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하남시장…“시민들의 반대에는 정치세력이 개입돼 있어”
▣ 하남=글 박수진 기자jin21@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6월26일 하남시청은 소란스러웠다. 이날 광역 화장장 설치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장소인 하남시청 안팎에는 시민 200여 명이 모여 “화장장 설치 결사 반대” “김황식 시장 주민소환” 등을 외쳤다. 삭발을 하고 소복을 입은 시민도 눈에 띄었다. 하남시청 공무원들은 대회의실 앞에서 공청회 참석을 미리 신청한 시민과 신청하지 않은 시민을 솎아내느라 분주했다. 일부 시민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공무원들과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시장실이 있는 청사 2층 복도에도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시장실 앞과 시청 주위에는 이날 내내 전경 3개 중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정책 설명 기회를 봉쇄당했다
공청회가 끝난 뒤 인터뷰에 응한 김황식 하남시장은 “경기도에서 2천억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라며 “나같이 열심히 일한 지자체장이 주민소환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을 지냈고,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하남시장에 당선됐다.
광역 화장장을 유치하기로 결정해 주민 반대에 부딪쳤다. 화장장 유치의 배경은 뭔가.
= 재정 마련을 위해서다. 현재 하남시 1년 예산은 2천억원인데 이 중 가용 예산은 4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돈으로는 주민들의 복지·문화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주민들은 화장장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러다간 하남시 발전이 20~30년 지연된다. 하남시는 종잣돈이 필요하고 현재로서는 (화장장 유치가)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상상을 초월한다. 주민소환도 준비하고 있다.
= 나보고 주민소환 1호 대상이라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를 거쳐 그만두라면 그만둬야지, 별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광역 화장장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거쳐서 1명의 주민이라도 더 반대하면 화장장은 안 한다. 이보다 더 민주적일 수가 있는가. 주민소환은 부정부패나 비리형 자치단체장을 소환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화장장 건설은 지난 5월25일에 통과된 ‘화장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다. 책무를 다하는 지자체장을 소환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지자체장이 어디 있겠나.
주민들은 ‘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라고 비판한다.
= 지난해 10월16일 시의회에서 화장장 유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민 공청회와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치겠다고 했다. 필요하면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대의기관인 시의회에 말하는 것 이상으로 정당한 절차가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해 10월23일엔 설명회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바로 계란 세례를 받았다. 이후로도 정책 설명 기회를 봉쇄당했다.
화장장 유치로 하남시가 기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익은 뭔가.
= 화장장을 유치하면 화장장 건설비 3천억원뿐 아니라 인센티브로 ‘2천억원+α’를 받는 것으로 김문수 경기지사와 나 사이에 양해가 되어 있다.
김문수 지사는 확답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 김문수 지사에게 “화장장을 받을 테니 2천억원을 인센티브로 주십시오”라고 요구했고, 김 지사가 거절하지 않았다. 나는 그가 동의했다고 생각한다. 가평이 화장장을 설치하기로 했다가 주민 반대로 못한 것을 내가 김 지사를 찾아가서 “하남시가 하겠다”고 한 거다. 가평에서 이미 1300억원의 인센티브가 책정됐었다. 하남은 더 받는 게 당연하다.
환경문제 있다는 건 거짓말
2천억원으로 뭘 할 건가.
= 명품 도시를 만들 예정이다. 신장동 17만 평 땅과 풍산동 4만 평 부지가 확보돼 있다. 여기에 아웃렛, 시네마파크, 전통 먹거리 시장, 관광호텔 등을 지어 관광 명소, 부자 명품도시를 만든다. 덕풍천을 복원해 애들이 멱 감고 놀 수 있는 환경 명품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교통 명품도시도 지향한다. 하남은 강남에서 20분, 인천공항에서 1시간30분밖에 안 걸리는 교통의 요지다.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지하철 5호선 연장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나머지 하나는 교육 명품도시다.
실현 가능한 얘긴가.
= 부자명품과 관련해서는 이미 3개 외국계 회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시장성이 없으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겠나. 아웃렛 건설도 도시공사에 400억원 자본금이 있으니 여기에 600억원만 증자하면 1천억원이 돼 공사자금 1조원을 수주할 수 있게 된다(공공기업은 자기 자본의 10배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덕풍천 복원도 화장장안이 통과만 되면 바로 내년 1월1일부터 착공할 수 있다. 교육명품도 서울의 두 대학이 지방 캠퍼스를 하남시에 설치하겠다고 제안해온 상태다.
어느 학교인가.
= 고르고 있는 중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시민들은 왜 시장 소환운동까지 벌이며 화장장 유치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나.
= ‘다이옥신이다, 뼛가루가 날린다’ 등의 말들을 하는데 다 거짓말이다. 아마 반대하는 쪽에서도 환경적 문제는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을 거다. 집값이 떨어지니까 반대하는 거다. 그러나 집값은 화장장 유치로 받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덕풍천을 복원하면 절대 안 떨어진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생태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시민들의 반대에는 정치세력이 개입돼 있다고 본다. 현재 화장장을 반대하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다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지구당위원장이다. 이들이 정치적이다 보니 지금 논점도 ‘화장장 건설 반대’에서 ‘오만과 독선의 행정’으로 옮아갔다.
한나라당도 반대하고 있지 않나.
= 지금 다들 ‘반대, 반대’하니까 휩쓸리는 것 같다.
오늘 공청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공청회가 너무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 반대하는 쪽이 오히려 민주적 절차인 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막고 있다. 2~3시간씩 시장을 감금하는가 하면, 관사로 이사가는 날 집 앞에 제사상 차려놓고 고사를 지냈다. 이런 폭력이 어디 있나. 정치 세력화된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정치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 있다. 화장장이 안 되면 하남시를 발전시킬 다른 대안을 가져오라고 해도 없다. 오늘 공청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참석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자기들이 안 한다고 했다. 전문가 중 반대하는 패널 추천도 의뢰했다. 거기에도 응하지 않았다. 지금 앞에 나서서 화장장 설치를 반대할 전문가가 어디 있겠나. 다들 밖에서만 떠들고 장을 열어주면 얘기를 못한다.
반대가 한 표라도 많으면 안 한다
화장장 부지 바로 밑에는 부추 농가가 100여 가구쯤 있다. 이들은 ‘화장장에서 난 부추를 누가 먹겠냐’며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반대한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뭔가.
= 주민지원 사업비 500억원을 책정했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화장장인) 수원연화장의 경우 지역 경제를 살린 효자시설이다. 하남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장례식장, 매점, 식당 등에 화장장 입지 지역 주민을 우선 고용할 것이다.
시가 지금 들끓고 있다.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어쨌든 시장의 능력 부족이 아닌가.
= 시가 꼭 분열된 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찬성과 반대가 공존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나는 지금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거쳐서 찬성이 많으면 예정대로 화장장을 건설하고, 반대가 한 표라도 많으면 안 하겠다. 지금 시정 운영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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