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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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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우리를 지목할까 두렵다

등록 2004-11-11 00:00 수정 2020-05-03 04:23

대구 지하철 사고 때도 무슬림들 큰 걱정… 우리가 겁먹고 살지 않도록 해주세요

▣ 샤니/ 파키스탄 이주노동자

미국 대통령으로 부시가 당선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라서 우리 무슬림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그동안 미국이 이슬람 국가에 대해 취한 정책이 어떠했는지는 나와 같은 평범한 무슬림보다는 전문가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이 그렇게 강조해왔던 이라크 내 화학무기 때문이 아니라 석유 때문이라는 것은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유없이 체포된 캐나다의 무슬림들

중요한 것은 미국인 개개인에게 그리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무슬림들이 이슬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불신을 점점 더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라크 전쟁의 원인이 된 9·11 테러에 대해서도 많은 무슬림들은 그것이 정말로 알카에다가 저지른 일인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알카에다가 9·11 테러를 저지를 만한 힘이 없는 조직이라는 점, 그리고 9·11 테러가 일어나던 날 세계무역센터에서 일하는 400여명의 유대인들이 한 사람도 출근하지 않았다고 알려진 점, 오사마 빈 라덴의 “우리는 계속 전쟁을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비디오 테이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 불과 이틀 전에 공개됐다는 점 등이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부시의 재선으로 무슬림들은 걱정하고 분노하고 또 자신들의 안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미국의 이슬람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미국과 유럽의 미디어는 ‘이슬람=테러’라는 생각을 전세계 사람들이 갖게 만들었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18명의 무슬림 학생들을 체포해 사실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면서 이들을 몇달 동안 조사하기도 했다. 가난한 나라 출신 유학생들이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학비가 좀더 싼 학교로 옮기면서 캐나다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죄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언론은 무슬림의 테러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 법무부는 불법 체류 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테러 대책과 연관지어 세우고 있다. 지난번 대구에서 지하철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 우리들은 “한국 정부가 이를 무슬림이 저지른 테러라고 해버리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인들과 사이좋게 살고 있고 한국을 좋아하는 우리들이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뭔가 불행한 큰 사고가 생겼을 때 ‘무슬림에 의한 테러’라고 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우리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 무슬림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한국인들이 꼭 이해해줬으면 하는 것

이슬람은 ‘평화’라는 뜻이다. 이슬람은 테러를 원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는 참다운 이슬람인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사람들이 이 점을 분명히 이해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야기했듯이 이라크 전쟁이 석유 때문에 일어난 잘못된 전쟁이라는 점을 잘 알고, 미국이 주장하듯 이를 ‘현대의 십자군 전쟁’으로 보는 생각을 바꿔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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