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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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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도 학연도 없는 우리”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첫 투표 앞둔 만 19세들의 좌담…젊은 세대의 폭발력을 무시하는가… 무관심을 극복하고 정치 주체로 나서려면 피선거권의 연령도 낮아져야</font>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정리·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김재근(이하 김): (<한겨레>의 5월12일치 월드컵 엔트리 발표 기사를 보면서) 월드컵 때문에 (5·31 지방선거가) 다 묻히게 생겼네.

장민선(이하 장): 19세 투표권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는 있지만, 솔직히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다.

남궁정(이하 남): 지난해 보궐선거 때 투표권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관심을 조장하는 제도권 교육

김: 지난해 선거권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선거권 연령이 만 18세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만 19세가 돼서 아쉽다.

장: 정치인들이 19세 되는 사람들의 표를 얻으려고 하는 걸 보면서, 나이 어린 사람들이 개혁하기를 바라는 것들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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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19세로 낮춰진 게 40년 만에 처음이라는데,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주변 친구들도 선거권이 있는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번 19세 선거 참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솔직히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고 본다.

김: 그래도 19세 정치 참여로, 기성세대들이 보였던 것과는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연·지연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다. 19세 참여로 이런 것들이 정치에 반영될 것이다.

남: 나 역시 지역감정을 못 느끼고 있다. 우리가 1987년에 태어났는데, 민주화가 이뤄지던 때다. 정치에 대한 인식은 안 좋지만, 민주화되고 개혁적인 시도들이 있어서인지 우리가 지역감정과 관계된 기득권이 없어서인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기성 세대에 비해 학연·지연이 덜하다.

장: 솔직히 난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다. 친구들과의 화제에도 선거라는 것은 없다.

김: 어른들은 우리보고 정치적인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제도권 교육에 한계가 많다고 본다. 학교 다닐 때 규칙에 정치활동 금지라는 것이 있었다. 정당활동도 못하게 했다. 오히려 제도권 교육이 정치에 대해 알게 해주고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그 반대다. 앞으로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보장받아야 하고, 우리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 그래도 중요한 사안이 생기면 젊은 사람들이 정치적인 목소리를 잘 내는 것 같다. 오프라인 투표보다는 온라인상에서 의견을 표출하고 캠페인에 참여한다. 어른들은 사회적 문제나 쟁점이 생기면 투표해서 바꾸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법들을 찾는다. 캠페인, 시위, 퍼포먼스를 한다든지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치에 접근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장: 우리가 직접 정치활동 통로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인터넷에서 사회적 이슈에 댓글을 하나씩 다는 것은 쉽다. 전 지역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활동하게 되니 정치적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김: 난 오프라인으로 뛰는 스타일인데. (ㅋㅋ)

남: 친구들에게 부재자 투표니까 신고하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친구들이 문자 메시지로 바로 물어보더라. 그거 인터넷으로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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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젊은 사람들이 폭발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촛불시위가 멋있어 보여서 그런 사람도 있었겠지만 대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것이다.

김: 젊은 층은 어느 사안이 지향하는 바에 동의하면 행동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등록금 투쟁, 4·28 투쟁처럼.

이미지 정치는 마음에 안 들어

남: 폭발성은 정치를 떠나서 모든 부분에 내재돼 있다. 그 이슈가 정치 영역이 되면 특수한 상황과 맥락이 있어야지 가능하다. 젊은 사람의 정치 영역에서 폭발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2002년 촛불시위 때 젊은 층이 분노한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시민단체 홍보와 인터넷 네티즌들이 펌질(스크랩)을 하면서 부상하게 된 것 같다.

김: 요즘 정치를 보면 이미지를 많이 얘기하려고 한다.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 하겠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내세우기보다 이미지로 접근하는 것이 썩 좋아 보이지 않다.

김: 우리 지역구에 누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투표하겠다고 생각한다. 거리에 시의원으로 누가 출마한다고 걸어놨지만 지역구 후보자들을 면밀히 파악히지 못했다. 후보 개인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정당의 특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당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

남: 감사합니다.

장: 난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데.

