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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불법으로 모는 법을 고쳐야”

등록 2008-07-01 00:00 수정 2020-05-03 04:25

경찰에 연행된 초등학생 정필재군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경찰버스에 있는 쇠창살이 나를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어요. 버스에 올라타는데, 울컥했어요.”

6월25일 오후 4시30분, 경찰에 연행돼 20여 분간 전경버스에 갇혔던 정필재(12)군이 말했다. 정군은 이날 학교 수업을 끝내고 청소년인권운동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는 형, 누나를 만나 경복궁으로 향했다. 오후 4시께 경복궁역에 도착해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폭력경찰 물러나라” “장관고시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20분쯤 지나자 경찰들이 앞에 앉아서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을 끌고 갔다. 아무런 경고 방송도 없었다. 뒤에 있던 정군과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짰다. 곧장 여경 3명이 와서 정군의 팔을 풀고 “집시법을 위반한 현행범이니 영장 없이 체포하겠다”고 말했다. 152cm에 앳된 얼굴은 누가 봐도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외모였지만, 경찰은 정군에게 나이 등을 묻지 않았다. 대신 끌고 가면서 “미성년자 아냐?”라고 수군거릴 뿐이었다.

전경차에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안에서도 경찰은 정군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바깥에서 사진기자가 “몇 살이냐”고 묻는 입 모양을 보고 “열두 살”이라고 손짓과 입 모양으로 말했다. 기자들이 창문 너머로 몰려와 사진을 찍었다. 그 광경을 본 전경차 안의 순경이 그제야 “몇 살이냐”고 묻고는 “12살”이란 정군의 답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문 열어” “내려가”라고 말했다. “미안하다, 조심해라, 뭐 이런 말 한마디 없고 그냥 등만 떠밀었어요.”

정군은 “저한테 현행범이라고 했는데, 저는 죄를 지은 게 아니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에서 집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우리를 불법으로 몰아가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군은 “그 일이 있은 뒤로 연행이 무섭지만 제가 세상의 불합리한 일들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712호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등교거부한 최연소 학생’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날 버스에서 내려온 정군은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형들과 거리를 지켰다. 정군은 “부모님이 걱정하시지만, 공부도 중요하고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관심을 갖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뜻과 관계없이 마음대로 정치를 하니까, 국민들이 계속 거리에 나오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6월27일, 정군은 “오늘도 촛불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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