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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파라곤 69평에 30억5천만원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큰 폭의 가격 상승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만 해당… 부동산에서 거주자들의 ‘수준’이 점점 중요해져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주상복합 아파트 가운데 제일 비싼 데는 어디일까?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타워팰리스’일까?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인 부동산114(www.r114.co.kr)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3월16일 기준으로 40~50평형에서 가장 비싼 데는 2004년 6월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의 ‘파크뷰’였다. 파크뷰 48평짜리의 매매 평균 가격은 19억원으로 평당 3958만원 수준이다. 파크뷰에 이어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롯데캐슬골드’(50평형·평당 3510만원),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2차(48평형·평당 3333만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48평형·3333만원)가 그 다음으로 비싼 축에 들었다.

평당 1천만원에 못 미치는 것도

이보다 좀 큰 60평형대에선 ‘동양파라곤’이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동양파라곤 69평짜리는 평균 매매 가격이 30억5천만원이었다. 평당 가격이 4420만원으로 40~50평형의 최고가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다. 같은 지역의 66평형 동양파라곤은 30억원으로, 평당 4545만원이었다.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1차 68평형은 29억원으로 평당 4265만원 수준이고, 같은 지역의 타워팰리스 3차 69평형은 26억5천만~27억원으로 평당 3841만~3913만원이었다.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67평형(B)은 26억원(평당 3881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고급 아파트의 가격 흐름은 어땠을까? 타워팰리스의 예를 보자. 입주 초기인 2002년 10월 6억8천만원 수준이었던 34평형은 올 3월엔 15억원에 형성돼 있다. 4년5개월 만에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좀더 큰 규모인 68평형의 시세는 2002년 10월 11억원에서 2007년 3월엔 3배 가까운 29억원까지 올라 있다. 이런 상승폭은 전국 집값 흐름에 견줘 10배 가까운 수준이다.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2003년 9월=100’을 기준으로 한 주택 매매가격 종합지수는 2002년 10월 94.2, 올해 2월 114.9로 나타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4년여 동안 전체적인 집값은 20~30%가량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93.8에서 127.2로 높아지긴 했어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 견줄 바가 아니다.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의 매매 지수는 2002년 10월 88.6에서 올 2월 145.9로 높아져 60~70%의 상승률을 보였지만, 역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물론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주상복합 시장 전체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긴 물론 어렵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주상복합으로 분류되는 서울 지역 아파트 중에는 평당 1천만원에 못 미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2004년 10월에 입주한 서울 중랑구 한 주상복합 아파트 24평형의 시세는 현재 1억3700만원(평당 623만원)이다. 닥터아파트(www.drapt.com)에서 확인한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 일반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2002년 12월 평당 995만원에서 올 2월 1617만원으로 75.6%(가중치를 감안한 닥터아파트의 계산) 올랐다. 이에 견줘 주상복합 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당 1216만원에서 2275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돼 87.1%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상복합 아파트가 높긴 해도 4년여에 걸쳐 10%포인트 격차를 보인 것을 두고 뚜렷한 차이라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더라도 이런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지역의 연도별 가격 추이를 보면, 일반 아파트는 2002년 평당 1006만원에서 2006년 1718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당 1257만원에서 2096만원으로 높아졌다. 단순 산술 평균으로 따지면, 일반 아파트는 70%, 주상복합은 66%로 오히려 일반 아파트 쪽의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주상복합과 일반 아파트의 월별 가격 변동률 그래프를 보더라도 2005년 들어 주상복합의 상승세는 일반 아파트보다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주상복합 전반의 가격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보다 더 강했다고 보긴 어렵고, 부동산 시장의 ‘랜드마크’(대표 표지판)로 불리는 초고급 아파트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셈이다.

김혜현 부동산114 거래지원센터 부장은 “대형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전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시장을 주도했다고 보긴 어렵고, 다만 고급 아파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던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에서 전엔 없었던 70~80평형이 나타나면서 아파트 시장과 주거 수준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아파트 값이 평당 3천만원을 넘어 4천만~5천만원에 이르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오르진 않겠지만 떨어지지도 않을 것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가격 흐름에서 눈길을 끄는 시점은 2004~2005년이었다. 타워팰리스 34평형을 보면, 입주한 지 두 달 만인 2002년 7억원대로 뛰어오른 뒤 수직 상승세를 이어가며 9억원대까지 뛰어올랐다가 2004년 7월 들어 다시 8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이 평형의 타워팰리스가 다시 9억원대를 회복한 것은 2005년 4월 들어서였다. 68평형의 경우 2005년 9월까지 오름세를 거듭하며 20억7500만원까지 올랐다가 그해 12월까지 내림세를 보였다. 전반적인 주상복합 아파트 또한 2004~2005년을 거치면서 상승세는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10·29 부동산 대책’(2003년) 이후 20세대 이상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분양 조건이 동일해지고,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 금지 조처 등 규제를 받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2004년 3월 주택법 개정으로 소유권 등기가 이뤄지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도록 한 데 따른 영향도 있었다.

올해 들어 주상복합 아파트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강화된 부동산 과세 조처가 시행되고 ‘1·11 부동산 대책’으로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서울 지역만 보더라도 주상복합의 1월 한 달 상승률은 0.33%로 전달(0.70%)의 절반 수준이었다. 2월에도 서울 지역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승률은 0.14%에 머물렀다.

김경미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장은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수요자가 한정돼 있어 강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편의성 때문에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김혜현 부동산114 부장도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주상복합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크게 오른다고 볼 순 없어도 더 떨어지지 않고 대체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예전엔 부동산이 ‘(거주할) 공간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거주자들의 수준’, 즉 ‘이 지역에는 어떤 수준의 사람들이 산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주거 수요 또는 투자 가치를 따지는 ‘경제적 가격’을 넘어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는 ‘사회적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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