매 정도의 장편 하나를 썼어요.

이= 뭐가 그리 복잡해요? ‘일필휘지’ 좋잖아요. 필 받으면 휘갈겨 쓴다….

조= 그 ‘필’은 그 ‘필’이 아니거든요. 여하튼 ‘필 받아서’ 쓰면 십중팔구 실패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정해야죠. 그 다음엔 소재를 찾고,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지도 구상해야 해요. 인물들이 어떤 배경에서 무슨 사건을 겪으며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에 어찌 될지도 꼼꼼히 의도해야죠. 그런 디테일까지 구성해서 메모한 다음에 소설을 쓰는 겁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장편의 경우, 보통 석 달 구상하고 석 달 집필하는 호흡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이= 아, 메모는 내가 좀 알아요. 회의할 때 보면, 모두 고개 숙이고 정신없이 내 말을 받아적더라고요. 그거 메모 맞죠?

주원규씨. 사진 윤원민

주원규씨. 사진 윤원민

주= 그건 받아쓰기예요. 모든 걸 다 적는 건 메모가 아니에요. 제 수첩 보여줄게요. ‘용산 쪽방촌, 동영상, 전과 10범의 남자, 얼굴의 칼자국, 누나의 입이 잘려나가는 장면….’ 요즘 구상하는 아이템이에요. 용산 참사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용산에 집창촌이 있거든요. 그곳에서 일하는 누나가 손님 받는 장면을 남동생이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일이 있었어요. 실제 사건이죠. 그 다음, 전과 10범의 남자가 성매매 여성의 입을 자르고, 남동생이 그 범인을 찾으러 나선다는 대목은 제 상상이에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메모예요. 사건, 이미지, 구상 등을 짧게 적어두는 거예요.

이= 용산 참사? 용산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처음 듣는 이야기네…. 여하튼 그 아이템 베껴적어야겠는데, 수첩이 없네요.

조= 잔머리 굴려 짜깁기하는 건 정치인의 특성인데, 혹시 그쪽 계통에 계신가요? 여하튼 남의 아이템 베끼는 건 창작의 자세가 아니에요.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죠. 그리고 소설 쓸 생각이 진짜 있다면 손 닿을 위치에 항상 노트를 둬야죠. 저는 주부인데도 메모용 노트가 서너 권 있어요. 방마다 다 있는 거죠. 그 밖에도 책 읽고 쓰는 독서노트, 작품 구상을 정리하는 구상노트, 그리고 일기장이 따로 있죠. 지금 제 옆에 쌓인 구상노트만 10권이에요. 잠들기 직전에 생각이 제일 많은데, 머리맡에 늘 펜과 종이를 둬요. 깜깜한 방에서도 무언가 생각이 나면 일단 적어요. 꼭 소설 구상이 아니라도 좋아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간단한 느낌이나 생각 같은 것을 메모하는 거죠.

이= 주변 일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네요. 요즘 들어 상갓집이 많아서 몇 군데 들렀는데, 갈 때마다 ‘무슨 낯으로 왔냐’고 핀잔하는 놈들이 있었어요. 기가 막힌 일이죠. 그런 게 다 소설 같은 이야기 아니겠어요? 그걸 그냥 쭉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조=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소설이 아니라 수기가 돼요. 초보자는 흔히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렇게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군요. 아주 숙달된 사람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객관화해 소설로 쓸 수 있어요. 초보자가 자전적 이야기를 쓰면, 작가가 보기엔 재밌는데 독자는 공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겨요. 주변 인물이나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더라도 70% 정도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가공해야죠.

이= 모르시나봐. 저 약간 왕따여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엔 별 관심이 없어요. 지난해 촛불시위를 한다고 다들 광장에 몰려갈 때 저는 혼자서 야간 산행을 했다니까요.

