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귀신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가상현실
어둡고 조용하고 아무도 없을 때 정면보다는 측면에서 보인다</font>
▣ 정성영/ 인공지능 전문가
뇌 현상으로서의 귀신을 이해하려면 뇌의 일반적인 인지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뇌는 사물 전체의 윤곽이 불투명하고 불완전하게 나타나더라도 그 파편 조각들을 이어붙여 완전한 사물인 것처럼 인식하는 시각보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너무나 뛰어나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조차 있는 것처럼 재구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뇌 현상이 ‘착시 현상’(optical illusion)이다.
사람 모습이 쉽게 연상되는 뇌의 특성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 현상은 구름이나 나무, 벽지 등 복잡한 무늬가 있는 곳에서 쉽게 일어난다. 잠시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안에서 사람이나 동물의 얼굴 등 다양한 형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뇌는 얼굴 모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을 따로 가지고 있다. 이 영역은 뇌의 옆부분 아래쯤에 위치하는 내측두엽에서 발견됐다. 얼굴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나면 이 영역의 회로가 반응해 얼굴 모양을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심령사진으로 알려진 것들의 대부분은 불완전한 형상에서 사람의 모습을 쉽게 연상하는 뇌의 특성 때문에 생겼다. 특히 밝은 낮보다는 어두운 밤, 사물의 형상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때 이런 현상은 더 잘 일어난다. 아른거리는 연기 속에서도, 불꽃이나 조명의 잔상에서도 사람의 형체가 발견된다. 사진의 인화 과정에서 번지거나 중복 인화에 의해서도 그러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홀로 산속을 헤맨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해는 져서 어두워지고, 길도 점차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의 어둠에 순식간에 빠지게 된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오히려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거기에 바람이 만들어내는 으스스한 소리가 더해져 무엇인가 자신을 뒤따라오는 것 같은 공포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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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공포심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느낌이 생기는 것으로, 착시 현상과 구분해 ‘착감 현상’(illusive feeling)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사람과 비슷한 것이 아른거리거나, 무엇인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도 마치 누군가 진짜 자신을 따라오는 것처럼 환상을 일으키며 공포심을 극대화하게 된다.
어두운 밤 형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는 사람과 같은 형상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어둠 속의 공포심과 함께 무엇인가 살아 있는 게 쫓아오는 것 같은 착감 현상에 빠지게 된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해 사람 비슷한 무엇인가가 자신을 추격하는 듯한 공포심을 만들어주는 귀신회로가 활성화된다. 이것이 바로 귀신의 실체이다. 뇌는,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잠재적인 위협을 회피하도록 귀신이라는 환상을 진화시킨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귀신을 만나보자.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모두 귀신을 볼 수 있다. 직접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것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을 열고 귀신을 보고 느끼려 한다면, 누구나 쉽게 귀신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귀신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귀신회로는 어두운 밤, 혼자 있어야 더 잘 활성화된다. 혼자라는 의미는 방 안에 혼자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험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 그 위험으로부터 지금 당장 도망간다 하더라도, 도중에 붙잡힐 만한 상황에 있다고 스스로 느낄 때만 귀신회로는 더욱 잘 활성화된다.
주위는 귀가 멍할 정도로 조용해야 한다. 집이라면 혼자만의 상황을 만들어라. 건물 전체에 자신뿐이라면 더욱 좋다. 불을 모두 꺼놓고 암흑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라. 깜깜한 방에서 조용히 한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떤 ‘현상’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인가 주변에 있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 것이다. 이때 눈을 돌려서 그것을 바라보면 된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험은 공포심을 더 자극한다. 반복하면 할수록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지고, 비슷하고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무엇인가 살아 있는 듯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면보다는 옆쪽과 뒤쪽에 무엇인가 있는 느낌을 더 잘 받는다. 옷걸이에 걸린 옷도 어둠 속에서는 마치 누군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얼굴과 비슷한 형체를 보면서 쉽게 사람처럼 느낀다. 옷걸이에 걸어둔 모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자신이 걸어둔 옷과 모자라는 것을 아는 경우에도 그 공포심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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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눈동자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면보다는 옆쪽이나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이 많다. 전혀 아무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도 마치 두 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방 안에 창문이 있다면 그 역시 좋은 도구다. 창문을 직접 쳐다보지 말고 창문을 등지거나 측면으로 몸을 돌려 그 창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본다고 상상해보라. 그 상상만으로도 캄캄한 창 밑으로 몰래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그 눈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문득 창문 밖에서 누군가 노려보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럼 천천히 일어나 다른 방으로 이동해보자. 다른 캄캄한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 안에서 뭔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듯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이 역시 어둠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적으로부터 습격받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뇌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사람과 비슷한 것을 보게 되는 착시와 착감 현상이 일어나고, 공포심이 커지면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주변 사람들을 불러 위험을 피한다.
맹수를 피하려는 본능은 남아…
이러한 귀신에 대한 상황, 느낌, 반응, 결과 등은 옛날 옛적 맹수가 사람을 습격하는 상황과 완전히 일치한다. 어둠 속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상황, 정면보다는 옆과 뒤에서 더 공포심을 느끼는 것, 무엇인가 자신을 몰래 따라오고 있는 듯한 두려움,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에 대한 상상, 창밖에 숨어 누군가 몰래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 어두운 곳을 들어가려 할 때 몰려오는 공포심, 그리고 귀신을 봤다고 느꼈을 때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 등 모두 일치한다.
이 귀신회로가 진화되면서 본능적으로 그런 공포심을 주는 상황과 환경을 극도로 피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맹수에 잡혀먹는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여주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뇌는 야생의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많은 환상을 만들어두었다. 귀신 역시 뇌가 만들어낸 착시이자 착감에 의한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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