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한 142명 중 하루에 한번도 가정식사 않는 가족이 전체 54%
혼자 먹을 땐 영양소 섭취량 훨씬 줄어들고 가족관계도 무관심해져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어라!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밥 먹는 모습을 본 적이 없네?”
‘가정식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학생 김재경(27)씨는 하루 동안 식탁에 오가는 식구들을 떠올리며 놀라워했다. 돌이켜보니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 하나도 없더라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업을 하는 50대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그리고 인터넷 기업에 다니는 20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 밥 먹는 모습 본 적 있는가
“7시30분쯤 어머니가 깨우면 내가 처음 밥을 먹어요. 그리고 8시쯤 학교에 가요. 그 다음 8시30분쯤 동생이 일어나 밥을 먹고, 그 다음엔 새벽에 운동 나가신 아버지가 돌아와 밥을 먹지요. 어머니는 그 사이에 드시는 것 같은데, 언제인지….”
2시간 동안 김씨 가족의 밥상 주인은 타석에 타자가 들어가듯이 바뀐다. 조리는 어머니가 전담한다. 찌개나 국은 2~3일치를 미리 만들어놓고, 밑반찬은 냉장고에 쟁여놓는다. 김씨는 9월28일 아침 김치찌개와 함께 냉장고에서 김과 고추장을 꺼내 먹었다. 보통 반찬을 다 꺼내지 않고 두세 종류만 골라 먹는다. 김씨의 가족은 저녁에도 밥상 앞에 모이지 않는다. 김씨는 점심·저녁을 학교 급식으로 때우고, 동생도 회사 특성상 밤늦게 들어온다.
주말 아침도 같은 사이클로 밥상 주인이 바뀐다. 10시께 김씨가 일어나면 이미 아버지·어머니는 각각의 일행과 함께 따로 등산을 가고, 동생은 밥을 먹고 출근한 이후다. 과일이나 차를 들며 가족이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없다. 그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함께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도 모이는 날이 없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외식도 두세달에 한번 정도 한다”고 말했다.
혼자 먹는 사람들은 독신자만이 아니다. 요즈음엔 가정을 이루면서도 혼자 먹는다. ‘함께 먹는 사람들’이란 뜻의 ‘식구’(食口)란 단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명지대 박혜련 교수팀이 명지대생 2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족과 함께 사는 142명 중 하루에 한번꼴(1주일에 7회 미만)로도 가정식사를 하지 않는 가족이 전체의 54%에 이르렀다. 여기서 ‘가족’은 친척이나 형제·자매와 함께 사는 경우까지 포함한 것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묻는 질문에 0~3회라고 대답한 사람은 31%, 4~7회는 37%, 8~11회는 24%, 12~15회는 7%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주일에 평균 6.26회 가족과 밥을 먹었다. 이 가운데 18.3%가 하루에 한번 이상 집에서 혼자 식사한다고 대답했고, 24%가 하루에 한번 이상 집 밖에서 혼자 먹는다고 대답했다.
조사 대상자 중 평소 요리를 하는 142명에게 조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을 물으니, 25.4%가 ‘조리법을 모른다’고 대답했고, 22.5%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7.8%는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조리할 의욕이 없다’고 답했다. 외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일찍 집에서 나오고 늦게 들어가서’가 48.6%, ‘조리하기 싫어서’가 18.3%, ‘시간이 없어서’가 13.4%의 순서를 보였다.
정말 바쁜 것도 아닌데, 마음이…
조사결과를 종합해볼 때, 가정식사 빈도의 감소 현상은 가족 구성원 거개가 빠른 라이프스타일을 고집하며 밥상에 모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재경씨 가족의 경우에도 식구가 각각 10~30분만 일정을 조정하면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 정도로 정말 바쁘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바쁜 것도 아닌데, 마음이 바쁜 거죠. 취업은 해야 하니까, 뭔가는 해야 할 것 같고…. 동생은 회사 근무가 주중·주말을 가리지 않는 곳이라 그렇고. 부모님도 늦으나마 제 인생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일을 만들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혼자 먹으면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격하된다. 함께 먹을 때보다 혼자 먹을 때가 영양섭취 상태가 부실해지는 경향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영양조사에 참가한 서울 여의도에 사는 이미란(50·주부)씨는 혼자 먹을 때와 함께 먹을 때의 영양소 섭취량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식구가 없는 주중에는 식구와 함께 먹는 주말에 비해 거의 2분의 1의 영양소만 섭취했다. 주중 에너지 섭취량이 권장량의 50%, 단백질은 75%, 비타민A는 32%에 지나지 않았던 것에 비해 주말에는 각각 104%, 182%, 42%로 나타났다. 자식 둘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직장인 남편과 함께 사는 그는 “일주일에 많아야 두세번 남편과 함께 식사를 하”는 ‘혼자 먹는 사람’이다. 그는 “아이들이 있을 때보다 집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고, 혼자 있을 때에는 커피나 인절미 같은 걸로 대충 때우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 구성의 노력이 중요하다
현대 자본주의는 가정을 음식의 생산 주체에서 소비 주체로 바뀌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가정의 영양 관리 기능도 사실상 사라진 듯하다. 패스트라이프의 패스트푸드는 먹는 일을 비사회적으로 만들었고, 가정식사 빈도의 감소는 서로 무관심한 가족관계를 만드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맥도널드화 선진국’ 미국 가족의 75%는 아침을 함께 먹지 않고,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도 일주일에 3번, 각각 20분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박명숙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사무국장은 가족 구성원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어린이들에게 식사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혼자 밥 먹는 모습을 그린다고 하잖아요. 조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가공식품을 권유하는 사회의 책임도 있지만, 가족이 모여 밥을 지어 먹도록 노력해야죠. 식구가 각각 햇반을 3분 만에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것과 1시간 동안 함께 밥을 짓고 먹으면서 키워가는 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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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사람들 영양조사에서 ‘합격점’을 받은 박소연씨가 글을 보내왔다. 박씨의 식단은 “식품 섭취가 다양하고 각종 영양소 섭취량이 권장량을 상회한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주의 소도시 블랙스버그에 살고 있다. 블랙스버그는 미국의 전통적 시골로 번잡하지 않은 곳이다.
