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여론 동향, 정책 반영보다는 감시와 처벌 강화하려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여론 반영’인가, ‘감시와 처벌’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6월20일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수석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새로 신설된 인터넷담당비서관에 인터넷 포털 ‘다음’의 부사장 출신인 김철균씨를 임명했다.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가 촛불 정국의 진앙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인사였다. 청와대가 인터넷 여론의 동향에 대해 그만큼 민감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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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터넷의 여론 동향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뜻일까? 정부와 여당의 행태를 보면 ‘아니올시다’로 보인다. “신뢰 없는 인터넷은 독”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여론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청와대는 촛불 정국의 확산 과정을 ‘복기’하다가, 인터넷상의 여론 흐름에 대처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이 전무해 결국 인터넷 여론에서 밀렸다는 결론을 냈다. 정책이 아니라, 홍보가 잘못됐다는 식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인터넷담당비서관이다. 인터넷담당비서관은 실제 정책 반영이 이뤄지는 민정수석 산하가 아니라, 역시 신설되는 홍보특보 산하에 자리잡게 된다. 결국 정책 반영이 아닌 홍보와 여론 동향 파악에 역할이 국한되는 것이다.
청와대가 인터넷담당비서관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시점에 한나라당에서는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는 말이 나왔고, 경찰청은 인터넷전담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여론민감도 체크 프로그램은 인터넷 포털에서 댓글이나 조회 수가 폭증하는 기사나 토론 게시물을 자동적으로 파악해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때 누리꾼들의 집중적인 반응이 쏟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댓글이나 의견달기를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경찰청에 만들겠다는 인터넷전담팀은 여론 동향 파악보다는 온라인으로 전해지는 집회·시위 정보와 허위 사실에 대한 대응 등이 주요 업무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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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경찰은 경찰청과 각 지방경찰청 정보과 산하에 3~4명 규모의 별도 인터넷팀을 두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도 1명씩 인터넷 담당이 활동하고 있다.
은 경찰청 정보과 인터넷팀에서 5월27일 작성한 인터넷 동향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다음 아고라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그리고 ‘2MB탄핵연대’와 ‘라디오21’에 올라온 글들과 방송 내용 중 구체적인 시위 장소와 방법을 담고 있는 글들을 따로 뽑아놨다.
보고서에는 다음 아고라에서 한 누리꾼이 서울 광화문역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 집결을 공지했다는 내용부터 경찰의 진압이 개시될 경우 삼각 스크럼을 짜자는 제안을 누가 올렸고, 경찰의 강제 연행에 순순히 잡혀가자는 이른바 ‘닭장차 투어’에 대한 찬반은 ‘연행을 당할 때만 순순히 타기’로 결론이 났다는 내용 등이 실려 있다. 또한 ‘2MB탄핵연대’의 게시판에서는 한 누리꾼이 촛불시위 여성 참석자의 경우는 일부러 헐렁한 옷을 입고 와 경찰의 연행 때 성추행 시비를 일으키자는 제안을 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국민대책회의와 관련해서는 주로 5월28일부터 31일까지 계속되는 기자회견과 촛불문화제 관련 일정을 주로 실었다. 이는 집회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하는 동시에, 실제 이런 일들이 일어날 경우 최초 제안자를 찾아내 책임 소재를 가리자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과 경찰이 추진하는 인터넷 대응조직의 목적은 감시와 처벌에 가까운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는 6월20일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관회의에 참석한 인터넷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인터넷 유해 환경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상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 범죄에 대응하는 사이버 경찰조직을 만들라는 권고도 옮겼다. 처벌을 강화하란 촉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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