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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루 의혹 인물들, 대선 캠프에도 참여

등록 2007-07-13 00:00 수정 2020-05-03 04:25

‘BBK 쇼’에 등장하는 주연과 조연은 누구인가…투자 기업 대표들이 이 전 시장 대학 동문

▣ 특별취재반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BBK 사건’에는 수많은 사람과 업체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종합하면 개인과 법인을 합쳐 대략 17개 업체(또는 개인)가 이 사건에 깊숙이 관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00년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내놓은 이 전 시장은 자산운용 전문가로 알려진 김경준(41)씨와 손잡고 ‘LKe뱅크’라는 회사를 설립해 금융업에 뛰어든다. LKe뱅크 주요 주주로는 김씨의 누나이자 이 전 시장과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에리카 김(43)도 참여했다.

이명박 캠프의 김백준, 아직도 LKe뱅크 이사

김경준씨는 그 전해부터 투자자문회사인 BBK 대표로 활동하고 있었다. 김경준 대표의 BBK는 광은창투에서 이름을 바꾼 뉴비전캐피탈을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로 탈바꿈시켰다. 2001년 4월의 일이었다. 김씨는 그전부터 BBK 펀드와 LKe뱅크 계좌 등을 동원해 옵셔널벤처스(뉴비전캐피탈이던 시절 포함)의 주가조작을 일삼고 있었다. 옵셔널벤처스의 주가가 석 달 만에 무려 800%나 치솟는 초대형 대박을 터뜨린 배경이었다. 주가조작 사건은 금융감독원 조사,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옵셔널벤처스는 급기야 코스닥 등록을 취소당했으며, 주가조작 장본인인 김경준은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했다.

옵셔널벤처스는 2002년 10월 옵셔널캐피탈로 이름을 바꿨다. 이 회사는 현재 중소기업 창업자에 대한 투·융자와 유가증권의 인수·매매 컨설팅업을 하고 있다. 주요 주주는 김인학(17.67%)과 기타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옵셔널캐피탈의 최근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사는 전임 경영진의 횡령으로 인한 사외 유출 자금에 대해 지속적으로 회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이 전 시장의 대선 캠프에는 당시 BBK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인물들도 포함돼 있다. 이진영(32·여)씨와 김백준(67)씨다. 이진영씨는 2000년 5월 당시 LKe뱅크에서 일하던 김아무개씨의 소개로 LKe뱅크에 입사해 이명박 당시 LKe뱅크 회장의 비서로 일했다. 당시 LKe뱅크 자금을 이용하거나 LKe뱅크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조작하고 가짜 펀드운용 보고서 작성도 직접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이씨는 “모든 것이 김경준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백준씨의 경우 2001년 당시 LKe뱅크의 이사로 있었고 동시에 BBK 펀드의 리스크매니저였다. 김씨는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서울메트로(옛 서울시지하철공사) 감사로 일하기도 했다. 또 2004년에 이 전 시장이 김경준씨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대리인이었다.

LKe뱅크는 BBK 사건이 터진 뒤 이 전 시장과 김경준, 김백준씨를 비롯한 설립 당시 인물들이 모두 사임하고 2001년 4월 미국인 4명이 새로 이사진을 구성해 회사를 운영했다. 2004년 들어 이들은 모두 퇴임하고, 그해 10월 김백준씨가 다시 이사로 들어오면서 안아무개(65)씨가 대표이사를 맡게 된다. 김백준씨는 지금도 LKe뱅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LKe뱅크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서 강남 서초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당시 BBK가 운용하던 펀드(MAF)에 투자한 업체로는 심텍(50억원), 삼성생명(100억원), 오리엔스캐피탈(100억원), 하나은행(5억원), 다스(190억원), e캐피탈(30억원·BBK 설립에 출자) 등이 있다. 심텍은 1987년 충북전자로 시작해 1995년 심텍으로 상호를 바꾼 코스닥 등록기업이다. 전자제품·부품 등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심텍의 전아무개 사장은 이 전 시장과 대학 동문으로, 투자 당시 이 전 시장의 소개로 김경준씨를 만나 설명을 들은 뒤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가 이뤄진 뒤인 2001년 3월 심텍은 오아무개씨를 새로운 재무이사로 선임했다. 심텍이 BBK 펀드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작업에 나선 것은 그 뒤였다.

“실적 보고서 들여다 보니 이상했다”

당시 BBK 사무실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빌딩에 입주해 있었고, 삼성생명은 BBK 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강준영 삼성생명 부장은 이에 대해 “2000년 2월 (BBK에) 100억원을 투자했다가 1년1개월 만에 돌려받았다”며 “당시 삼성생명의 자산 규모가 60조∼70조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100억원은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투자 행위와 이 전 시장의 관련은 없었던 것 같고, 김경준씨가 자산운용 전문가라고 해서 투자계획을 잡았던 것이라고 강 부장은 설명했다. 강 부장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BBK로부터 온 펀드운용 실적 보고서를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BBK는 자산운용사라서 자금계좌를 별도로 관리하는 곳(대개 은행)이 따로 있고 양쪽에서 보고서가 올라와야 하는데 BBK는 하나뿐이었다. 또 BBK에서 보내오는 보고서상의 수치들이 서로 다르기도 했다. 믿을 만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급히 회수에 들어간 것이다.”

BBK를 설립할 때 30억원을 투자한 e캐피탈도 눈길을 끄는 업체다. 이 회사는 창업투자회사로, 펀드에 투자한 게 아니라 BBK라는 회사 설립 때 자본금을 댔다. 당시 e캐피탈 대표였던 홍아무개 사장은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에서 일할 때 같은 회사에 있던 김경준씨와 인연이 닿았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김씨가) 차익거래(아비트리지) 분야에서 유능한 사람이라고 들어 호감을 갖고 있던 터에 김씨가 BBK를 설립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갔다. 나는 그때 e캐피탈 대표로 취임했는데 김씨와 같이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e캐피탈이 거기에 출자한 것이다.” 홍씨는 “그런데 펀드운용 실적 보고서를 항상 거짓으로 만드는 등 투명성 문제가 있어서 결국 돈을 뺐다”며 “당시에도 이 전 시장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e캐피탈의 그 뒤 행방은 분명치 않으며 인적 고리로 연결된 ㄷ회사가 컨설팅 영업을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BBK에 투자했던 기업체 대표들은 상당수가 이 전 시장의 대학(고려대) 동문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BBK에 5억원을 투자했던 하나은행의 김승유 행장도 마찬가지다. 또 당시 BBK에 100억원을 투자했던 오리엔스캐피탈의 조아무개 대표도 이 전 시장과 대학 동문이란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오리엔스는 BBK에 투자했던 원금 중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50억, 54억원씩을 돌려받은 것으로 나온다. 오리엔스캐피탈은 2001년에 문을 닫았고, 조 대표는 2001년 9월에 설립된 팬아시아캐피탈 대표로 있다. 은 당시 투자 배경을 듣기 위해 조 대표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회사 쪽은 ‘해외 출장 중’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돈 투자한 다스, 친형과 처남 소유

BBK에 가장 많은 190억원을 투자했던 업체인 ‘다스’는 김경준씨를 상대로 2003년 5월에야 뒤늦게 “투자 원금 중 돌려받지 못한 150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987년에 설립된 다스는 주로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1999년에 이상은(이 전 시장의 친형)씨가 지분을 인수했다. 2006년 말 현재 대표이사 이상은씨가 46.85% 지분을, 감사 김재정(이 전 시장의 처남)씨가 48.99%를 소유하고 있으며, 2003년에 상호를 ‘대부기공’에서 다스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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