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뒤에는 손실 본 펀드도 상당수…선취·후취 수수료와 총보수도 꼼꼼히 따져야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예금·적금보다는 펀드 수익이 낫다.” 올해 펀드 열풍은 이 한마디로 집약된다. 가입한 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전략이 뭔지, 투자의 위험성은 얼마나 되는지, 투자 대상 자산이 뭔지 등은 뒷전이었다. 펀드 광풍이 불었던 올 한 해, 이제 투자자마다 펀드 수익률을 결산하는 시점이다. 연말 펀드 수익률을 따져보자. 11월 한 달간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는 -9.42%로 부진했고 중소형 주식형 펀드와 배당 주식형 펀드는 각각 -9.48%, -7.90%의 손실을 냈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11월 한 달간 -8.16%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10월 중순 이후 국내외 주식 시장이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1개월 기준 수익률이고, 올해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상당한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보유 기간 갈수록 짧아져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인기를 끌었던 일본 투자 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일본 투자 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재팬펀드’와 ‘삼성 당신을 위한 N재팬펀드’는 6개월 기준 수익률이 각각 -12.80%와 -13.59%로, 상당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14조원이 넘는 국내자금을 끌어간 중국펀드는 어떨까. 상반기만 해도 중국펀드 수익률은 고공 행진을 벌였고, 3개월 전에만 투자했어도 대부분 15% 안팎의 고수익을 얻고 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그러나 최근 1개월 전에 중국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펀드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중국 주식펀드 71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2.51%로 손실을 보고 있다. 물론 중국펀드의 경우 3개월 기준은 15.23%, 6개월 기준으로는 48.2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1년 수익률은 85.36%에 달한다.
그러나 고수익 펀드의 뒤편에는 손실을 본 펀드도 상당수 있다. 올해 펀드 시장에서 수익률이 좋아 인기를 끌었던 펀드들이 금방 거품처럼 식어버리기도 했다. 올 초에 리츠펀드(부동산 투자)가 최고의 펀드로 꼽혔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리츠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찬밥 신세가 됐고, 이어 워터펀드(물펀드)가 유행을 탔으나 지금은 ‘물펀드, 물먹었다’라는 말을 듣는 신세가 됐다. 한편, 연환산 수익률을 앞세워 수익률을 부풀리는 경우도 흔하다. 연환산 수익률은 펀드가 설정된 지 1년 미만일 경우 특정 기간(예컨대 1개월)의 수익률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해 계산한 것으로, 1개월 동안의 수익률이 1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허황한 가정에 따라 산출된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펀드 보유 기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평균 보유 기간이 2003∼2005년에 2년이었으나 2006∼2007년에는 1년 미만으로 줄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경우 1년 미만이 74%로 단기투자 현상이 더 뚜렷했다. 하나대투증권 보고서는 “우리나라 펀드 시장의 단기투자 경향은 장기 운영 펀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투자자들이 신규 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다 단기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총보수 비용은 거의 설명 안해
최근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환매 러시가 일어나는 등 수익률이 부진한 지역의 펀드를 환매하고 다른 지역 펀드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의 단기화와 함께 올해 펀드 시장에서는 특정 국가, 특정 시장 펀드로 자금이 우르르 몰려가는 쏠림 현상이 확연했다. 중국펀드가 인기를 잃으면 브릭스펀드로 자금이 몰려 또 다른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펀드상품 판매사들이 시기별로 유행 펀드만 추천한 탓도 크다.
올해 펀드 광풍에서 투자자들은 오직 ‘높은 수익률’만 쳐다봤을 뿐 펀드 투자에 드는 비용(보수·수수료)은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다른 펀드로 자주 갈아타는 경우 펀드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펀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판매수수료와 보수가 있다. 보수는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관리보수 등으로 이뤄진다. 이들을 다 합쳐 ‘총보수’라고 한다. 총보수액은 해당 펀드의 평가금액(순자산)에 대해서 일정한 비율로 해마다 한 번씩 부과된다.
반면 판매수수료는 수수료를 떼는 시기에 따라 ‘선취수수료’(펀드에 투자금액이 투입되는 시점에 1회만 지급)와 ‘후취수수료’(펀드를 환매할 때 그 당시의 순자산에 대해 일정 비율로 떼는 수수료)로 나뉜다. 펀드는 수수료 형태에 따라 클래스A, B, C형으로 구분되는데 이름 뒤에 A가 붙은 펀드는 선취수수료가 있다는 뜻이고, B가 붙은 펀드는 환매시 후취수수료가 있다는 뜻이다. C는 선취·후취 수수료가 없는 대신 운용·판매 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펀드다. 환매수수료는 ‘이익금의 ○○%’라는 식으로 돼 있다. 즉, 손해를 보고 있다면 환매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물론 보수 및 수수료율은 펀드마다 약관에 정한 바에 따라 부과된다.
통상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는 1% 정도이고 총보수는 연간 순자산의 2.5% 정도다. 해외 펀드일 경우 환위험 헤지 때문에 수수료가 3%까지 올라간다. 채권형 펀드는 연 총보수가 1∼2%인데, 주식에 비해 투자 위험이 적어서 운용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한두 해는 수수료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10년 장기투자라면 원금과 수익에 대해 매년 2.5%만 뗀다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 삼성증권 조완제 펀드 애널리스트는 “처음 한 번만 떼는 선취수수료가 있는 펀드는 환매 시기가 좀더 멀리 있는 중장기 펀드를 선택할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약관에 명시된 수수료는 운용·판매 보수 등을 합쳐 2.44%라고 하더라도 실제 부담하는 총보수비용은 5.24%나 되는 경우도 흔하다. 운용보수 외에 사무관리보수(수익자 명부관리비용과 투자증권 가격정보 획득 비용 등)까지 투자자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사실 펀드 판매창구에서는 판매·운용 보수 정도만 설명할 뿐 총보수비용은 거의 설명해주지 않는다.
인사이트펀드, 신탁보수 높은 편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보수·수수료를 보자. 인사이트펀드 클래스A는 신탁보수가 연 2.49%(운용보수 1.50%, 판매보수 0.90% 등)이고, 선취판매수수료는 납입금액의 1%다. 선취수수료가 없는 클래스C는 신탁보수가 연 3.39%(운용 1.50%, 판매 1.80% 등)에 이른다. 인사이트펀드 설정액 4조5천억원 중 클래스A형이 3분의 2에 달한다. 인사이트펀드의 신탁보수는 국내외 다른 펀드의 보수보다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 장경호 팀장은 “전세계의 우량 종목을 발굴하고 끊임없이 각 지역 운용 네트워크를 풀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높은 보수를 책정했다”며 “주식투자 펀드는 투자 자산의 변동성이 크므로 펀드 간 보수 0.5%포인트 차이는 중요한 투자 요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펀드의 환매수수료를 보면, 클래스A형은 환매 시기가 90일 미만일 때 이익금의 70%, 90∼180일 미만일 때 이익금의 30%를, 클래스C형은 180일 미만일 때 이익금의 70%를 내야 한다. 아무리 수익률이 높더라도 6개월 이내에 환매하면 이익금 대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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