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속철협력포럼 김인호 대표의 평가…국제 철도망 통한 유라시아 대륙 진출 고민할 때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국제고속철협력포럼의 김인호 대표는 “한국형 고속철인 G7 개발로 철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철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고속철 수출과 국제 철도망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철도청장과 공정거래위원장·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고, 현재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인터뷰는 10월29일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도로에만 치중했던 과거를 딛고
-우리나라의 철도산업 수준은 외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인가.
=철도 선진국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에서 5번째 고속철 기술 보유국이 됐고 축적돼 있는 제작·건설·운용 기술 등을 볼 때 잠재력은 많지만, 철도 산업이 국민경제나 교통, 물류에서 차지하는 역할이나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 등을 종합해볼 때 아직 선진국은 아니다. 잠재력을 발휘하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철도철장 출신으로서 우리나라 철도 산업이 뒤처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분단국으로서 철도가 바깥으로 진출할 길이 막혔다. 땅이 넓지도 않다. 땅이 좁고 한쪽이 막힌 사실상 섬나라 아닌가. 자체 시장 규모가 크거나 아니면 선진 기술개발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어야 하는데 둘 다 하지 못했다. 게다가 교통정책이 왜곡됐다. 철도·도로·항공 등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 같이 보는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따로따로 진행됐고, 그러다 보니 투자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다. 철도청이 중요 정책결정 과정에 끼어들기 힘든 구조였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 중 교통시설 투자 추이를 보면, 철도 분야가 1차연도(1962~66년)에는 전체의 60.6%(215억원)였는데 6차연도(1987~91년)에 10.1%(1조4620억원)로 줄고, 같은 기간 도로는 17.2%(62억원)에서 79.6%(11조5225억원)가량으로 늘었다.
=실제 철도에 대한 투자는 고속철 도입 이전까지 굉장히 위축됐다. 해방 이후 자체 건설한 노선은 산업선 등 몇개 되지 않는다. 도로에만 치중됐다. 환경이나 에너지·토지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철도가 낫다. 정책 입안자들이 철도와 도로를 상호 보완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
-한국형 고속철인 G7의 개발은 우리나라 철도사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국책연구소로 만드는 데에 내 역할도 적지 않았다.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 개발 주관부서를 놓고 다툴 때 청와대가 나서 철도기술연구원이 총괄하도록 교통정리할 때만 해도 이렇게 빠르게 한국형 고속철을 만들어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속철 제작 기술 보유국이 됐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고속철은 단지 차량만이 아니라 철도·기계·전자·제어 시스템 등 항공 산업에 견줄 만하다.
팔아먹을 자세가 필요하다
-고속철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 프랑스·일본·독일 등 고속철 선진국들이 석권하고 있어 파고들 여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갖추고 있고 가격 경쟁력이 있다. 국가의 총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팔아먹을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G7을 호남선에 투입해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운영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 철도·교통·경제·외교·교섭·홍보 전문가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대가 포니를 수출할 때 초라했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생산국 5위이고 엔진의 핵심 기술 보유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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