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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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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자민련과 합당?

등록 2000-12-27 00:00 수정 2020-05-02 04:21

71.4%가 정계개편 가능성 점쳐… “YS·JP 정치력은 쇠약해질 것”

“200년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지금 어느 누구도 ‘하늘의 뜻’을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2002년 대선을 전망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정치권은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인다. 말투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권 고지로 오르는 길목에는 ‘잠룡’들 사이에 생존을 건 험난한 전투와 함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각종 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만큼 아직 그 결과를 점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대선전까지는 정치세력들 사이의 이합집산을 통한 정계개편, YS와 JP 등 이른바 지역맹주를 자처해온 정치 거물들의 태도, 불씨가 꺼지지 않는 ‘영남권 후보론’과 개헌 가능성 등 수많은 변수들이 남아 있다. 특히 이들 변수가 정계개편의 거센 물결과 맞물릴 경우 대선판 전체가 요동치고, 대선 후보군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정치적 위상은 물론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당선 가능성에 대한 예측까지도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

정치학자와 정치부 기자 등 전문가 그룹은 이런 주요 변수의 돌출 가능성과 사태 전개 방향, 현실 정치판에 끼칠 영향력 등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대선 가도 정계개편은 필수 코스?

전문가들 상당수가 2002년 대선전의 정치지형 자체를 뒤흔들 폭발력을 지닌 정계개편 가능성에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정계개편 가능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112명 가운데 31명(27.7%)이 ‘매우 높다’, 49명(43.8%)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라고 답해 71.4%가 정계개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특히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들보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날마다 취재·보도하며 현실 정치판의 가변성을 직접 목격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더 높게 전망했다. 정치학자들은 답변에 응한 52명 가운데 62.3%(‘매우 높다’ 15.1%,+ ‘어느 정도 있다’ 47.2%)인 33명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데 비해 기자들의 경우 60명 가운데 78.3%(매우 높다 38.3% + 어느 정도 있는 편 40.0%)인 47명이 정계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다. 현실정치를 바라보는 기자들과 학자들의 이런 시작 차이는 정개개편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답변에서도 드러났다. 부정적 답변을 한 19명(36.5%)의 정치학자들 가운데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완전부정형 응답도 3명(2.7%)이나 있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13명(21.7%)의 부정적 답변자 모두가 “별로 없는 편”이라고 답했을 뿐 ‘완전부정’은 한명도 없었다.

◆정계개편, 그 가능한 시나리오는

그렇다면 과연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이 가능할까. 이 문제는 이미 ‘물건너간’ 것으로 평가됐던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론을 비롯한 몇 가지 정계개편 시나리오들이 최근 여권 일각에서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층 관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전체 응답자의 33.0%인 37명(학자 17명 + 기자 20명)은 일단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을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가능한 방향 1순위”로 꼽았다.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과 자민련이 합당하면서 한나라당 일부세력을 흡수’하는 방안(30.4%)이 다음 순위로 꼽혔고, 자민련의 분열(13.4%), 대선경쟁에서 탈락한 대권주자 중심의 정계개편(9.8%) 등이 그뒤를 이었다. 이 밖에 소수 의견으로 민주당의 한나라당 일부 흡수(6.3%), 이념성향에 따른 전면적인 정계개편(3.6%),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합당(0.9%) 등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의 이런 전망은 민주당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총재라는 확고한 대권주자가 이끄는 133석의 거대야당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해 자민련을 비롯한 다른 세력들과의 연합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현실적 분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전문가들이 정계개편 시나리오 1순위로 꼽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안은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가 지난 99년 ‘DJP 공조’라는 불안정한 공생관계과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적극 추진했고, JP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인위적 정계개편을 비판하는 한나라당의 저항과 자민련 내 몇몇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민련이 그동안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를 오가며 주요 현안에 대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이른바 ‘줄타기 전술’을 통해 겨우 생존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선이 임박하면 결국 ‘DJP 공조’를 통해 민주당을 결합상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JP의 선택은?

이런 흐름은 “대선정국이 본격화할 경우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응답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전체 응답자의 41.1%가 결국 “DJ와 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지지기반 와해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답변도 22.3%나 됐다. 충청권과 영남권 연대를 통한 제3후보 지지를 모색할 것이라는 답변이 19.6%, 이회창 총재 등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8.0%로 나타났다. JP의 독자출마 가능성을 점치는 응답은 4.5%에 머물렀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결국 지난 40여년간 충청권의 맹주를 자처하며 ‘기다림의 정치’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요 국면에서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높여온 JP가 이번에는 DJ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넋놓고 대선국면을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묘책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JP는 이제 그야말로 ‘지는 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셈이다.

◆YS는 부활할 수 있을까?

