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된다”는 이주영 교사와 “불가피하다”는 김혜진 교사 대담… 효과 일시적이고 점점 강도 높일 수 밖에 없다는 데는 의견일치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정리 이혜민 인턴기자 taormina@hanmail.net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을 모시고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체벌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경기 군포의왕교육청 상담순회교사인 이주영 교사는 14년차의 베테랑 초등학교 교사이며 김혜진 교사는 교사 경력 5년차로 현재 군포 당정초등학교 2학년 1반의 담임교사를 맡고 있다. 두 명은 대담에서 각각 ‘체벌 없이도 가르칠 수 있다’, ‘체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담은 7월13일 당정초등학교에서 이뤄졌다.
아이들의 휴대폰 촬영 빈번해질 수도
사회: ㄱ 동영상 사건의 파장이 크다. 이런 식의 체벌 사건이 나면 교사 집단 전체가 폭력적으로 비쳐진다.
이주영(이하 이): 수업 현장이 동영상으로 찍혔다는 게 일단 서글프다. 그렇게 보도되면 교사들도 많이 위축된다.
‘그 선생님이 왜 그렇게 강하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내가 만났던 몇몇 (그럴 위험이 있는)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개인적인 문제로 체벌을 심하게 하는 선생님들이 좀 있다. 그 선생님이 그런 유의 선생님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어떤 지도를 하다가 가혹하게 됐는지 등이 궁금했다.
김혜진(이하 김): 속상한 것은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몇 년 전부터 너무 많이 반복했다. 휴대전화 동영상이 발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사회: 애들이 직접 찍으려고도 하나.
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진짜 찍을 수도 있다. 실제 초등학교 6학년은 찍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한다. 맞벌이 부부 아이 같은 불가피한 경우는 제외한다. 휴대전화가 고가여서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지만, 학교로서도 약간 그런 것(동영상 촬영이 일상화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 같다.
김: 일반인들은 초등학생들을 굉장히 어리다고 하지만 6학년은 이미 중학교 수준이다. 4학년도 굉장히 성숙하다. 이런 애들은 경찰에 전화하거나 담임을 바꿔달라고 하기도 한다.
사회: 체벌이라는 개념이 너무 광범위한 것 같다. 학교에서 체벌 규정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나.
김: 회의 시간에 때리지 말라고 얘기하는 정도다. 따로 교육은 받지 않는다. 규정이 딱히 없다. 매뉴얼로 어떻게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그런 것도 없다. 처음에 발령 났을 때 때리려면 지름 몇cm 같은 걸로 하라는 규정을 얼핏 본 적이 있기는 한데. 연수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지도 않다.
이: 별도로 교육받은 적은 없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할 때 일부 배우기는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학교 현장에서는 없는 것 같다.
사회: 순전히 교사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이: 교실은 살아 움직이는 아이들과 선생님이 접촉하고 함께 사는 공간이어서 그런 것을 규정하기가 좀 어렵다. 몇cm 이하의 매를 써라, 감정이 들어가게 하지 말라는 등의 규정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급박하게 생동하는 생명체이기에 그런 규정을 과연 합당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내가 받은 체벌을 내가 하고 있더라”
사회: 본인이나 주변 선생님들의 체벌 방식을 소개해달라.
김: 주로 몸을 쓰는 벌을 준다. 교실 밖으로 보내면 수업권이 박탈되니까 나가게 하지는 않는다.
교실에 구역을 정해놓고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벽에 손바닥 모양을 그려놓고 거기에 일정 시간 손바닥 붙이고 있기 등도 한다. 신기한 것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하던 체벌을 나도 똑같이 한다는 점이다. 가끔씩 손바닥도 때린다. 장구채처럼 생긴 회초리를 쓴다. 아이들이 아파하면 무척 속상하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다.
이: 나는 체벌을 하지 않는다. 이제 교사 경력이 15년차인데 1년차 때만 매를 들었고 2년차부터는 체벌을 하지 않는다. 1년차일 때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했는데 굵은 막대기로 엉덩이를 때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때리고 난 뒤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안티프라민을 발라줬다. 그런데 한 여자애가 지나가면서 “병 주고 약 주네”라고 말하더라. 그날 이후 안 때리기로 했다. 그 뒤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졌다.
사회: 체벌은 흔히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체벌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체벌을 해야 할 상황이 있다. 주의를 줘도 아이들이 흘려듣는다. 고학년 중에는 아무 이유 없이 욕을 하거나 폭행을 하거나 돈을 빼앗는 아이도 있다. 체벌 전에 아이들에게 뭘 잘못했는지 묻고, 어떤 벌을 받아야 할지 얘기한 뒤 체벌한다. 신체적 고통 때문에 말을 듣는다기보다는 체벌할 때의 따끔한 분위기 때문에 말을 듣는다. 물론 분위기가 유지되는 게 일시적이긴 하다. 학기 초에 잘해야 1년이 편하다고 말하는 선배들도 있다. 한 번도 안 웃고 3월을 보낸다는 사람도 있다더라. (웃음)
이: 체벌을 안 하게 되면서 아이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덜해졌다. 학부모와 접촉을 많이 하는 편이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내 교육관을 지속적으로 알리니까 학부모들이 좋아했다. 물론 불만이 있는 부모도 있었다.
사회: 동영상 사건도 그렇지만, 최근 문제가 된 체벌 사건들이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 등 저학년 교실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이유가 따로 있나.
