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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택특별법을 제정하라

등록 2005-10-12 00:00 수정 2020-05-03 04:24

건설업체의 폭리를 조장하는 도구로 전락한 택촉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조성원가 공개·수의계약 폐지 등 전과정을 공공성에 맞게 관리하는 법 필요

▣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택지개발촉진법(택촉법)에 따라 조성된 공공택지(일반적으로 신도시)가 건설업체의 폭리를 보장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은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식이 됐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전국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276조원 늘어났고, 서울의 동시분양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998년 543만원에서 2004년 1263만원으로 2.3배 폭등했다. 외환위기 이후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데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거기서 파생되는 불로소득은 ‘건설오적’이라 불리는 소수 계층에게 집중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해 초부터 벌인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통해 건설자본의 배를 불리는 현행 택지공급 체계의 대수술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공공주택과 국민주택 아파트 비중 높여야

택촉법에 근거한 공공택지는 ‘국민 주거 생활의 안정과 복지 향상’ ‘부동산 투기 억제와 지가 안정’을 목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땅을 강제로 수용해 조성된다. 그러나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공공택지는 주변 아파트값을 올리고 투기를 조장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이에 택촉법을 폐지하고 이에 근거한 택지개발을 중단하든지, 택지개발의 목적을 충족하도록 택촉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거나 ‘공공주택특별법’(가칭) 등으로 대체 입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첫째, 공공택지를 만드는 데 대한주택공사나 한국토지공사가 들인 돈인 ‘조성원가’가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공공택지의 조성원가는 분양가 자율화 이후 꾸준히 올라 아파트 분양가 상승의 한 원인이 됐다. 택지 조성원가가 공개되면 주공·토공 등이 택지개발로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택지비와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8평) 이하 아파트 용지는 감정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공급해 ‘국민 주거 생활의 향상’이라는 택촉법의 입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 경실련은 판교의 경우 1998년처럼 조성원가로 택지를 공급하면 아파트 한평당 170여만원, 집 한채 기준으로 5600여만원(33평 기준)을 낮출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둘째,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택지 수의계약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 경기 죽전·동백·동탄지구 등 주요 공공택지의 경우 60%가 넘는 택지가 건설업체에 수의계약으로 공급됐고, 택지를 받은 건설업체는 앉은 자리에서 수백억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아 폭리를 취하고 분양가를 높였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는 ‘로또택지’라는 별칭을 갖는 영광(?)까지 누렸다. 공공택지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만든 핵심 고리인 택지 수의계약제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셋째, 공공택지 안에 짓는 공공주택과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 비중을 대폭 늘여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주택 비율은 2.4%로 선진국 수준인 20%에 턱없이 못 미친다. 공공택지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조성하는 순간부터 땅 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그 사용도 공동체의 이익에 맞아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토지수용과 택지개발 과정이 공공성에 입각해 진행되는 반면 택지의 공급 과정에는 반쯤 시장원리가 적용되고, 아파트 건설과 분양 과정은 분양가 자율화라는 미명하에 시장원리에 맡겨두기 때문이다. 공공택지를 공공의 이해에 맞게 쓰는 길은 다양한 공공 장기 임대아파트를 공급하거나 저렴한 분양가로 무주택 시민들에게 공급하는 것뿐이다.

주택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

경실련은 이를 위해 아파트 건립용 택지의 조성, 공공주택의 건설, 건설된 공공주택의 관리 등의 전 과정을 주택의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통합해 관리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택지개발촉진법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특별법 등을 공공택지의 공공성을 살리는 쪽으로 통폐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이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아이들을 키우는 공간이라는 인식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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