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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인맥 운운은 시대착오적”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 “재미동포 중심 밑바닥 여론전 펼칠 때”
등록 2008-11-11 14:14 수정 2020-05-03 04:25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고 하니까, 한국에서 가장 먼저 ‘오바마 인맥을 잡아라’는 식의 말이 들리는데, 그런 접근법으로는 오바마 시대의 미국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와 친분이 있는 김동석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11월6일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달라질’ 미국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소장은 “오바마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 오바마에게 가는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니까 당장 나에게도 한국에서 전화가 몰려와 오바마 대통령과의 ‘끈’을 운운하던데 정말 한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자와 함께한 김동석 소장(맨 오른쪽). 이때는 오바마 쪽에서 “한국계 미국 시민들에 대해 알고 싶다”며 먼저 김 소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동석 제공

지난 2006년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자와 함께한 김동석 소장(맨 오른쪽). 이때는 오바마 쪽에서 “한국계 미국 시민들에 대해 알고 싶다”며 먼저 김 소장을 찾았다고 한다. 김동석 제공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2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에는 10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이 있고 미국에는 200만 명 이상의 한국계 미국 시민이 있습니다. 그것이 한-미 관계의 토대입니다”라는 공식 서면의견(Paper Opinion)을 제출한 바 있다고 한다. 오바마 시대의 대미 외교는 바로 이 언급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시대를 맞는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바마 당선자는 처음부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것을 바로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960년대 이후 사라졌던 ‘풀뿌리’(Grassroot)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 시대가 다시 등장할 것이다. 한국도 이제는 미국에 뿌리박고 살고 있는 재미동포들을 중심으로 외교를 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오바마는 로비로 부패한 워싱턴 정치를 철저히 비판하면서 집권했기 때문에 한국 외교도 기존 로비 방식을 따라서는 안 된다. 대신 한인들의 영향력을 키우고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책 구호를 만들어서 밑바닥 여론전을 펼쳐야 한다. 이제는 풀뿌리의 시대가 될 것이다.

-오바마가 ‘안녕하세요’ 정도의 한국어는 하던데.

=인사말 안다고 한국을 아는 것은 아니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그를 만났을 때 ‘하와이 시절에 한국 식당을 자주 들렀고, 거기서 한국인들을 만났다’고 하더라.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있다. 이 점에 착안해서 우리가 오바마에게 한국계 미국 시민들을 부각시켰다. 오바마 당선자의 상원 서면의견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유독 한국 정부는 그간 재미동포들이 본국에만 집착하도록 하는 정책을 썼다. 미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방법은 생각하지 않았다. 유대인과 쿠바인들이 미국 정치에서 영향력을 획득한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미국 정치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결국 한국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오바마 캠프에서 한인들의 활동이 많았다고 들었다.

=라이언 킴(한국명 김대용·32)이 대표적이다. 우리 센터에서 지난 2006년 미 의회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한 활동을 벌일 때 워낙 열성적으로 자원봉사하는 것에 반해서 내가 오바마 캠프에 추천했다. 라이언도 열심히 해서, 오바마 당선자가 뉴욕에 오면 운전대를 잡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지난 7월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에 가서 ‘오바마 캠프에서 일하는 한국의 젊은이’라고 소개했는데, 그때는 한국에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더라. 지금은 한국 언론들이 너무 부각시키는 바람에 오히려 오바마 캠프에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 그런 젊은이들은 우리가 잘 보호하고 키워야 한다.

-한-미 관계를 짧게 전망한다면.

=외교는 대부분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의 몫이 될 것이다. 바이든의 보좌관인 프랭크 자누지(한반도팀장)가 한반도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공식적인 외교 경로는 그쪽이 중심이 될 것이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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