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를 보내며 아쉬워하는 신도들… 대통령은 앞으로 어디서 예배 드리나
▣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월17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소망교회에는 이른 시각의 쌀쌀한 새벽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종종걸음으로 넓게 열린 4개의 문을 들어섰다. 이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취임 전 마지막으로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한 날이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이날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용에 관한 합동 워크숍’에 참석하느라 결국 예배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김지철 담임목사가 인도한 예배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기독교 교회가 아닌 가톨릭 성당에 앉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절제된 경건’이라는, 소망교회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망교회는 예장통합 교단 소속이다.
‘이명박 교회’로 비치는 건 부담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가 설립 직후인 1978년부터 30년을 다닌 영향력은 곳곳에서 배어났다. 예배 도중 강단에 선 한 장로는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에 당선시켜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자연스럽게 기도를 올렸다. 1부 예배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 사이에서 “이명박 장로께서 취임 전 마지막으로 나오시기로 했는데, 못 나오셔서 아쉽다”는 말이 오갔다. 지하 2층 청년회 사무실 앞에서 신도 박아무개씨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 교인에게 “MB 측근이면 자주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소망교회에선 매주 수요일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열린다. 그러나 소망교회 전체로는 ‘이명박 교회’로 비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신도들의 말로는 “전·현직 장관만 해도 60명이 넘고, 전·현직 장성의 별을 합하면 200개가 넘는다는, 7만 명의 신자 중 90% 이상이 대졸자인 ‘인텔리’ 교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소망교회를 10년 이상 다녔다는 이창호씨는 “소망교회는 이명박 당선자가 다닌 교회일 뿐, ‘이명박 교회’일 수는 없다”며 “소망교회 신도들도 대통령에게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절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이 배출된 이후 새로운 신도들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매주 70~80명은 꾸준히 늘어왔다”고 말했다. 2월17일치 주보에 실린 ‘새로 등록하신 분들’의 명단에는 모두 110명이 올라 있었다. 그래도 이들은 이명박 당선자가 이제는 매주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쉬워한다.
기독교계의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으로 어떻게 예배를 볼 것인가이다. 달리 말해 예배 공간과 형태에 대한 궁금증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를 방문한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가벼운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못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당선자는 이후 “금요일 오후부터는 청와대 외부에서 지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가 취임 이후 주말을 청와대 외부에서 지내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은 교회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당선자는 당선 이후에도 격주 간격으로 소망교회를 찾았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은 “당선 이후 교회에 가지 못할 때는 사저(안가)에서 사모님과 간단히 예배를 드렸고, 기도는 매일 드린다”며 “당선인은 (소망)교회에 계속 가고 싶어하시는데, 경호 문제로 교회는 갈 수 없어 외부에서 아는 이들과 예배를 드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망교회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인이 취임 이후에는 청와대 가까운 곳에서 지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청와대 경호처에서는 이 당선인이 소망교회를 부정기적으로 다니는 방안에서부터 외부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방안 등을 경호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당선자의 교회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 원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전 목사는 이날 마산 청교도영성훈련원이 주최한 집회에서 “이명박 장로님이 나한테 약속했어. 개인적으로 꼭 청와대 들어가면 교회 짓기로”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이명박 당선자가) 주일날 한강을 건너 압구정동 소망교회까지 가야 하는데, 전투경찰들이 주일날 경호하느라 쉬지도 못하니 나는 그들을 안 귀찮게 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예배를 드려야 될 터. 예배를 드리려면 장소가 있어야 되니, 처음에는 교회 짓는다 말고 종교관 짓는다 해야지. 종교관 짓는다 해놓고 중간에 십자가 달면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내부 예배는 안 될 말”
이 발언은 기독교계 신문인 가 지난해 10월에 동영상과 함께 보도해 대선 이슈가 되기도 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직접 한 말도 아닌데 그게 기사화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렇게 말한 목사를 직접 취재해 보라. 이런 것까지 후보 쪽에서 해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전 목사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에게도 종교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된 중요한 권리인 이상, 주일 예배는 어떻게든 진행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 쪽에서도 “청와대 내부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안 될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반면교사(反面敎師)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충현교회의 장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매주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청와대 안에 있는 불상(佛像)이 딴 곳으로 치워졌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이를 중단해야 했다. 홍인길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불상이 있는 북악산 기슭으로 데려가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벌이고서야 헛소문은 진정됐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인근 군부대의 군인교회를 다녔다. 경호라는 현실과 믿음을 적절히 배합한 결과였다.
경호가 힘들다고 해도 외부 교회 참석이 불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도 청와대에 있던 시절에 격주로 외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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