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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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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자의 한국 사랑

등록 2003-06-18 00:00 수정 2020-05-02 04:23

“한국은 모름지기 한국다워야 합니다.”

러시아인으로서 평생을 한국어 연구에 바쳐온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한국어분과 아나톨리 게오르기비치 바실리예프(73)가 평소 한국의 장래를 걱정하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한국에서 영어공용화 논쟁이 일었을 때를 상기하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그는 “그 나라 문화·전통·역사의 핵심은 언어에 있다”는 명제가 자신의 연구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주요한 연구분야는 한국어 이론문법. 이 분야에 대한 24편의 연구논문을 써, 러시아 학국학 학계에선 최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1950년대에 등을 번역해 후학들의 한국학 연구에 밑거름이 된 바 있다.

바실리예프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그가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한국어분과에 입학한 1948년. 당시 한국학 연구의 메카이던 이곳에서 그는 홀로도비치라는 한국어 연구의 대가를 만난다. 이후 그의 한국학에 대한 열정은 석·박사 과정으로 이어졌고 모교 교수로서 후진 양성을 하는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다.

학생시절에는 평양에서 연수를 했고, 94년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서울을 밟았던 그는 한반도와 자신이 정서적 일체감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아들 알렉세이 바실리예프 역시 그의 대를 잇고 있다. 유년시절부터 부친의 한국 사랑을 접했던 알렉세이는 대학 입학 당시 당연하다는 듯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한국어분과를 선택했고, 최우수 성적 졸업으로 기쁨을 안겼다. 아들은 한국문화학쪽으로 관심 폭을 넓힐 예정이다. 부자는 한-러 관계가 더욱 발전해 러시아에서 한국학 연구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한목소리로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박현봉 전문위원 parkhb_spb@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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