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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기독교의 가르침을 실천”

등록 2004-06-02 00:00 수정 2020-05-03 04:23

여호와의 증인 홍영일씨에게 교리를 묻다… “하느님과 국가가 충돌할 경우 하느님이 우선”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공론화되면서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수형자 가족 공동 대표이자 여호와의 증인인 홍영일(39)씨에게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스스로를 원시 기독교의 모습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그들은 원시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근거는 성경밖에 없고, 따라서 성경을 문자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씨도 항상 성경을 인용하면서 대답을 시작했다.

-일부 기독교 단체는 여호와의 증인이 국가를 사탄의 조직으로 여긴다고 주장한다.

=로마서에 ‘위에 있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구절이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정부의 권위를 인정한다. 세금납부 같은 긍정적인 국가 정책에는 당연히 협조한다. 다만 하느님의 법과 국가의 법이 충돌할 경우 하느님의 법을 우선 지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명은 하나님에게 속한 것이다. 국가가 총을 드는 것처럼 살상을 요구할 때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병역거부도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국가를 부정하는 것으로 비난받는 것이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왜 하지 않는가?

=여호와의 증인은 생명 없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우상숭배로 본다. 숭배는 하느님께 속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국기를 훼손하지 않으며, 타인의 입장을 존중한다.

-투표도 하지 않고, 공직에서 일하는 것도 금지한다는데?

=각자 자기 양심에 따르는 것이므로 ‘금지’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어떤 여호와의 증인이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기 위해서다. 옛 공산권을 포함해서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중립의 원칙은 마찬가지다. 여호와의 증인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세속의 정치에 가담하지 않지 않는다. 따라서 여호와의 증인은 선출직 공무원, 군인, 경찰로 일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교육공무원처럼 중립적인 일은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수혈은 왜 거부하는 것인가?

=성경에서 우상과 피와 음행을 멀리하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피를 먹지 말라는 구절도 있다. 먹지 말라는 것은 몸에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꼭 수혈을 하지 않아도 수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혈 거부이지 치료 거부가 아니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낙태를 금지할 만큼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시한부 종말론을 교리로 한다는 비판도 있다

=마태복음 24장 36절에는 ‘그날과 그때를 아무도 모르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아무도 끝나는 날의 정보를 모른다는 것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그렇게 믿는다. 일부 여호와의 증인들이 아담이 창조된 지 6천년 되는 해인 1975년에 특별한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하지만 공식 견해는 아니었다. 이른바 시한부 종말론자들처럼 생업을 내팽개치고 생활방식을 바꾸지는 않았다.

-여호와의 증인은 왜 소수인가?

=물론 최선을 다해 하나님 말씀을 알리고 있지만,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성서의 높은 도덕 표준을 유지하고, 알려진 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등 원시 기독교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이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님이 인간사에 개입할 때만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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