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사태에 참가한 흑인 지하 단체 ‘트리부카’의 케미 세바 회장
흑인은 사회 계층의 맨 밑바닥, 정부뿐 아니라 아랍인들도 투쟁 대상
▣ 파리=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파리 북동쪽 클리시수부아에서 11월27일 경찰에 쫓겨 숨진 10대 2명 가운데 하나는 흑인이다. 이들의 죽음은 방리유 소요의 원인이 됐다. 흑인 소년은 서부아프리카 말리 출신의 이민 2세다. 이번 소요사태에 참가했으며, 숨진 소년을 한 다리 건너 안다는 흑인 단체를 찾아갔다. ‘트리부카’란 이 지하단체의 케미 세바 회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 정부에 맞서 필요하면 무장투쟁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위선적인 프랑스는 최악의 나라
방리유 사태가 당신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 300만 흑인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흑인들은 그곳에서 살고, 그곳에서 걸어다닌다. 그리고 그곳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번 방리유에서 경찰에 쫓겨 죽은 소년 가운데 하나가 바로 흑인이다.
소요사태에 당신들도 참가했는가.
=우리 단체의 회원들도 참가했다. 많은 회원들이 초창기에 나갔지만 나중엔 다 빠졌다. 그렇다고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이 나라는 옛날에 우리나라를 식민화했고, 우리를 고문했다. 프랑스 정부가 우리의 분노를 키웠다.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인가.
=우리의 메시지는 매일 여기 있는 흑인들이 경찰과 프랑스 정부라는 정확한 표적을 향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전쟁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방리유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앞으로 더욱 심각한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 흑인들은 방리유에서 개 같은 취급을 당한다.
프랑스 이외의 지역에서도 활동하나.
=우리 단체는 프랑스뿐 아니라 벨기에에서도 활동한다. 또 영국과 독일에서도 활동할 계획이다. 우리의 방식은 일단 더 많은 사람들과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다. 그래서 식당을 열어 흑인 기업을 세우거나, 사립학교를 만들어 문화적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책도 발간한다. 흑인 변호사들이 우리 단체를 돕고 있다. 프랑스 정부에 신고되진 않았지만, 이미 8~15살의 흑인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무장투쟁 방식은 잘못된 것 아닌가.
=만약에 경찰이 우리를 향해 발포하면 우리도 방어를 위해 그렇게 할 것이다.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프랑스 자체가 폭력적인 사회다. 다른 방식은 없다. 우리의 투쟁 상대는 단순히 백인들뿐 아니라 아랍인들까지 포함한다. 아랍과는 연대할 필요성도 있지만, 마그레브나 아랍인들은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흑인을 차별한다. 아랍인들은 옛날부터 흑인을 노예로 부려먹었다. 아랍인들은 프랑스인이 되고 싶어하지만, 흑인들은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 우리는 단지 흑인일 뿐이다.
프랑스의 톨레랑스는 흑인들에게 있지 않은가.
=흑인들에겐 프랑스는 최악의 나라다. 그들은 말로는 흑인도 프랑스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피부색을 보고는 차별한다. 차라리 미국과 영국은 싫어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는 숨긴다. 프랑스인들은 겉으론 우리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싫어한다. 위선이다. 프랑스의 자유·평등·박애는 백인들을 위한 것이지, 절대 흑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프랑스혁명 당시에도 흑인들은 노예였다.
해결책은 제대로 된 표적을 공격하는 것
당신이 생각하는 방리유의 해법은.
=유일한 해결책은 제대로 된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귀담아들을 것이다. 그들은 목까지 차고 조이는 것을 느껴야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방리유 사태에서 아랍계 프랑스인들의 목소리는 있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없다. 우리 ‘케밋’(흑인)은 무슬림들이 아니다.
흑인들이 받는 차별은 무엇인가.
=길을 걸을 때 하루에 세 번 이상 경찰의 검문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를 도둑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의 피부색 때문이다. 상점에 들어가면 주인은 우리가 도둑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우리를 야만인 보듯 한다. 프랑스 경찰들은 우리를 ‘니그로’나 원숭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프랑스 사회의 계층에서 맨 밑바닥에 존재한다. 백인과 유대인, 그리고 아랍 다음에 흑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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