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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드, 건강한 정보를 꿈꾼다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 국립의학도서관의 ‘메드라인’을 한국화하는 작업 진행 중…학술적으로 검증된 정보 제공, 국내 의학계 검증 자료 추가해야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그야말로 ‘건강한’ 정보에 대한 갈증이 깊은 터였다. 지난 1월23일 태극마크 건강의학 정보가 싹트는 서울대 간호대의 한 연구실에 갔다. 그런데 컴퓨터 모니터 앞의 김태윤 연구원(서울대 보건대 박사과정)은 외국 사이트에서 정보를 긁어모으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실망스러웠는지 “이렇게 단순노동을 하는 것이냐”라는 우문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곧바로 현답이 되돌아왔다. “한국형 소비자 건강정보 시제품(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외국 콘텐츠에서 통증에 관한 자료를 분석해 시스템을 기획하는 과정이다.”

기존 정보 사이트들은 차별화되지 못해

이렇게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MedlinePlus)’(코메드·Komed) 콘텐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코메드 연구단은 오는 5월 말까지 시제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해 자문위원회와 소비자의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코메드의 주요 활동이 ‘번역’이라는 사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보화사업추진단의 김소윤 서기관은 “요즘 개인이 병을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양질의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화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메드라인플러스는 세계 최대의 건강의료 정보 사이트로 꼽힌다. 미국 국립의료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NLM)이 운영하는 메드라인플러스는 전문 연구자들이 즐겨 찾는 의학논문 관련 데이터베이스인 ‘메드라인’(Medline)의 대중화를 꾀한 사이트로서 전문가들이 조사한 정보만 추가하며 광고성 홍보물은 없다. 게다가 6개월에 한 차례씩 모든 정보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 만난 바이오메디컬 커뮤니케이션 석좌교수 로버트 로건 박사는 “국립의학도서관은 의학 전문가에서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수준에 맞는 정보를 제공한다”며 이용을 권유했다.

사실 국가 차원에서 건강의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미국만이 아니다. 건강의학 정보의 범람으로 인해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된다는 지적에 따라 영국의 ‘NHSdirect’, 일본의 ‘MEDIS-DC’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개인이 건강의학 정보를 올바르게 활용하면서 의료소비의 중심에 서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 나라들보다 체계적이지는 않다 할지라도 국내에도 정부 부처나 기관이 운영하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마당’, 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건강길라잡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등도 소비자 건강정보 모델로 개발됐다.

문제는 기존의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나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마당만 해도 신뢰성은 높은 편이지만 콘텐츠 양이 부족하고 의료소비자 중심의 이용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각종 포털에는 신기술을 과대포장하거나 시술 성공률을 부풀린 자료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서울대 의대·간호대 연구팀의 ‘인터넷 건강정보가 의사-환자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1차 분석에서, 인터넷 건강정보는 환자가 자신감을 갖을 수 있을 만한 정보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전국 의대 교수와 개원의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월23일까지 실시한 이 이메일 설문조사에서 255명의 응답자 가운데 227명(89%)이 “지난 1년 동안 진료 중에 환자가 인터넷에서 접한 건강정보에 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터넷 건강정보의 정확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5명(37%)이나 됐다. 또 대부분의 의사들(213명)은 “환자들은 대체로 인터넷 건강정보가 자신에게 적절한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인터넷 건강정보에 근거한 환자의 요구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적절하지 않다고 본 교수와 개원의는 182명으로 71%나 됐다.

국가적 사업 지원에 회의적 시선도

그렇다면 코메드는 건강의학 정보의 산실로 자리잡을 것인가. 일단 학술적으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현재 메드라인플러스는 1300여 기관에서 제공하는 1만8천여 개 링크(A4 용지 6억5천만 장 분량)를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저작권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NIH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 4천여 개 링크(약 1억4천만 장)를 코메드에 무상으로 올릴 수 있다. 이 콘텐츠만 해도 문서는 물론 사진·음성·동영상 등으로 방대한 양이다. 여기에서 코메드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메드라인플러스가 한국형으로 거듭나기까지 1천여 개 링크(약 3500만 장)를 번역하는 것도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국내 의학계의 검증 자료를 추가해 ‘한국형’의 면모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대체의학 관련 링크를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시제품 개발을 한 뒤 개발 작업이 본격화 되면 최소한 연간 50억원씩 3년은 투자해야 제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코메드 개발에 회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주한 교수(의료정보학)는 “정부가 건강의학 정보를 국가적 사업으로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번역 위주의 사업에 연간 몇십억원씩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코메드 개발자들은 시스템이 완성되면 건강한 의료소비로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의 건강보험에 따른 진료비 총액은 지난 2005년에 24조8615억원으로 2001년 17조8433억원보다 7조원가량 늘었다. 진료받은 횟수가 13회에서 15회로, 1인당 진료비가 38만7천원에서 52만4천원으로 늘어난 탓이다. 이를 유해한 건강의학 정보에 의한 불필요한 의료 소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양질의 건강의학 정보가 뒷받침된다면 의료소비에도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다. 어쨌든 양질의 건강의학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급할 방법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 연구개발책임자 김정은 교수]


“이제 정보의 질을 따져야”

지금은 시제품 연구 단계, 국내 연구 결과 추가해 보완할 것


건강의학 정보가 넘치지만 알맹이 있는 것은 드물다. 일부 공공기관 사이트의 정보마저 질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것 투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의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동떨어진 용어를 남발해 ‘남의 나라 말’로 여기게도 한다. ‘한국형 메드라인플러스’(코메드) 개발을 맡은 서울대 간호대 김정은 교수(간호정보학)는 “이제는 건강의료 정보의 질을 따져야 할 때”라며 “국내 실정에 맞는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판”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코메드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일부에서는 건강의학 정보 사이트가 “아예 필요 없다”거나 “있을 만큼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용을 깊숙이 살펴보면 한계가 뚜렷하다. 특정 질병에 관련된 정보를 찾는 사람은 깊은 정보를 원한다. 이른바 ‘소비자 전문가’(prosumer)들의 요구에 맞춘 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차원의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현재의 정보를 특정 기관에서 인증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인증하는 방법을 수년 동안 찾아보기도 했다. 예컨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 인증기구 ‘헬스온더넷기금’(Health On the Net Foundation·www.hon.ch)과 같은 조직을 구성하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예산 문제와 이해관계가 엇갈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살아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인터넷의 생리상 그런 조직을 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메드라인플러스의 한국판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인터넷에 있는 건강의학 정보 가운데 가장 신뢰할 만하다는 게 중요한 이유다. 우리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영어가 능통한 사람이라면 직접 이용하면 되겠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코메드를 통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의학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미 공공기관에서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 나름대로 독자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지만 양과 질적인 면에서 메드라인플러스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 관련 정보나 국립암센터의 암 전문 정보 등 기관의 특화된 정보는 코메드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으로 만들면서 ‘슬관절’을 ‘무릎 관절’로 바꾸는 식으로 의학용어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게 대대적으로 다듬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코메드 개발과 운영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예정인가.
= 지금으로선 의학에 능통한 전문 번역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소비자 용어 연구는 대한의료정보학회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겠지만 완성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렇듯 지금은 시제품을 연구하는 단계일 뿐이다. 만일 국가보건정보센터가 설립되면 ‘소비자건강정보센터’ 형태로 운영을 시작한 뒤 적절한 시기에 별도의 조직으로 독립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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