▣ 박소연/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과학기술학 박사과정
내 미니홈피에 들락거리는 친구들은 종종 내게 유학생이 너무 잘해먹는 것 아니냐, 요리 유학 간 것 아니냐, 그리하여 공부는 언제 하냐고 비난(!)한다. 일단 삼시 세끼는 꼬박꼬박 먹어야 하는 내가, 직접 요리하는 재미와 해먹은 음식들을 사진 찍고 미니홈피에 올려 자랑하는 맛에 빠져버린 탓이다. 대체 시간이 얼마나 많아 그러고 사느냐, 공부는 언제 하냐는 은근한 걱정을 들을 법도 하다. 쟤, 혹시 백수 아닐까?
2002년 처음 유학 왔을 때, 한국 식당 하나 없는 이곳 한인 유학생들이 햄버거를 1천개쯤 먹어야 박사학위를 딸 수 있다고 해서 놀랐다. 아직 한글도 못 뗀 조카가 그림책에서 알파벳 M자를 보자마자 외쳤던 “맥도날드다!”라는 한마디의 충격이 여전했으니까. <한겨레21>에서 ‘패스트푸드는 불온해’(376호)라는 기사를 읽고 매몰차게 절교한 햄버거에게, ‘미제 박사’ 따야 하니까 다시 1천번만(!) 만나달라고 하기도 싫었다. 그러나 대체 햄버거보다 저렴한 음식을 어디서 사먹을 수 있을 것인가? 잠정 결론: “되도록, 집에서, 밥을 해먹자.”
얼마 뒤 육류와도 결별했다. 과거 <육식의 종말> <소박한 밥상> 같은 책들을 읽을 때, 수긍은 갔지만 막상 실천하지는 못했던 일이다. 그런데 쇠고기에서 뚝뚝 떨어진 핏물이, 벌거벗고 누워 있는 닭이 마냥 편치는 않았다. 항생제로 사육한 고기를 내 몸이 거부한다는 사실도 피부 반응으로 알게 됐다. 비육식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직접 장 보고 요리하면서 식탁에 올리는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가 조금이나마 진지해졌는지도 모른다. 관심을 가질수록 먹는 문제는 육식과 비육식의 날카로운 경계를 넘어 정치와 윤리가 작동하는 문제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상대의 식생활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엄마가 되어 음식과 영혼을 나누는 룸메이트가 생겼다. 같이 깻잎을 키우고 파를 다듬는 일이, 요리를 하면서 나누는 수다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간식들이, 공부에 영어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한끼의 저녁식사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자 활력소가 됐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책 보고 글 쓰고 수업 듣는 것이다. 남이 해주는 밥만 먹고 살다가 내가 한 밥 먹고 산다는 이유로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진 않은 걸로 봐서, 시간이 더디 흐르는 곳이라는 누군가의 표현은 꽤나 정확한 것 같다. 스타벅스-맥도널드-테이크아웃 차이니스 푸드의 도시형 사이클이 만들어낸 숨 막히는 시간이 아니다. 그저, 술자리로부터의 자유가, 혹은 산책 삼아 걸어갈 수 있는 통학 거리가 가져온 시간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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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식사를 가게에서 차려준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배달받아 먹는 가정식 배달 서비스가 늘고 있다. 최근 영세성을 탈피한 업체들은 가맹점을 확장해, 이제는 수도권 전 지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가정식 배달업체는 주로 밥을 제외한 국과 죽, 반찬을 이른 아침에 배달해준다. 업계의 선구자격으로 2000년 문을 연 명가아침 관계자는 “매일 식사를 받아 먹는 이용객이 1만2천명”이라고 밝혔다. 국이나 죽만을 먹을 경우 한달 10만원 이하에서, 반찬까지 함께 먹을 경우 최고 30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용자는 가정에서 국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만 하면 된다.
과일을 위주로 빵과 삶은 계란 등 간편한 아침식사를 회사로 배달하는 곳도 있다. 심효섭 스넥바스 대표는 “주고객층은 20~30대 직장인으로, 여성이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성비는 5 대 5 정도”라고 말했다.
가정식 배달 서비스는 대만에서 처음 시작돼 곧바로 일본, 한국에 퍼졌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가정식 배달 서비스 시장 규모를 3천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집들이·돌잔치 등을 위한 외식 뷔페를 겸영하는 경우가 많아 순수 가정식 배달 시장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식사 배달 서비스의 주고객층은 맞벌이 부부와 이른바 ‘싱글족’이라고 불리는 독신 직장인이다.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주)푸드명가가 9월 현재 고객층을 분석한 결과, 맞벌이 48.5%, 독신 30.4%, 전업주부 15.8% 등의 순서를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간이 갈수록 전업주부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리해서 먹는 가정식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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