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저항과 반식민지 투쟁으로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힌 간디
계급 모순·여성 해방 외면, 카스트 옹호와 힌두주의는 결점으로 남아
▣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예수·석가모니·마호메트·공자를 4대 성인으로 듣고 자랐다. 간디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이들을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대신에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라고 불리지 않는가. <한겨레21>의 이번 조사에서도 간디는 지난 100년 아시아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혔다.
아시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서구의 식민지를 겪었던 탓에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구한 그의 저항과 비폭력 저항의 방식은 이념과 주의를 넘어 보편적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물레’로 상징되는 수행자적, 도덕교과서적 이미지는 그에 대한 ‘안티’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이슬람 며느리는 안된다?
하지만 간디가 신은 아니다. 마르크스도 여성운동가가 아니다. 간디가 시대적 모순과 과제를 모두 끌어안지 못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전 편집장 프라풀 비드와이는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에서 “간디는 적어도 노동자들이나 계급 평등을 염원한 이들에게는 히틀러와 같은 존재였다”고 냉혹하게 평가했다.
간디는 1917년 구자라트주 아흐메다바드에서 임금 삭감에 저항하는 면방직,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결성을 지원하도록 제의했다. 그러나 간디의 구상엔 협력과 조정만 담겨 있을 뿐 파업과 같은 노동자 쪽의 권리는 금지됐다. 그가 제안한 노동조합은 종교·신분 차별을 바탕에 깐 중세 동업조합의 성격이었지 근대적 의미의 노동조합은 아니었다. 1935년 간디는 가족 가운데 누군가 실직하면 생존비용 명목으로 다른 가족 구성원 한 명에게 임금을 인상해주는 식의 가족임금 제도를 받아들였다. 이 제도는 노동력이 떨어지는 여성과 노약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자본가들의 도구로 전락했다.
간디는 종교적 관용을 설파하고 빈곤층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을 뿐, 결코 종교적·세습적 계급제도를 타파하려 하지는 않았다. ‘간디와 맞선 인도 민중의 대부’라는 부제가 붙은 <암베드카르 평전>에서 저자 게일 옴베트는 간디를 ‘힌두주의자, 카스트 변호자’로 평가한다.
간디를 반여성주의자라고 할 순 없겠지만 성을 대하는 태도는 또 어떤가.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금욕 결심을 시험하기 위해 발가벗은 알몸의 여인들과 숱하게 침실에 들어갔다.
간디는 자신의 아들이 이슬람 여성과 결혼하겠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힌두민족주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종교 간 화해를 온몸으로 실천할 수 없었던 간디는 인도가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스리랑카로 쪼개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마오쩌뚱이 2위로 뽑인 의미
식민지 상태에서 반식민지 투쟁을 절체절명의 우선 과제로 삼고 노동자들의 신분해방과 여성해방 투쟁 등은 어쩔 수 없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라면 간디에 대한 모든 변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카스트 타파에 몸을 던졌던 암베드카르는 간디를 진정한 개혁가로 보지 않고 “카스트 제도에 묶인 힌두교의 수호자이고 시골마을을 미화하고 근본적 변화 없이 약간 개칠된 기존 질서의 유지를 도모하는 공상적 낭만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2위로 마오쩌둥이 뽑힌 것은 간디의 2% 부족한 부분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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