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유통업자 커뮤니티 ‘미트피플’…박창규 한국수입육협의회 회장의 ‘업계 자율 결의’에 비난 쏟아져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박창규 에이미트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와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온라인에서도 따갑다.
국내 육류 수입·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커뮤니티 가운데 가장 대표성을 인정받고 있는 곳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미트피플’(cafe.daum.net/meetpeople)이라는 카페다.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는 미트피플의 회원은 6월6일 현재 3074명이다. 이네트를 비롯해 한중푸드와 네르프, 제니스, 필봉프라임, 미트엠, CJ프레시웨이, 한냉, 하이푸드, 코스카, KRSC 등 대다수 육류 수입업체 관계자들이 미트피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네트와 한중푸드, 미트엠, 코스카, KRSC 등은 미국산 쇠고기 5대 메이저 수입업체로 꼽힌다.
“우리 모두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박창규 회장이 6월4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계의 자율 결의를 통해 30개월 미만짜리만 수입하겠다고 말하자 미트피플이 한 차례 들썩였다. 한국수입육협의회의 대표성과 자율 결의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익명으로 ‘정말 이건 또 무슨 짓거리들입니까’라는 글을 올린 한 회원은 수입육 허가제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이 5공 시절입니까. 회비 내고 가입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율 규제 안에서 수입해야 합니까. 수입육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달라고 했습니까. 이 대목에서 완전 쓰러집니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마자 금세 20여 명의 회원이 비슷한 의견의 댓글을 달았다. 한 회원은 “(박 회장의 발언은) 시청 광장에 모인 분들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시는 분들에게는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몇 분이 모여 자신들의 뜻을 밝히는 것보다, (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회원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겠다는 사고방식부터 틀렸다”며 “협상이 잘못됐기에 재협상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여 합리적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마련해야 국민적 불신이 해소된다”고 말했다. 다음과 같은 댓글도 이어졌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 모두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박창규) 회장님이 수입허가제를 말씀하셨는데 이게 받아들여지면 회장님께 잘 보여야 되겠네요.”
미국산 쇠고기 협상 과정과 결과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는 회원도 많았다. 5월15일 글을 올린 한 회원은 “‘30개월 미만 뼈 포함 내장 제거’까지만 내줬다면 이처럼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유통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라도 반영됐어야 하는데, 이런 것도 국민과의 대화 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댓글을 올린 사람들의 의견도 대체로 일치했다. 한 회원은 “우리처럼 유통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산이 들어와야 좋은 거지만 이건 아니라고 본다”며 “나라도 안 먹겠다”고 말했다.
“아빠, 애들이 이제 고기 가져오지 말래”
정부에 대해 미트피플 회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체로 일치한다. 재협상이다. 한 회원은 “전국적인 공청회 등을 통한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역시 “빨리 재협상해서 월령 제한하고 특정위험물질(SRM) 확실히 제거해서 들여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과 유통을 계획하고 있는 회원들끼리도 광우병에 대한 공포는 상당했다. 5월3일 올라온 한 회원의 ‘씁쓸한 넋두리’는 미트피플에서 많은 공감을 얻은 글 가운데 하나다. 이 글은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 역시 미국산이 풀리면 (직수입) 계약을 하든 오퍼를 받든 미국산을 필히 유통할 사람입니다. 저희 애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빠, 애들이 이제 고기 가져오지 말래. 너네 집은 미국산 쇠고기도 파니까 가져오지 말래.’ 풀 죽은 아이 얼굴에 전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막상 아이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할 말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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