2002년 대선전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주요 변수는 YS의 행보다. YS는 JP와는 또다른 정치적 위상을 갖는다. 그는 4·13총선을 앞두고 민주산악회 재건 시도와 민주국민당 창당에 대한 암묵적인 영향력 행사, DJ 정권의 대북정책 등에 대한 노골적 비판을 통한 ‘반DJ’ 정서 확산 등을 통해 현실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민산 재건과 함께 “차기 대선은 이회창이 아닌 영남권에서 후보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영남 대권 후보론’을 역설하면서 대선전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무소속) 등 유력 대권주자들조차 부산·경남지역에서 YS의 현실적 영향력을 의식해 상도동의 환심을 사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단 조사대상 전문가의 절반에 가까운 44.6%는 YS가 대선과정에서 “반DJ, 반이회창을 명분으로 영남권 연대를 통한 제3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YS가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이후 최근까지 온갖 비판과 조롱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유지해온 ‘반DJ, 반창’ 정서를 2002년 대선 때까지 계속 유지하는 뚝심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YS가 의도한 것처럼 현실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답변과 “결국 이회창 총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답변이 각각 21.4%씩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편 YS가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 등 민주계 일각과 여권 일부 인사들이 제기하듯 민주주의와 지역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DJ가 힘을 합쳐 차기 대권을 창출하는 이른바 ‘민주대연합론’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YS가 DJ와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응답은 겨우 8.9%에 불과했다.

◆영남권 후보는 과연 누구?

그렇다면 과연 누가 영남권의 민심을 사로잡는 영남권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응답자의 45.5%는 이회창 총재를 “영남권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로 꼽았다. 이는 이 총재의 출신지역이 충청권이지만 영남권을 핵심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의 총재인데다 현실적으로 영남권을 대표할 만한 뚜렷한 대권주자가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동안 영남권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공들여온 이 총재가 결국 영남권 후보 자리를 차지하리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영남권 후보론’은 사실 이회창 총재의 영남권 장악에 반발한 대안론 성격이 강하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YS나 김윤환 민국당 대표 등은 모두 ‘반창’을 기본 전제로 제3의 영남권 주자를 찾고 있다. 김중권 민주당 대표 등 여권에서도 이 총재를 꺾을 수 있는 카드로 여권이 영남 출신 후보를 내세우는 형태의 ‘영남권 후보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과연 누가 영남권 주자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은가.

전문가들은 이회창 총재 이외에 ‘영남권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15.2%), 김중권 민주당 대표(10.7%), 박근혜 한나라당 부총재(8.9%) 등을 꼽았다. 만약 대선을 앞두고 ‘반창’ 기치에 동의하는 여러 세력이 영남권 후보론을 내걸고 합종연횡을 시도할 경우 그 머릿돌로 노무현, 김중권, 박근혜 등이 고려될 수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편 영남권 후보론 가시화에 기대를 걸고 대권도전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정몽준 의원이 영남권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 응답이 3.6%에 불과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수치는 충청권 출신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영남권 후보가 될 것이라는 응답(5%)보다도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비중이나 제 세력의 역관계를 볼 때 무소속인 정 의원을 그리 비중있게 취급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승근 기자skshin@hani.co.kr

7일 동안 112명 면접과 전화조사

이번 전문가 조사는 한국정치학회 회원 및 중앙언론사 정치부 기자를 상대로 이뤄졌다. 정치학자의 경우 99년 발행된 한국정치학회 회원주소록을 토대로 각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비롯해 한국정치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전문가들 가운데 대상자를 선정했다. 정치부 기자의 경우 중앙일간지와 경제신문, 중앙방송사 소속으로 현재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월14일∼20일까지 7일 동안 면접 또는 전화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 참여해준 112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학계 전문가=강원택(경남대 객원연구위원) 권혁범(대전대 정외과 교수) 김민전(국회 국제법제 예산실 정책조사관) 권혁주(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김수진(이화여대 정외과 교수) 김동택(서강대 정외과 교수) 김영호(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김용호(한림대 정외과 교수) 김영수(서강대 정외과 교수) 김하영(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문정인(연세대 정외과 교수) 문병주(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찬표(고려대 아시아문제연구소 연구관) 박명서(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 배성인(명지대 정외과 교수) 박상섭(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서경교(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 손혁재(한국정당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송기도(전북대 정외과 교수) 신복룡(건국대 정외과 교수) 오일환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안성호(대전대 기획연구처장) 유병용(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안철현(경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유재일(대전대 정외과 교수) 윤순갑(경남대 정외과 교수) 이성복(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계희(충남대 정외과 교수) 이재석(인천대 정외과 교수) 이달순(수원대 정외과 교수) 이종찬(국민대 정외과 교수) 이헌경(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영환(한국사회과학연구원 원장) 이현우(서강대 정외과 강사) 정영국(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장훈(중앙대 정외과 교수) 채정민(대구육성가톨릭 정외과 교수) 전재호(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최용섭(광주보건대 정외과 교수) 주봉호(동의대 정외과 교수) 최정규(전 조선대 정외과 교수) 한용원(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상 42명/기타 10명은 익명요구=모두 52명)

△정치부 기자=이병광 박래용 김근철 이인열(이상 경향신문) 이흥우 오종석 김영석(국민일보) 진경호 이지운(대한매일) 이태희 천영식 조용우(문화일보) 정승욱 황용호 한용걸 허범구(세계일보) 최준석 김창균 박두식 김덕한(조선일보) 이양수 전영기 이상일 최상연(중앙일보) 박창식 정재권 최익림 안선희(한겨레) 박천호 노원명(한국일보) 황봉현 김웅철 장덕수 김인수(매일경제) 김형배 이재창 정태웅 김남국(한국경제) 우운식 이현미(노동일보) 황정욱 최이락 맹찬형(연합뉴스) 김종명 장한식 이춘호(KBS) 신강균 황외진(MBC) 신경렬 윤춘호 양윤석 주영진(SBS) 강성웅 김주환 임장혁(YTN)
(이상 55명/기타 5명은 익명요구=모두 6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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