이: 1학년의 경우 학부모는 학교에 처음 보내기 때문에 기대가 많다. 문제가 있는 선생님도 있기는 하지만, 갈등이 커지거나 체벌 문제가 생기면 교사 편을 들기보다는 아이 편을 드는 경우가 많다. 또 저학년은 한 명이 떠들면 40명 전부가 따라한다. 선생님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학교 쪽에서도 대부분 아이를 낳아본 엄마 교사들에게 1학년 담임을 준다. 1학년은 정말 다르다. 정말 살아 있는 아이들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지 않고 “오줌 누러 갈게요” 한다. 너무 급하면 자기 고추를 잡고 간다. (웃음) 애들은 적응이 안 됐는데 선생님은 빨리 틀 속에 넣으려고 하니까 마찰이 생긴다.
왜 50대 교사들에게서 문제 생기나
사회: 조금 민감한 질문을 드리겠다. 문제가 불거진 초등학교 1학년 교사들이 대부분 50대이다. 교사 경력이 많으면 더 노련하다고 봐야 하는데 이런 일이 왜 생기는가. 능력의 문제인가, 세대 차이로 인한 인식의 차이인가.

이: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교사들 중에서도) 세대 간의 차이는 좀 있다고 봐야 한다. 물론 경력이 많은 선생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개인 차이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연세가 든 선생님들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20년 전이나 30년 전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은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 경력이 5년밖에 안 됐지만, 돌이켜보면 처음 발령 났을 때와 지금의 아이들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요즘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비디오 매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또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한다. 문제 행동이 돌출될 소지가 크다.
사회: 초등학교 1학년 담임 교사의 중요성은 다른 학년보다 더 크다고 본다. 교사, 체벌, 학교 등에 대한 경험이 처음이고 그만큼 영향도 크다. 이후 학교 생활을 좌우하는 측면도 있지 않은가.
이: 유치원에서 학교는 무서운 곳이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너무 긴장하고 들어온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만 몸이 따라오지 못한다. 놀고 싶으니까. 지난번에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보니까 ‘선택적 함묵증’(특정한 사람이나 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안 하는 증상)이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교사와 갈등이 있었던 게 원인이었다.
사회: 체벌에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모두 있다고 본다. 실제 체벌의 효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체벌의 문제는 점점 강도를 높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효과가 있지만 아이들이 점점 ‘어, 이거 별거 아니네’ 생각하게 된다. ‘그냥 벌받고 말지, 뭐’ 하고 적응을 해버린다. 그러다 보면 체벌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게 된다. 체벌 효과는 일시적인 것 같다. 그래도 너무 힘드니까 체벌하는 것이다. 매를 안 드는 건 정말 이상적인 것이다. 매년 학기 초에 다짐하지만, 도중에 결심이 꺾인다. 체벌을 안 한다는 게 힘든 일이다.
이: 체벌을 당하는 애들 처지에서 보면 반복적이기 때문에 심각해진다. 자존감이 낮아져서 눈치를 많이 보고 피해의식을 가진다. 체벌이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날을 보면 알 수 있다. 체벌을 많이 하는 담임의 학급은 난장판이 되지만, 평소 체벌에 의존하지 않은 선생님의 학급은 스스로 잘한다.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을 인정해준 결과로 본다.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사회: 체벌 사건이 나면 교사들은 열심히 하려다가 생긴 일이라고 해명한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생기지도 않았을 일이라는 얘기인데 오히려 체벌 없이 수업을 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고 체벌을 하는 것은 쉬운 방법 아닌가. 체벌 없는 수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다.
김: 물론 진짜 열심히 하려다가 체벌하는 경우도 있고, 스타일 자체가 체벌인 경우도 좀 있다. 체벌 대체 방법으로 스티커를 주기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당번 활동이나 쿠폰제를 이용하기도 한다. 치킨 열 개를 먹으면 한 개를 주는 것처럼, 표를 만들어 여기까지 채우면 짝을 네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고, 여기까지 채우면 급식을 일등으로 먹을 수 있다고 하는 식이다. 스티커는 동기를 유발하는 정도이지 인성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이: 기본적으로 칭찬을 많이 한다.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5교시를 하는데 너무 잘 노는 아이가 5교시에 아예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운동장에서 논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내게 말도 안 하고 가방을 들고 집에 가버렸다. 집에 갔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더니 엄마가 상당히 놀라더라. 다음날 아이한테 물었더니 ‘미끄럼틀 밑에서 놀았어요’ 하더라. 내가 “재미있게 논 것은 잘했다. 그런데 가방을 가지고 갈 때 왜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않았니. 그래야 선생님이 걱정하지 않고 엄마한테 안 들키지 않겠어”라고 했다. 그 뒤로는 아이가 시간을 잘 지켰다. 나중에 엄마와 상담해보니 어머니가 아이를 5살이 될 때까지 흙놀이를 못하게 한 것이다. 아이를 기본적으로 믿어주는 게 효과가 크다. 소통을 통해 아이 스스로 행동을 안 하게끔 해야 한다.
사회: 체벌 문제가 기본적으로 교사 개인의 인격이나 자질 문제인 측면도 있지만, 가정과 사회 전체의 문제와도 연관된다고 본다. 그래야 종합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조용히 시키는 게 담임의 능력일까
이: 동의한다. 교실에서 너무 나대서 어머니를 오시라고 했더니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집에서는 조용하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체벌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아버지한테서 많이 맞는 아이였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각 학급이 조용한 걸 원한다. 조용히 시키는 게 담임 교사의 능력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어쩌면 그 나이에 날뛰는 게 당연한데 모든 아이들을 우울증 걸린 아이처럼 만들기를 원한다. 영화에서 폭력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우리 사회가 너무 폭력에 관용적이다. 사회와 가정은 그러면서 학교만 다르기를 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김: 교사를 하는 친구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구체적인 여러 상황들을 포괄할 수 있는 교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부모들이 선생님을 과거처럼 믿고 따르는 게 아니라 서비스업 종사자쯤으로 생각한다. 체벌에 대한 세세한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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