주= 제 소설에 게임 중독 소년이 등장해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48시간 동안 PC방에서 게임한 적이 있어요. 진짜 머리가 핑글핑글 돌더라고요. 소설 배경이 코엑스몰이었는데, 실제로 제가 거기서 전기기사로 일한 적이 있어요. 소설 쓰려고 일주일 동안 노숙 생활을 해본 적도 있지요.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해두고, 리얼리티를 위해 취재를 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최초의 영감을 발전시키는 거죠.

이= 으흥, 체험을 하라는 거군요. 그럼 나 칭찬받을 일이 있어요. 어떤 소설가는 소설 쓰려고 탄광에 들어가 직접 땅을 팠다잖아요. 저는 진작부터 땅 파서 물길 내는 일을 취미 삼아 했어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체험이죠.

조= 체험했다고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몸소 느껴보는 게 좋지만, 더 중요한 건 ‘관찰’이에요. 굳이 어딘가를 들어가 특별한 것을 체험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른 사람의 일을 유심히 관찰하면 큰 도움이 돼요. 나의 체험이 아니라 타인을 살피는 게 중요해요. 그게 취재죠. 취재를 하면 소설에 등장시킬 인물을 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체험은 취재의 한 방법일 뿐이고요.

이= 정말 인물이 부족해서 큰일이에요.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어요. 그냥 친한 사람을 자꾸 등장시키는 ‘회전문 캐릭터’는 어때요?

조= 지금 소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소설 속 인물에 대해서만 말할게요. 작가는 서로 다른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켜야 해요. 여기에 소설 쓰기의 어려움이 있어요. 우선 인물을 하나 만드세요. 외모·성격·스타일까지 ‘객관적으로 거리두기’를 하면서 가공의 인물을 만드세요. 그 다음, 그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인물의 캐릭터에 몰입해서 생각해보세요. 그러고 나면 그 캐릭터가 생명을 얻어 스스로 움직여요. 작가는 캐릭터를 따라가는 거죠. 인물에 올라타서 작가 마음대로 조종하려 들면 안 돼요. 그러면 여러 인물이 작가 한 사람의 ‘허수아비’가 돼요. 서로 비슷비슷해지는 거죠. 캐릭터가 배경과 사건을 따라 걸어가게 내버려두고, 작가는 그걸 유심히 살펴 소설로 써야 해요.

지난 5월7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단이 응모작을 품평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지난 5월7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단이 응모작을 품평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명진 기자

이= ….

주= 자, 멍 때리지 말고 이렇게 해보세요. 저는 소설을 쓸 때 영화 편집 기법을 활용해요. 전체 소설을 ‘시퀀스’, 즉 장면 단위로 쪼개는 거죠. 전체 소설을 1부터 100까지 잘게 구분하세요. 일단 썼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있어요. 그걸 통째로 엎어버리지 말고, 문제가 되는 시퀀스만 뽑아서 다시 쓰세요. 시퀀스 20~22가 마음에 안 든다, 앞뒤가 안 맞는다 싶으면 그 대목만 뽑아서 수정하는 거죠. 소설 집필이 잘 안 풀린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쓰면 평생 소설 못 써요.

이= 흐음, 그것도 글을 일단 써야 가능한 일이네요. 좋은 문장을 쓰는 중도실용적 방법은 없나요.

조= 문장력이 아니라 ‘필력’이 필요하긴 해요. 필력이 있어야 소설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그 필력은 문장을 그럴 듯하게 쓰는 능력이 아니에요. 필력은 생각하는 능력이에요.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을 많이 한 사람에게 필력이 있어요. 생각과 고민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게 필력이거든요. 고민을 더 많이 하고, 그 고민을 문장으로 정직하게 드러내 보이는 연습을 해야죠. 문장을 꾸미는 데 공을 들이지 마세요. 생각을 하세요, 생각.

이= 저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면 살짝 삐져버리는 수가 있어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 편이라 잔소리도 싫어하죠. 차라리 그냥 소설책을 읽는 게 낫겠어요. 얼마나 읽어야 해요?

