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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영령을 모독하는 행위다”

등록 2005-09-07 00:00 수정 2020-05-03 04:24

[대연정 논란 연쇄인터뷰_임종인 의원]

반민주 독재세력에 권력을 준다니 대통령이 할 일 없는 것 아닌가
지지세력이 자꾸 떠난다면 다음 선거를 통해 심판받으면 될 텐데…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임종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법률사무소를 운영했을 정도로 대통령과 가깝다면 가까운 여당 의원이다. 하지만 그는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문화 혁신을 위한 필생의 과업이라는 노 대통령의 대연정 드라이브를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여권 인사가 됐다. 그는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민의를 위반한 것이며, 노무현 정권의 역사적 과제를 잘못 파악한 것이고, 노무현 정권이 보수층과 재벌에게 굴복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은 우리 역사가 가야 할 길이 아니고,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죽이는 길이며, 민주화의 길에서 죽어간 수많은 민주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에 노 대통령과 역사를 위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반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역주의, 중요하지만 비본질적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와 정치문화 혁신을 명분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연정에 왜 반대하나.

=연정은 민의 위반이며, 노무현 정권의 역사적 과제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2002년 12월 대선에서도 정몽준씨와의 단일화가 파기됐음에도 국민은 열화와 같은 지지로 개혁적 민주세력의 단독 정권인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다. 노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반미면 어떠냐. 미국 안 갔다 온 사람은 대통령 못 되나” “한 맺힌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두 가지 말로 대표되는 핵심 메시지에 대한 국민적 지지였다. 한반도에 자주와 평화통일을 가져와라,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재벌 위주의 왜곡된 경제 구조를 깨고, 서민·중소기업·가족 해체로 버려진 2만9천명의 아이 등 절박한 과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그것을 못했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정치개혁과 지역주의 청산을 내걸었고, 기득권 세력들이 노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러자 국민들은 다시 노 대통령이 개혁을 하려는 데 의석수가 모자라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152석의 과반 확보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면 국민의 요구대로 외교안보를 자주적으로 잘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보호정책을 폈어야 한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거꾸로 상생의 기치를 내걸었고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경제사회 개혁은 하지도 않고 재벌에게 유리한 출자총액제한 완화, 분식회계 2년 연기, 아파트 분양원가 포기 등으로 갔다. 이것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의지 부족이다.

노 대통령이 그런 정권의 임무를 모르고 연정에만 목을 맨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 8월30일 여당 의원과의 청와대 만찬에서도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 삶의 질 개선, 경제개혁에 대해 확고함이 부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은 상위 20%, 하위 20%의 차이가 5배가 넘었다. 더 나빠졌는데, 대통령은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재벌의 힘이 강화되고 노동유연성 확대로 노동자가 약해지면, 이것을 막고 중산층과 서민의 삶의 질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는 게 노무현 정권의 임무다. 이런 것을 하려면 세력간의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삼성은 4~5% 지분으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한다. 노 대통령은 이런 구조를 깨줘야 하는데, 거기에 굴복한다. 또 자본주의에서 패배한 사람을 정치민주주의로 구제해야 한다. 나는 이런 부분을 노 대통령이 포기함으로써 대통령이 특별하게 할 일이 없어진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중요하기는 하나 현 시점에서 비본질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대결하는 정치사회문화, 고질적 병폐를 해소할 수 있는 본질적 문제는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지역구도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지난 총선에서 과반수 지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됐다. 국민은 “너희가 잘하면 다음 선거에서도 경상도에서도 지지하고, 전라도·충청도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이 됐고, 민주노동당이 10석이 됐다. 그것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국민이 그렇게 표를 나눠주며 1948년 해방 뒤 처음으로 민주 개혁세력이 전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것을 여소야대로 규정하고 있다. 나는 그걸 인정할 수 없다. 왜 이게 여소야대인가. 여소야대는 1988년 4월 13대 총선 때 민정당 121, 평민당 71, 민주당 59, 공화당 35석 그래서 여야가 121 대 165 상황이 된 것, 이런 게 여소야대다. 국민의 뜻은 민주노동당과 연대해 충분히 사회경제적 개혁을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또 노 대통령은 “대통령제 아래서는 연정이 많고 일반적이다”라고 말하는데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대표적 대통령제인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정을 했다는 얘기를 난 들어본 적이 없다.

이게 무슨 여소야대냐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고, 때문에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난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교육에서 3불정책, 열린우리당은 고수지만 한나라당은 없애자는 것이다. 외교안보에서 미군주둔비, 한나라당은 더 주자는 쪽이고 열린우리당은 될 수 있는 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군을 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가 존재한다. 또 북한를 좀더 적대시하는 게 한나라당 정책이고, 동족으로 우호하는 게 열린우리당 정책이다. 한나라당과 연정하면 이런 정책이 후퇴해야 한다. DJP 연합에서 보듯이 한나라당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것은 노 대통령을 선택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준 민심에 대한 위반이고, 역사의 후퇴다. 열린우리당은 독립운동세력, 민주인권세력, 통일세력의 전통을 계승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친일분단, 반민주 독재세력의 후예인 특권정당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후예들 아닌가. 국민의 힘으로 1948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개혁민주세력의 단독 정권을 만들어줬는데, 이를 다시 한나라당에 바친다? 연정을 통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다? 권력을 통째로 준다는 것은 한나라당, 그 사람들 뜻대로 하라는 것 아니냐? 그것은 인정할 수 없다. 국민의 뜻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역사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이것은 열린우리당, 대통령, 우리 민족이 죽는 길이다. 민주화의 길에서 죽어간 수많은 민주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145명 가운데 144명이 찬성해도, 나는 한나라당과의 연정에 반대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 등 뭔가 더 큰 뜻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나는 그것을 이해 못하겠다. 선거구제가 개편된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개선되는가. 그건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뭔가 더 근본적인 수술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공감하기도 한다.

=정몽준과의 단일화는 대선 승리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 그래서 보수세력인 이회창과 한나라당에 정권이 다시 넘어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한 것이고, 그래서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대연정은 할 필요가 없다. 결국 그것은 노무현 정권이 보수층과 재벌에게 굴복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연정하면 매우 좋을 것이다. 단임제 대통령의 임기 후반은 레임덕이 불가피한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의 지지를 받으면 노 대통령을 비판할 세력이 없으니 매우 안정적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29%의 지지율로는 제대로 일할 수 없고, 30% 이상의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왜 29%의 지지율이 됐는지 고민해서 높이려고 하는 게 맞다. 또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당이 30% 넘는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두 당이 합쳐버린다? 정치는 자기 지지자들의 의사를 대리해 표현해주는 것이다. 때론 싸우고 논쟁하지만 결국 다수결로 관철하는 것이다. 다수결의 원리, 다수결의 지배를 인정하면서 소수가 다수가 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민주주의다. 옛날에는 그것을 전쟁으로 해결했지만 이제 선거로 한다. 그러면 지지세력이 떠났고, 잘못한 게 있으면 (다음) 선거 결과를 통해 심판을 받으면 된다. 그리고 정책으로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정책으로 안 하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난 동의할 수 없다.

왜 29%밖에 안돼는지 고민부터 해야

내각제 개헌 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물론, 내각제도 할 수 있다. 대선·총선 선거 주기에 문제가 있으니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의원직을 그만두라면 난 그만둘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할 말, 안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민주인권 세력의 뜻에 의해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반민주 독재세력과 연정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설사 그런 목적이 있다 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그렇게 해서 내각제를 하든 권력 구조를 바꾸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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