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석유 고갈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바이오디젤… 관리상의 허점이 발견됐다고 시민이 이용할 수 없도록 차단해야 하나
▣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 간사
지난 6월 환경운동연합은 시민 200명과 함께 ‘식물연료 시민체험단’을 꾸렸다. 올해 7월 바이오디젤(BD20)의 시중 유통이 중단되기에 앞서 좀더 많은 시민들에게 바이오디젤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체험단으로 활동했던 거의 모든 시민들은 BD20의 주유소 판매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유전 찾는 비용의 10%만 들인다면…
환경운동연합은 바이오디젤이 국내에 첫발을 내디딘 2002년부터 이 연료를 사용했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자체 제작한 에너지 교육 차량 ‘움직이는 태양에너지 학교’에 BD20을 넣고 전국을 순회했던 것이다.
2.5t 트럭을 개조한 이 교육용 차량에 바이오디젤을 넣고 10만km가량을 달렸지만 어떠한 기계적인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라면 바이오디젤을 공급받을 수 있는 주유소가 제한돼 있어 BD20을 파는 주유소를 찾지 못할 경우, 내가 원하지 않는 ‘순수 경유’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부터도 식물성 기름으로 차가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만난 시민들은 바이오디젤의 존재를 접하고 새로운 발명품을 본 양 흥미로운 관심을 보여줬다. 디젤 엔진을 처음 개발한 루돌프 디젤이 땅콩 기름을 이용했다는 사실은 전국 각지에 위치한 주유소의 수많은 경유 주유기에 가려져 기억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다.
3년새 두 배 이상 치솟은 석유값은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이며,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들려온다. 게다가 대기오염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석유·화석연료가 야기하는 폐해는 이제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값싼 편리함 이면에는 어쩌면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숙제가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해결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석유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유채씨나 현미, 열대과일인 팜으로부터 얻는 바이오디젤은 연료로서의 편리함과 환경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최적의 대안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의 제안으로 2002년부터 바이오디젤(BD20)의 시범보급 사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영세업체의 난립, 이익을 더 내기 위해 바이오디젤의 함량을 마음대로 조정한 주유소 사장님들, 그리고 정부의 관리 소홀로 바이오디젤을 이용한 차량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시범보급 사업 기간 중 나타난 몇몇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노력 대신 BD20의 시장 판매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후퇴시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바이오디젤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정도로 남겨두었다는 점인데, 7월1일부터 정유사에게 일반 경유에 약 0.5%의 바이오디젤을 섞도록 하고, 앞으로 그 함유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과연 정부는 석유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석유를 더 차지하겠다고 사람 죽이는 전쟁까지 벌이는 마당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은 시민들에게 값싼 양질의 석유를 무한 공급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화석에너지 빈국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바이오디젤은 어쩌면 유일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적인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에서 유전 찾는 데 들어가는 비용 중 단 10%만 바이오디젤 육성 정책에 지원한다면, 정부가 원하는 ‘소비자의 원성 없는’ 양질의 바이오디젤 생산이 가능할 텐데 말이다.
3년 전 자동차 주인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던 ‘유사 휘발유’ 세녹스는 여전히 큰 도로 옆에서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가짜 연료일 텐데 이에 대해서는 적당히 방관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이라고 정부 스스로 인정한 바이오디젤은 크고 작은 관리상의 허점이 발견됐다고 일반 시민이 이용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석유 없이 살 수 있는가? 그렇다!
시민체험단으로 참여했던 광주의 한 시민은 오래된 레저용 차량(RV)을 운전하는데, 창문을 열면 시큼한 매연 냄새가 올라와 항상 문을 닫은 채 운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BD20을 넣으니 ‘어느 분 말씀처럼 콩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고 체험 후기를 보내주었다.
또 카니발을 운전하는 한 시민은 카니발 특유의 분진 배출이 BD20을 넣음으로써 없어지다시피 했다고 한다. 예민한 운전자들은 BD20만 넣어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만약 BD100을 넣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환경운동연합에서는 BD100을 차량에 넣고 달려보기도 했는데 배출구에서 나오는 매연이 고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누군가 나에게 ‘차와 이혼하라’고 명령한다 해도 아마 몇 시간 못 가 자동차의 편리한 유혹에 다시 빠져들지도 모른다. 대신 ‘석유 없이 살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정부가 주유소에서 BD20, 나아가 BD100을 팔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면 말이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처럼 엔진 부품 일부를 보완해 BD100을 넣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는 차량을 제작해준다면 말이다. 정부가 바이오디젤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과 예산 지원을 넉넉히 해준다면 바이오디젤을 통한 석유 독립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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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만화 에서 나오는 붕붕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 붕붕의 연료가 상용화된 게 바로 바이오디젤이다. 대두유(콩기름)·폐식용유·유채기름·쌀겨 등으로 만드는 식물성 연료이기 때문이다. 보통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섞어 쓰는데, 혼합 비율에 따라 BD5(바이오디젤 5%+경유 95%), BD20(20%+80%)과 BD100(바이오디젤 100%)으로 불린다.
바이오디젤은 지구온난화의 재앙을 막는 구원투수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 같은 식물원료를 1t 사용하면 2.2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있다. 미세먼지도 대폭 줄어든다. 미세먼지의 52%는 경유차를 통해 배출되는데, BD20을 이용하면 미세먼지를 12~18% 줄일 수 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바이오디젤 대중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5.75%, 2020년까지 20%를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식물연료로 대체하기로 했고, 바이오디젤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유채기름으로 만든 BD100을 취급하는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1700여 개(전체의 약 10%)에 이른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일천하기 그지없다. 2002년부터 정부가 바이오디젤(BD20) 시범 보급 사업을 벌였으나, 정유사와 자동차업계는 겨울철 필터막힘 현상이 발생하는 등 품질이 떨어진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1일 BD20 지정주유소 제도마저 폐지돼, 일반인들은 BD20을 구입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산업자원부는 5개 정유사 사장단과 협약을 맺고 2년 동안 9만㎘의 바이오디젤을 경유에 섞어 보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연간 9만㎘의 공급량으로는 바이오디젤 함유 수준이 0.5%에 불과해 오염물질 절감 등 환경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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