주= 요즘 소설가들 가운데는 소설을 많이 읽지 말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어요. 소설은 독창성이 생명인데, 다른 소설을 읽다 보면 문체도 닮아가고 독창성도 무뎌질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아는 소설가의 서재에 가면 책이 없어요. 책상에 노트북만 있지요. 소설책이 옆에 있으면 소설 쓰는 데 방해된다는 거죠. 저는 소설만 읽지 말고 다른 책을 두루 많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는 한 달에 20권 정도 읽는데, 그중에 서너 권만 소설이고 나머지는 철학·역사책 같은 것들이에요. 심지어 잡지나 만화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돼요.

이= 2권이 아니고 20권이오? 그 책 다 읽으려면 하던 일 때려쳐야겠는데. 안 그래도 나더러 지금 일 그만 두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소설만 쓰면서 먹고살 수도 있을까요?

주= 소설로 생계를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죠. 그런데 소설을 전업적으로 쓰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에요. 다른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들여다보고 그 구체적 모습을 기록하려면 오히려 지금의 직업과 삶을 유지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하던 일 때려치고 산에 들어가 정진하면, 오히려 한국 사회의 구체적 모습과 괴리되지 않을까요. 그런 삶에서 정말 좋은 소설이 나올까요?

이= 그럼 도대체 언제 소설을 써요? 땅 파서 물길 내는 일이 우스워 보여도 이게 보통 바쁘지 않다고요.

조= 저는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난 다음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요. 아주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놓는 게 좋아요. 소설의 호흡을 이어가려면 ‘공회전’ 시간을 줄여야 하거든요. 그렇다고 무조건 글만 쓰라는 건 아니에요. 구상도 하고 메모도 하면서 그 시간을 활용하면 되지요. 중요한 건 소설을 쓰는 이유예요. 나의 소소한 경험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소설을 써서는 안 돼요. 그런 건 일기만 써도 충분하지요. 세상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요. 소설은 그런 고민을 타인과 나누는 소통의 매개죠. 동시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고민이 당신에게 있나요?



처음 쓰는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5가지 오류
자기 재능을 의심 말라



1. 언제나 시작만 하는 유형: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하듯 소설 쓰기는 존재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자연스런 행위다. 처음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당연히 의욕이 넘치기 마련. 그러나 마음과 달리 소설 쓰기는 난관의 연속이다. 스토리는 유치하고 구성은 엉성하며 진부한 문장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끝까지 써봤자 실패작일 게 뻔하니 이제라도 그만두고 싶은 욕망이 솟구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누군가는 서두 부분에서, 또 누군가는 절반쯤 써놓고 과감하게 중단한다. 좀더 완전한 작품을 위한 워밍업처럼 보이지만 실은 저주에 걸린 것임을 알아야 한다. 서두에서 중단한 사람은 영원히 서두밖에 쓸 수 없게 된다. 서두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훈련을 회피했기 때문. 전개든 절정이든 항상 막히는 부분에서 막히기 마련이다. 쓰지 않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은 없다. 실패작일 게 뻔하더라도 끝까지 다 쓰고 버려라.

2. 준비운동을 지상 중계하는 유형: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들이 있다. ‘나는 일곱 번 성형 수술을 했습니다’ ‘이 냉장고의 전생은 훌리건이었을 것이다’ ‘중 하나가 오토바이 뒤에 수녀 하나를 태우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뒤가 궁금한, 흥미로운 첫 문장들이다. 첫 문장은 필연적으로 다음 문장을 부른다. 첫 문장이 근사하면 소설 전체의 문장도 근사해진다. 지루한 나열이나 설명, 개성 없는 의성어와 의태어, 뻔한 대화나 인용구 같은 것들은 첫 문장이 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제 몫을 할 만한 문장이 최초로 나오기 전까지 아직 당신의 소설은 시작된 것이 아니다. 소설의 제목이 휘슬이라면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바로 경기가 시작되어야 한다. 여전히 준비운동 중이면 안 된다는 얘기. 준비운동을 얼마나 잘하는지 보려고 온 관중은 없다는 사실, 명심하자.

