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에 무리한 요구 하거나 논조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교묘히 이용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여론조사는 언론을 통해 공표된다. 중개자인 언론은 조사 의뢰자이면서 때론 자체적으로 조사를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여론조사는 공표되는 순간 정치권과 ‘표심’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론조사의 문제는 언론보도의 문제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여론조사 담당 기자를 따로 둔 언론사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거기다 ‘갑’에 위치한 언론사는 ‘을’의 처지에 있는 조사업체에 때론 조사 원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정치 여론조사를 전문으로 해온 한 조사전문가는 “언론이 갖는 선정성을 바탕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 짜맞추는 듯한 설문지를 들고 와 푸시(push)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기본적으로 갑(언론사)-을(조사기관)의 관계여서 아주 비합리적이거나 터무니없는 게 아니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학적 한계를 무시하고 오차범위 내 차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응답률 등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른 여론조사 보도 및 인용시 지켜야 할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언론들이 이를 숨긴 채 여론조사를 매체의 논조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로 교묘히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선을 몇 달 앞두고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보나, 아니면 부적절하다고 보나”라고 묻는 식이다. 원하는 답을 이끄는 ‘맞춤형’ 질문인 셈이다. 이런 조사는 남북 정상회담에 애초부터 부정적인 매체가 부정적인 톤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데 훌륭한 근거로 활용된다. 방송보다 신문에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공표되는 만큼 여론조사의 문제는 곧 언론 보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은 여론조사를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조사연구와 관련이 있는 학계 및 실무 분야 전문가들이 조사연구를 활용하고 연구하는 한국조사연구학회(사단법인)는 언론인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으로 6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4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선거법 108조에 따라 조사자와 조사 의뢰자, 표집 방법, 조사 시기와 조사 지역, 표본 크기 및 산정 방법, 조사 방법(면접조사·전화조사·우편조사·인터넷 조사 등), 표집 오차, 응답률, 질문 내용 등을 반드시 밝혀라.
2. 조사 결과에 대한 해석은 표집 오차와 질문의 의미 내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하라.
3. 무응답자 또는 ‘모르겠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비율에 주목하고 그 결과를 처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4. 표집 과정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여론조사는 보도하지 않는다.
선관위, 가이드라인 제시할 계획
언론이 여론조사를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는 곧 신문 독자나 방송 시청자들이 꼼꼼히 따져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지면 제약과 방송 시간 제약 등 매체의 특성상 ‘최소한의 원칙’조차도 지키긴 쉽지 않은 노릇이다. 투명성과 사후적 검증을 위해서라도 질문항 등 조사 자료를 인터넷 등에 공개할 필요도 있다. 중앙선관위원회는 응답률 표기 등 여론조사 보도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9~10월쯤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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