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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든 실수든 공직자윤리법 어겼다

등록 2007-07-13 00:00 수정 2020-05-03 04:25

2004년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에 하나은행 채무 5억원 상환했다는 사실 빠져 있어

▣ 특별취재팀

2002년 6월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윤우진 부장판사)는 당시 LKe뱅크의 대주주 겸 공동대표이사인 김경준씨에게 하나은행에 5억5609만원을 갚으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입수한 이 판결문엔 하나은행이 앞서 김씨와 함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공동 피고로 ‘주식매매대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판결이 나기 직전인 5월14일 이명박씨에 대한 소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한다. 묘하게도 2002년 6·13 지방선거를 꼭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2002년 이명박 소유 빌딩에 근저당 설정

판결문에 따르면, LKe뱅크는 2000년 사업의 회계연도가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에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은 LKe뱅크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3개월이 경과한 이후까지도 결산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씨는 당시 LKe뱅크의 지분 48%를 지닌 대주주이자 공동대표였다.

이명박씨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소취하에 앞서 하나은행은 2002년 5월6일 이 전 시장의 서울 서초동 1709-4번지 빌딩에 5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4년 9월 하나은행에서 제출받은 ‘하나은행이 LKe뱅크와 맺은 업무제휴 내용, 소송 및 취하 경위’서는, 하나은행이 2004년 6월 이명박씨에게서 5억원을 상환받았다고 또렷이 적고 있다. 그리고 하나은행은 2004년 6월14일 이명박씨의 빌딩에 1억원의 근저당권을 추가로 설정한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당시 서울시장인 이명박씨는 이러한 재산 변동사항을 이듬해 신고하지 않는다.

공문서의 효력을 갖는다는 서울시보 제2616호(2005.2.25)엔 이 전 시장이 전년에 비해 재산이 2억884만원 줄었다고 신고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하나은행에 5억원의 채무를 상환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186억원(2002.8.30-서울시보 제2427호)의 재산가에게 5억원은 적은 돈일 수 있다. 그러나 2005년 재산 변동사항 신고 의무 대상인 200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의 재산변동액(공직자윤리법 제6조 1항) 가운데 5억원은 가장 큰 규모다.

이 전 시장이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이다. 서울시 공직자 및 서울시의회 의원은 공직자윤리법 제10조(등록재산의 공개)에 따라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재산 변동 신고는 강제 사항”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직자윤리법엔 징계 조항이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22조는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무원 또는 공직 유관단체의 임직원이 변동사항 신고 규정을 위반해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았을 때, 이를 사유로 해임 또는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2005년 재산 변동사항엔 채무 밝혀

그런데 이듬해 이명박씨의 재산 변동사항(2006.2.28-서울시보 제2686호)엔 ‘이상한 부분’이 나온다. ‘하나은행 금융 채무 발생 등’이란 변동 사유를 달아, 하나은행에 5억원의 금융기관 채무가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고의인지 실수인지를 떠나 누락된 신고 대상을 1년 늦게 신고했다고 치더라도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숫자가 과거 2004년 하나은행에 진 빚 5억원과 일치하긴 하지만, 신고서상 2005년 언젠가 하나은행에서 5억원을 빌려 새롭게 채무가 형성됐다는 내용을 뜻하기 때문이다. 언뜻 봐선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 전 시장의 서초동 빌딩에 대한 하나은행의 근저당권 6억원 설정은 지금도 해제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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