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민주당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김해을 최철국·부산 사하을 조경태 후보
▣ 김해·부산= 최성진 기자csj@hani.co.kr
“여기는 한나라당이라면 죽고 못 살지. 그런데 대통령이 내려왔으니 최철국이 좀 낫지 않겠나.”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석양사진관’을 운영하는 이복남(61·여)씨는 4월9일 총선을 앞두고 고민 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영읍 봉하마을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이씨의 선택은 쉬웠을 것이다. ‘진영에서 집권당인 한나라당 몰표가 나와야 정부가 진영을 좀 밀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귀향으로 분위기 반전
노 전 대통령의 귀향은 이씨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이참에 ‘당을 못 타서 그렇지 사람은 부지런하고 괜찮은’ 최철국 통합민주당 후보를 찍는 게 좋을지, 송은복 한나라당 후보를 확 밀어주는 게 진영의 발전을 위해 나은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것이다.
석양사진관에서 조금 떨어진 ‘터미널슈퍼’의 주인 김기연(59)씨는 이 문제를 놓고 친구와 실랑이를 벌였다. “노통이 높은 사람이라고 뒷짐지고 있는 것보다 환경운동도 하고 그러니까 좋긴 한데, 그건 그거고 나는 송은복이다.” 김씨가 분명하게 선을 긋자 친구가 참견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이 내려왔으니) 아무래도 지역적으로는 발전 안 하겠나. 역대 대통령들 봐라. 자기 지역을 얼마나 잘해놨나.”
경남 김해을은 부산 사하을과 함께 영남 68개 지역구 중 통합민주당이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유이한’ 선거구다. 두 곳 모두 ‘노무현 효과’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김해을의 현역 의원인 최철국 민주당 후보가 노무현 효과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최 후보 쪽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고향에 내려와 주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김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며 “우리가 이기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란 사실을 최대한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송은복 한나라당 후보와 김해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최 후보는 민주당 후보로 나와 44.4%를 득표했다. 송 후보는 55.6%를 얻었다. 김해시장은 송 후보 몫이었다. 대신 최 후보는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57.9%라는 높은 득표로 당시 한나라당 정용상 후보를 누르며 국회에 입성했다.
반면 사하을에서 역시 통합민주당 간판을 달고 재선을 노리는 조경태 후보는 ‘노무현 효과’보다 지난 4년간의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각오다. 조 후보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39.13%를 얻어 36.99%에 그친 최거훈 한나라당 후보를 눌렀다. 이번이 재대결인 셈이다.
조 후보는 “굳이 ‘노무현 효과’를 총선에 끌어들이기보다 지하철 1호선 다대선 연장 공약 실천 등 17대 국회에서 부산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에 대한 재신임을 물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정서와 총선 민심은 별개라는 것이 조 후보 쪽의 판단이다.
“조경태가 한 일이 많다”
유권자들 가운데서도 ‘노무현 효과’를 총선 변수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산 신평동에 사는 택시기사 서동환(50)씨는 “부산에 있는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 17명을 다 합쳐놓아도 조경태 한 명이 한 일의 절반도 못했을 것”이라며 “조경태가 사하에 지하철 끌어온 것도 있지만 그 밖에도 디지털도서관 신설 등 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 장림재래시장 입구에서 한약재를 팔고 있는 김아무개(66)씨 역시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하는 걸 보니 한나라당이 너무 싹쓸이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조경태가 된다는 말은 못해도 최거훈은 이번에도 어렵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조 후보를 찍겠다는 사람이 그가 보여준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이라면, 최거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은 이른바 ‘안정론’에 공감하는 쪽이었다. 장림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조형석(37)씨는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미우나 고우나 우리가 찍은 대통령이니까 우선 밀어주고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최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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