남: 아직 구청장으로 어느 후보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선거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지역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장: 후보자들의 젊은 층을 위한 공약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억나는 게 지역의 10분 거리 내에 보건소를 많이 설치해주겠다거나 급식소를 더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등이 있었다. 대부분의 공약들이 주민을 통틀어서 잘살자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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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그거 민주노동당 공약 같은데. (ㅎㅎ) 우리 지역은 은평구인데 뉴타운과 관련해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열심히 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당에서 파악하는 젊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낮은 취업률을 해결하는 일이다. 지역경제 기반으로 취업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많이 바라는 것 같다.

김: 문화시설 확충이나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안정적인 삶의 대안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을 제시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

장: 논술 준비를 할 때나 정치를 공부하지, 내 앞에 있는 입시가 급하니까 다른 데 관심을 둘 수 없어서 정치를 모르는 것에 익숙해졌다. 우리 아래 애들은 정치의식을 갖고 깨우쳐주기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 어른들의 “니들이 뭘 아냐?”라는 식의 말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 (우리 수준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나온 말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선거권을 가질 수 있는 연령이 18세이다. 17살 미국 시장이나, 유럽의 10대 국회의원들이 잘 못하면 어떻게 활동할 수 있겠나? 결혼도 할 수 있고, 군대도 갈 수 있는 나이인데 의무만 있지 권리는 주지 않는다.

선거 참여 운동이 필요하다

장: 투표권을 갖게 되면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겠지만, 막상 내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투표를 할 수 있으면 꼭 하겠다. 중요한 일인데 사람들이 왜 투표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 높은 투표율로 당선된 사람은 더 책임감을 가질 것이다.

남: 젊은 사람들의 소중한 한 표가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장: 선거 때만 되면 어른들이 “선거일에 어디로 놀러갈까?” 하는 말을 들어서, 선거일은 노는 날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투표를 해서 우리 자신을 위해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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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파워19 실천단’은 학교에 돌아다니면서 선거 참여 운동을 시작했다. 모의 투표용지에 “나는 투표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서명을 얻어, 선거 참여 약속을 받아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오프라인 운동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육이나 제도권 차원에서 정치 참여 의식을 교육해야 한다.

남: 젊은 사람들을 가장 움직이기 쉬운 것은 감성적인 것에 호소하는 것이다. 또래 집단들에게 많이 알려주기도 하고.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에서 당 지지보다는 또래 친구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계속 이야기하고, 친구들에게 부재자 투표하라고 문자도 돌리고, 싸이월드 방문록도 남긴다.

김: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노력해야 바뀔 수 있는데, 19세들의 정치 참여가 대단할 일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19세가 정치 주체로 나서려면 피선거권의 연령도 낮아져야 한다.

남: 피선거권이 낮아지면 좋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서유럽처럼 젊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돼 젊은이들에게 좋은 정책을 펼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남: 사람들이 정치를 너무 무겁게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꼭 대의가 아닌 작은 것을 바꾸기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나이보다 돈이 많이 들어서 선거가 어려운 점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면 정치 풍토도 바뀌지 않을까?

김: 특별히 기성세대들도 정치의식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사람이나 기성세대나 다를 바 없다. 의식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장: 내가 먼저 정치에 대해 알기 전에 사회에서 먼저 정치를 규정한 것 같다. 내가 깨닫기 전에 개그 프로를 보면 정치를 풍자하고, 인터넷에 춤추는 사진이 있다고 해서 보면 정치인들 싸우고 있는 사진이다. 그렇게 접하다 보니 정치에 대한 나쁜 인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무 살이 되니 10대와 다른 책임감도 생긴다.

지방선거 평균 투표율보단 높지 않을까

남: 나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사회 이슈가 있을 때 진보적·개혁적인 것에 끌려왔다. 그래서 그런 신념들을 지키기 위해 정당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장: 내가 이런 데(좌담) 가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친구들이 더럽다고 말했다.

남: 부패정치를 하고 막말하는 것은 정치에서 지양돼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뉴스에서 토론하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민생 법안들을 질질 끌고 있다는 식으로 뉴스에서 보도한다. 나처럼 당원이 된 친구들은 많이 없지만,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참여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 이번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15∼20% 정도라고 생각한다.

남: 시작이니까 욕심은 안 부리고 50% 정도.

김: 우리 ‘파워 19세 실천단’ 영향으로 지방선거 평균치보다 낮지 않을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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