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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의 힘’이 계열사 살렸다?

등록 2005-06-15 00:00 수정 2020-05-02 04:24

옛 대우계열사들 경영실적 호전이 김 전 회장 실책 가릴 수 있나
천문학적 공적자금과 종업원들의 희생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경영’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옹호론을 펴는 이들이 주요 배경으로 드는 것 중 하나는 옛 대우계열사들의 경영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대우조선 등이 착실한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바탕에는 대우 브랜드의 힘과 김 전회장 시절 구축해놓은 세계적인 네트워크(사업망)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얼추 30억원 국민 세금 쏟아부어

김우중 회장 시절 그룹 홍보담당 이사를 지낸 백기승 유진그룹 전무는 6월1일치 <한겨레>에 실린 글에서 “구조적 부실을 이유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과거 대우 계열사들의 눈부신 성장은 그 결정(그룹을 살아남게 하지 못한)이 섣불렀음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는 “김우중 회장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탁월한 역량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모아놓은 것이었다”며 “대우에는 잠재적인 역량이 있었다”고 밝혀 대우 인력(인재풀)의 우수성을 거론했다.

실제, 워크아웃을 통해 살아남은 옛 대우계열사들의 경영 성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주)대우 건설 부문에서 별도 회사로 독립한 대우건설의 예는 이를 잘 보여준다. (주)대우 건설 부문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던 1999년 매출 2조7800억원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800억원이었다. 이에 견줘 지난해 대우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7800억원, 43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 기업의 경쟁력을 집약적으로 표현해주는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은 제조업 평균(5% 안팎)의 두배 수준인 9%에 이른다.

(주)대우 무역 부문에서 독립한 대우인터내셔널이나 대우중공업의 조선 부문을 이어받은 대우조선해양도 비교적 양호한 경영 실적을 거두고 있다. 1999년 매출 19조5천원에 영업이익 마이너스 2조4천억원으로 허우적대던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5조원 매출로 9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1140억원의 흑자(당기순이익)를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2년부터 해마다 4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며 25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꾸준히 거두고 있다. 대우중공업의 기계 부문에서 떨어져나온 대우종합기계는 모양새를 갖추고 몸값을 높여 두산에 팔린 뒤 두산중공업으로 탈바꿈했다. 대우자동차·오리온전기·경남기업 등도 다른 기업에 매각돼 기업 매력을 인정받았다.

그렇다면 김우중 전 회장쪽의 주장처럼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대우그룹을 성급하게 해체시켰던 것일까?

옛 대우계열사 회생 과정의 특징은 (주)대우의 처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대우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청산법인 (주)대우 등 3개 회사로 쪼개졌다. 청산법인에 부실 자산을 쓸어넣고 우량한 부분을 따로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회생시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이 과정에는 금융권의 막대한 지원금이 들어갔다. 청산법인은 물론이고 회생 부문에 대해서도 이자감면, 출자전환 등 회생 조처로 금융권은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대우그룹에 유탄을 맞은 금융권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이 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옛 대우계열이 살아나는 데는 막대한 규모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대우중공업을 대우조선해양,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중공업), 청산법인 대우중공업으로 쪼개 선택적으로 살려나가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나머지 계열사들을 회생시키는 과정에서도 금융권의 지원이 잇따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대우 사태로 금융권이 입은 여신 손실은 모두 57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7조3천억원은 금융권에서 자체적으로 손실 처리했으며, 나머지 손실 29조7천억원에 대해선 공적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 내용은 두 갈래로,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권의 대우 여신 손실 보전을 위해 출자 등으로 17조원을 지원한 것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금융권으로부터 대우 부실 채권(해외채권 포함) 35조7천억원어치를 12조7천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얼추 잡아 30조원의 국민 세금을 대우 살리기에 쏟아부은 셈이다.

물론 이를 모두 손실로 잡을 수는 없다. 올해 4월 말까지 캠코는 대우 부실 채권 12조7천억원 중 5조3300억원(42%)을 회수했으며 예금보험공사가 금융권에 지원한 공적자금에서도 일부 상환받을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우 사태 탓에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손실을 털어냈다는 점과, 여기에 공적자금의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대우 사태로 인한 국민 부담은 수십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른다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대우그룹 ‘맨파워’에 대해선 후한 평가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옛 대우계열의 회생은 무엇보다 국민들 돈(세금)을 투입해서 빚을 대부분 청산해줬으니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설사 대우의 저력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김우중식 경영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라며 “대우의 해외 네트워크가 전혀 작용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효과에 비해 쏟아부은 돈이 너무 많은 비효율적 확장이었다”고 덧붙였다.

대우의 회생 과정에는 공적자금 지원 외에 대우 계열 직원들의 땀도 들어 있을 것이다. 대우그룹의 맨파워에 대해선 후한 평가가 많은 게 사실이다. 김우중 전 회장을 ‘세계경영이란 이름의 도박을 벌인 외줄타기 곡예비행사’라고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배준호 한신대 교수(국제학부·경제학)도 “김우중 전 회장이 인재를 키워놓은 것은 분명하고, 이들 인재가 김우중 회장 이후의 경영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역할을 일부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렇더라도 옛 대우계열사들의 회생 분위기를 빌미 삼아 김우중 전 회장의 실책을 가리려는 시도는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김우중 회장이 떠난 뒤의 경영 호전은 오히려 옛 경영 방식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우계열사가 살아나는 과정에서 금융권이 입은 피해(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적 손실) 외에 대우계열과 협력업체, 관련 금융회사의 숱한 종업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대우맨’들의 빛과 그림자

당시 경영진들은 대부분 사법처리, 백기승·이한구 등 활발한 활동

김우중 회장 시절 대우그룹에서 경영진으로 맹활약한 이들은 대부분 일선에서 퇴진했을 뿐 아니라 사법처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대우그룹의 지주회사 격이었던 (주)대우 임원진은 실형 선고와 함께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주)대우의 강병호·장병주 전 사장, 이상훈 전 전무, 김영구 전 부사장, 이동원 전 영국법인(BFC)장, 김용길 전 전무, 성기동 전 이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 임원 7명은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에서 대우그룹 불법 외환거래,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무려 23조35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또 강 전 사장은 징역 5년, 장병주 전 사장 등 2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김영구 전 부사장 등 5명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에 처해졌다.
대우그룹의 둥지를 떠나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이들로는 백기승 유진그룹 전무,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대우그룹 홍보담당 이사를 지낸 백 전무는 김우중 전 회장의 창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 의원은 대우경제연구소장으로 10년 동안 재직한 뒤 정계에 입문했으며,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앞두고는 “김 회장의 허물도 있지만 공적도 인정해야 한다”며 재평가 주장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활동과 대우그룹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사이트 ‘하이대우’(www.hidaewoo.com) 게시판에는 옛 대우그룹 임직원들이 김 회장의 귀국을 앞둔 감회, 대우인들의 역량 결집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는 등 옛 대우맨들의 세 결집 움직임도 있다. 대우그룹 해체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았던 정주호 대우인회 회장은 ‘김우중 회장 귀국 소식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대우에 대한 공과가 바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옛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귀국을 반기는 이들 옛 대우맨의 움직임 반대편에는 ‘대우 사태’ 피해자들이 대책회의를 여는 등 상반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옛 대우그룹 계열사 소액주주 등이 회원으로 있는 ‘대우피해자 대책위원회’는 포털 사이트인 다음에 홈페이지(cafe.daum.net/daewoojuju)를 만들고 6월1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김 전 회장 귀국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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