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외로움을 겪으면서 난임부부의 소통공간을 만든 한 여성의 외침
▣ 박춘선 아가야 대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평범한 임신을 했다. 직장생활의 병행은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시댁과 주변에 대한 다중고는 마음의 화를 키웠다. 우울과 만성피로가 이어졌다. 지칠 대로 지쳐 있던 나는 결국 두 번의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난임치료에 아직도 높은 본인부담금
아가를 만나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었다. 하지만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다.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마음의 휴식처가 필요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과 어깨를 기대고 서로를 위로했다. 함께 웃었다. 덕분에 우리는 씩씩해져가고 있다. 외로운 섬처럼 고립돼 있던 우리는 2003년 아가를 꿈꾸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소통 공간 ‘아가야’(www.agaya.org)를 만들었다. 2005년부터는 용기를 내어 ‘난임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촉구 길거리 서명캠페인’을 시작했다. 국회를 쫓아다니고 언론에 호소했다. 그 결과 난임부부와 출산희망 가정에 시험관아기 시술비 일부를 지원받는 정책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만6천여 명이 지원해 5600여 가정이 귀한 결과를 얻었다. 올해는 5월 현재 1만2천여 명이 지원해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지원방식은 140만 쌍(2000년 기준) 난임부부들에겐 턱없이 부족하다. 난임 치료시 높은 본인부담금은 병원 문턱을 높여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난임은 보이지 않는 질병이다. 하지만 보험급여 확대의 목소리는 아직 메아리가 없다. 언제까지 난임부부들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고통을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가.
난임 진단을 받은 뒤 겪는 스트레스는 암 선고를 받는 것에 육박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어느 누구도 난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디 ‘불임부부 지원’을 저출산 극복 타깃이라고 떠들지 말아줬으면 한다. 난임 가정을 방치하고서 선진 복지사회 팡파르를 울리지 말아달라. 민망하다. 진정 상처를 보듬고 연대하려 한다면 귀기울여달라. ‘불임’(不姙)이 아니다. ‘난임’(難姙)이다.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를 불임으로, 가능하지만 노력이 필요한 경우는 난임으로 불러달라. 작은 표현이 난임부부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정상적인 남녀가 정상적인 결혼생활 1년 이내에 임신이 안 되면 불임”이라는 기계적이고 건조한 의학적 정의도 바꿔달라. 이에 따라 정부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깊이 고민했고 조심스럽게 입양을 결정했다.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하지만 나의 선택이 모두의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아이를 갖는 데 어떠한 ‘정답’도 없다. 다만 먼저 아픔을 겪었고 같은 상황의 이들을 만나 힘과 용기를 얻은 처지에서 감히 난임부부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힘들수록 느긋해지자. 스스로 고립시키지 말자. 당당해지자. 우리를 옥죄는 사슬이 있다면 단호히 끊자.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두자.
힘들수록 느긋해지자
아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이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잘 계획하고 잘 설계하자. 어느 작은 별로부터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을 아가를 응원하자. 아가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hr>난임 극복을 위한 ‘아가야’의 제안
스트레스 줄이기
스트레스는 유즙분비 호르몬처럼 임신을 방해하는 여러 호르몬들을 분비시켜 임신을 방해한다.
꾸준한 운동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난자와 정자의 질을 좋게 한다.
비만 극복
비만은 배란 장애를 일으키고 성기능 장애는 물론 정자 생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인내심 갖기
전문병원에 다니면 단기간에 쉽게 임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자. 성공까지 평균 6개월에서 1년, 그 이상이 소요된다.
불임 정보 수집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정기모임을 갖고 상식과 치료법 등을 교환하자.
상술에 현혹되지 않기
터무니없는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은 시간 낭비, 돈 낭비다.
적절한 시기 선택
전문병원 방문 시기를 늦추지 말자. 난소의 조기 노화가 보일 경우 임신을 서둘러야 하는 결단이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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