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로 시작되는 연예기자의 하루는 베낀 기사들의 행진, 또 행진 …“몇시에 써 달라” “이렇게 고쳐달라” 상식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 글·이해리 노컷뉴스 기자
▣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띠릭’. 아침 8시 어김없이 휴대전화에서는 문자 도착 알람이 울린다. 보나 마나다. “보도자료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이다. 하루의 시작이다. 9시가 못 된 시간. 출근해 2곳의 전자우편을 열면 스팸메일을 빼고 ‘읽어야 할 메일’은 족히 목록 2~3쪽을 넘긴다. 영화사, 음반사, 연예기획사에서 마구 보낸 보도자료다. 이쯤 되면 보도자료도 ‘선택’을 당한다. 선택은 역시 믿음(?)이 가는 취재원의 보도자료다. ‘팩트’가 없거나 심지어 연락처도 없는 보도자료에 손이 갈 리 없다. 연락처도 모르는데 당연히 ‘킬’(기사화하지 않는다)이다.
기자간담회, 자판 소리에 귀 멀겠네
늘 같진 않지만 하루에 보도자료 도착을 알리는 문자는 20여 건, 전자우편은 그보다 많은 40여 통에 달한다. 보도자료의 홍수다.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거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상업성으로 버무려진 모바일 화보 관련 자료,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코스닥 관련 엔터테인먼트사의 비공식 ‘공시’를 알리는 자료의 지뢰(?)를 피해가야 한다. 그리고 이어진다.
전화도 없이 전자우편 한 통 보내놓고 다짜고짜 “언제 쓸 거냐”고 묻는 기획사 관계자, 이에 더해 범인이 증거를 인멸하는 것도 아닌 연예 관련 보도자료를 보내며 “몇 시에 보도해달라”는 어이없는 요청들.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횡횡하다.
가까스로 지뢰밭을 피해 인터넷 뉴스의 지면이라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 페이지를 보면 내가 피한 지뢰를 어김없이 밟은 기사들이 있다. 보도자료를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하고 분명 관계자의 멘트인데 해당 연예인의 인용문으로 포장된 기사도 보인다. 관계자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보충 취재를 하고 나면, 때는 이미 늦었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기사가 이미 포털 사이트의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관계자에게 확인한 기사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기사의 덧기사(보충기사)로 달린다. 1보 혹은 사실과 한참 동떨어진 제목을 단 기사를 톱뉴스로 편집하는 뉴스 편집자가 야속해지는 순간이다.
오후 2~3시 드라마 기자간담회 현장. 이때는 철저한 ‘전투 모드’다. 지금은 디지털단지로 변신한 1970년대 구로공단의 봉제업체를 연상케 한다. 드라마 대형화와 맞물려 간담회장에 모인 적게는 수십 명, 많을 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취재진들이 두드리는 노트북 자판 소리 때문이다. 이렇게 두드린 내용은 ‘시각’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인터넷에 보도된다.
한류 스타라도 자리를 함께하면 일본, 중국, 대만 취재진까지 가세한다. 스타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담으려는 ‘각축’으로 간담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포털 사이트에는 줄줄이 기사가 올라간다. 대부분 ‘멘트’ 중심이기에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을 리 없다. ‘누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도에 그칠 뿐 배경과 결과를 짚어내지 못한다. 제목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같은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직접 섭외를 해 단독으로 인터뷰하는 경우, 상황은 양호한 편이다. ‘각개전투’인 까닭에 취재원과 기자 모두 여유롭다. 덕분에 친분도 쌓고 주제와 상관없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낚을 수 있다. 그렇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유로 10여 곳의 언론사를 ‘순회’하며 인터뷰를 하는 연예인들이 쏟아낸 이야기가 그때마다 판이하게 다를 수 없듯, 줄지어 나오는 이들의 인터뷰 기사 역시 다소의 높낮음을 두고서 비슷할 수밖에 없다.
다른 기자 질문할 때 기사 전송
인터뷰는 몇 가지 규칙 안에서 이뤄진다. 가수가 새 음반을 발표했을 때, 출연한 영화 개봉을 앞둔 배우,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인 혹은 주연급 연기자. ‘각자’ 만나는 가수와 신인 연기자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영화배우 인터뷰는 여러 매체가 한데 모여 치르는 경우도 있다. 입장이 다른 1 대 다수의 만남은 인터뷰의 원칙이 아니지만 이 현장에서 ‘원칙’은 깨진 지 오래다. 최근 속보 경쟁에 열을 올리는 한 매체의 기자는 영화배우 인터뷰 중 다른 기자들이 질문하는 틈을 타 즉석에서 기사를 써 전송한 촌극을 벌였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인터뷰마저 속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례이기도 하다.
연예 기사는 연예인의 이미지 혹은 이익과 직결돼 누구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기에 기사를 둘러싼 잡음 역시 많다. 특히 온라인 뉴스의 경우 지면과 방송보다 기사 수정, 삭제가 용의할 거란 편견에 일부 매니저들은 사실 관계와는 별도로 해당 연예인 ‘이미지’에 손상을 입힌 기사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수정 혹은 삭제를 요구한다. “흔적이 남지 않는데 뭐가 어렵냐”는 막무가내식의 항의도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분명 소모적인 논쟁이지만 매체가 많아지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활성화되며 서로에 대한 신뢰의 폭은 점점 줄어드는 모양새다.
서로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하루에 상대해야 할 사람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연예인 매니저부터 홍보사 직원, 방송 관계자까지. 이들 중 일부는 일단 말을 하거나 자료를 건네면 기사화는 ‘당연하다’는 식이다. 용건을 이야기한 뒤 “언제 기사화되나?”를 아무 거리낌없이 던지는 사람도 있다. ‘얘기가 안 돼’ 기사화가 불가능한데도 몇 시간 뒤 또 다시 전화를 걸어 되묻는다. “몇 시쯤 가능한가?” 주객이 전도된 이런 상황은 부끄럽지만 결국 연예 언론이 초래한 결과다. 무조건 써주기, 받아주기에 따른 폐해다. 연예 매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2004년 중·후반 속보 경쟁은 극에 달했다. 2년이 지났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백해무익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흔히 연예 기사는 ‘무해무익’(無害無益)이라 말한다. 포털 사이트에 가장 많이 본 기사는 늘 연예 기사가 차지하고 지상파 TV는 물론 케이블 TV에서도 연예뉴스가 선전(善戰)하지만 평가는 여지없이 ‘무해무익’이다. 다만 ‘백해무익’(百害無益)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 너무한 걸까.
저장 용량 부족을 알리는 휴대전화와 전자우편을 삭제하면 마침내 하루의 전투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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