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천구를 넘었는데 올해 7월엔 1855구나 옮겨져… 한 달에 민간인 2539명 희생되는 미군 점령 3년반째의 이라크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죽은 자는 산 자가 감내해야 할 끔찍한 현실을 반영한다. 침공 3년5개월째, 이라크의 오늘은 매일 이어지는 ‘죽음의 기록’을 극명히 드러낸다. 거리마다 설치된 검문소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눈먼 총알을 막아내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도로 매설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기에, 외출은 때로 목숨을 건 도박일 수 있다. 팍팍한 삶의 조건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미움과 두려움만이 악귀처럼 허공을 맴돌고 있다.
총리의 ‘치안 확보 성과’란 무엇일까
지난해 8월17일 저명한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영국 에 실린 ‘주검안치소의 비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지난 7월 1100구의 민간인 주검이 바그다드 주검안치소로 옮겨졌다. 주검 가운데 20%는 영원히 신원을 밝히지 못할 것이다. 상당수 주검은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거나 훼손된 상태였다.”
1997년부터 3년 동안 7월 한 달 동안 바그다드 주검안치소에 옮겨진 주검은 평균 200구 이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2003년 7월엔 700구의 주검이 옮겨졌고, 2004년엔 그 수가 800구가량으로 늘었다. 그리고 ‘바그다드의 최근 역사에서 유혈이 가장 낭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7월 마침내 1천 구를 넘어선 것이다. 그럼 올해 7월은 어땠을까?

는 지난 8월15일치 기사에서 이라크 보건부와 바그다드 주검안치소 등의 자료를 근거로 “7월 한 달 동안 이라크에서 숨진 민간인은 모두 3438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110명의 이라크인들이 거리에서 스러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수치는 6월에 비해 9%, 지난 1월에 비해선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6월14일 대대적인 치안확보 작전에 나선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최근 “적잖은 성과를 올렸다”고 주장한 것은 대체 뭘 근거로 한 말일까?
바그다드 주검안치소로만 7월 한 달 1855구의 주검이 옮겨졌다. 이는 이라크 전체 민간인 사망자의 절반을 넘는 수치로, 6월에 비해 18%나 늘어난 것이다. 는 “이런 수치를 유엔 등 국제기구가 입수한 이라크 정부 공식통계와 맞춰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일곱 달 사이에만 모두 1만7776명의 이라크인들이 숨졌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한 달 평균 2539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고 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 2003년 5월 초의 일이니, 그새 3년3개월여가 흘렀다.
전력공급·실업률도 개선 기미 없어
전후 이라크의 현황을 추적하고 있는 미 브루킹스연구소가 매달 펴내는 ‘이라크 지표’ 보고서 8월치를 보면, 생활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다. 전쟁 직후인 2003년 5월 하루 평균 4~8시간씩 이뤄지던 전력 공급은 2004년 2월 16시간(바그다드 16.4시간)으로 최고조에 올랐지만, 올 8월 들어 11시간(바그다드 6.4시간)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직후 50~60%에 이르던 살인적인 실업률도 급속히 낮아지는가 싶더니,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세가 멈추면서 25~40%대를 9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그러는 새 수니-시아파로 갈린 이라크인들은 서로를 겨냥한 폭력에 길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테러 공격은 모두 1만1111건으로, 이로 인해 1만46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이라크에서만 3474건(전체 발생건수의 30%)의 테러 공격이 벌어졌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8300명(전체 사망자의 55%)에 이른다. 점령 3년 반째를 맞은 이라크의 참담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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