3. 실존 인물에게 면죄부를 주는 유형: 이 인물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한마디에 울컥하는 유형.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구십, 그들은 항변한다.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예요, 실제 내 친구예요, 걔가 진짜 그랬어요, 정말 있었던 일이라고요…. 직접 겪어본 인물에 대한 이야기니 그들에겐 사실이고 현실이고 진실일 터. 그러나 제아무리 실존 인물이라고 해도 그런 인물이 존재할 법한 개연성이 소설에 없다면 그 인물은 공감을 받기 어렵다. 소설 인물의 진실성은 그 인물이 실존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지 않다. 의 그레고르 잠자, 의 애니, 의 X를 보라. 그런 세계 속에선 그런 인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인간성의 경계를 때론 넓히고 때론 좁히며 인간이란 능히 이럴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는 것, 그것이 소설이다.

4. 이스트를 토핑 하는 유형: 무슨 얘길 하고 싶어서 소설을 썼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때론 너무 잘 아는 것도 문제가 된다. 전자의 경우 서로 관계없는 에피소드를 나열하기 마련이고 후자의 경우 소설 말미에 주제문을 직접 노출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소설의 주제는 이스트와 같다. 반죽에 침투해 빵을 부풀리고 풍미를 더하지만 그 존재는 목격되지 않는다.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곳에도 없는 존재인 셈. 이스트 없이 빵은 만들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이스트를 제때 잘 넣었다면 그때부턴 그냥 믿어야 한다. 생각보다 덜 부풀었다고 나중에 이스트를 토핑 하는 건 최악의 수다. 존재가 노출된 이스트의 역할은 오직 하나. 빵의 완성도만 떨어트릴 뿐이다.

5. 자기 재능을 의심하는 유형: 혹시 어느 날 문득 ‘그분’이 오셔서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게 소설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번의 점프에 성공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빙판에 미끄러졌던 김연아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몇 번 만에 성공해야 재능이 있다고 말할 것인가? 이런 유형을 위해 일찍이 플로베르가 말했다. ‘재능은 끈질긴 인내다.’
김현영 소설가·한겨레문화센터 ‘소설작법 익히기’ 강사


※ 조영아(43)= (한겨레출판)로 11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대학 시절 시를 써보긴 했지만, 졸업 뒤 한참이 지난 1998년 무렵부터 소설 창작 강좌를 수강하면서 늦깎이 습작을 시작했다. 소설 말고 아이들과도 씨름해야 하는 주부다.
“소설 쓸 생각이 진짜 있다면 손 닿을 위치에 항상 노트를 둬야죠. 지금 제 옆에 쌓인 구상노트만 10권이에요. 잠들기 직전에 생각이 제일 많은데, 머리맡에 늘 펜과 종이를 둬요. 깜깜한 방에서도 무언가 생각이 나면 일단 적어요. 꼭 소설 구상이 아니라도 좋아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간단한 느낌이나 생각 같은 것을 메모하는 거죠.”


※ 주원규(34)= (한겨레출판)로 14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공학대학원을 중퇴하고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해 목사 안수를 받았으나,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성경을 강독하는 대안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임시직 전기기사를 비롯해 여러 비정규직을 경험했다.
“저는 소설을 쓸 때 영화 편집 기법을 활용해요. 전체 소설을 ‘시퀀스’, 즉 장면 단위로 쪼개는 거죠. 일단 썼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있어요. 그걸 통째로 엎어버리지 말고, 문제가 되는 ‘시퀀스’만 뽑아서 다시 쓰세요. 소설 집필이 잘 안 풀린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쓰면 평생 소설을 못 써요.”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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