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극심한 빈부 격차는 갱이 활개치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남아공 소웨토 사커시티의 변두리 모습. 한겨레 류우종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작은 마을 라벤더힐에서 갱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무고한 시민 10명이 총에 맞아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흑인 및 유색인종 거주 지역에서 벌어지는 갱들의 총기 난사에 관한 소식을 남아공에서 듣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남아공 방문자들은 공항에서 도시로 이동하며 몇km 넘게 줄지어 들어선 판자촌을 보게 된다. 하지만 곧 아름답고 발전한 도심으로 접어들면 마치 남아공의 전체가 그런 것 같은 생각에 금방 젖어버린다. 유학생들이 하루에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반 이상은 이런 판자촌에 살며 도시의 일자리로 통근한다.
남아공은 빈부 격차가 극심한 나라다. 집도 먹을거리도 가족도 없는 극빈층이 넘친다. 하지만 판자촌에서 2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테니스장과 수영장을 갖춘 3층짜리 대저택이 존재한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남아공의 범죄는 이웃 나라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남아공 ‘타운십’(변두리 빈민촌)의 삶은 너무나도 다르다. 타운십은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 인종차별 정책 및 제도) 기간에 특정 인종을 특정 지역으로 이동시킨 정책에 의해 형성됐다. 지금은 인종별로 모여 사는 지역으로 발전됐다. 소외된 칼라드(유색인종)와 흑인의 거주 지역에서는 남아공의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인 무주택, 가난, 실업, 범죄, 폭력 따위가 만연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과 폭력적 사회에 사는 소외된 계층의 젊은이들은 쉽게 갱의 세계로 빠져든다.
남아공 갱 전문가인 케이프타운대학 범죄학연구소 어반 키네스 연구원은 “갱스터리즘은 불법으로 재산을 축적하는 삶의 한 방식이다. 많은 갱단들은 기본적 생존을 위해 불법 활동에 가담하고 있다. 또 시장을 쟁취하려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남아공 청년은 “갱스터리즘은 다른 기회를 찾기 힘든 한 사회에서 젊은이들에 의해 낭만화·공상화된다”고 전했다.
1880년대 남아공 중동부 고원지대인 비트바테르스란트에서 금이 발견됐을 때, 일자리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 광공업 지역으로 몰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강도짓을 하던 그룹의 두목과 부하들이 체포됐고 감옥에 수감됐다. 남아공 최초의 갱은 이 감옥에서 발생됐다고 사람들은 추측한다.
1994년 넬슨 만델라 정권 이후, 급속한 흑인 인권 및 사회의 성장으로 교육과 고용 등에서 새로 혜택을 받게 된 이들과 달리 여전히 소외된 이들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며 갱 형성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남아공의 대도시들은 흑인 정권 이후 끊임없이 갱들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 가장 도시화되고 불평등이 심한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는 갱들의 가장 큰 활동 무대다. 케이프타운에서만 약 124개의 갱단과 갱 단원 8만~10만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범죄의 정확히 몇%가 갱들에 의한 것인지 공식 자료가 없다. 하지만 마약이 갱들의 성장을 돕는 데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갱들은 강도, 갈취, 사기, 조직적 암살, 마약 보급, 불법 무기 밀매, 화폐 위조 등에 가담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남아공 정부의 갱 퇴취를 위한 노력이 강화돼 1998년 조직범죄예방법(POCA)를 통과됐다. 남아공 정부는 갱이 활개치는 지역에서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삶의 질을 높이고, 청소년을 위한 문화·스포츠 활동을 권장하고, 마약회복센터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갱들의 활동은 여전하다.
케이프타운(남아프리카공화국)=정우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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