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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영기업 자원확보 더 적극적”

칠레대 국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센터 페레스 소장 인터뷰 “한국 등의 자원 확보 경쟁이 환경 보전 문제 일으키는 면도 있어”
등록 2011-06-09 19:37 수정 2020-05-03 04:26
칠레대 국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센터 마르틴 알론소 페레스 소장. 한겨레21 이종찬

칠레대 국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센터 마르틴 알론소 페레스 소장. 한겨레21 이종찬

칠레대 국제연구원 아시아태평양센터 마르틴 알론소 페레스 소장은 한국 등의 중남미 자원 확보 경쟁이 광산업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는 발전소 건설 등으로 이어지며 환경 보전 문제를 일으키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과 한·중남미협회가 공동으로 5월25일 주최한 ‘라틴포럼’에서 강연하려고 방한한 그를 강연에 앞서 만났다. 그는 이날 ‘중남미 국가의 자원 에너지 안보 및 아시아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한국이 중남미 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북아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데, 에너지 영역에서 중국의 노력은 막대하다. 일본은 과거에는 중요했지만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한국은 민간기업보다는 국영기업이 더 적극적이다. 앞으로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 분야에서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칠레의 경우 한국행 수출품의 약 75%가 구리인데 다양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품목에서도 교역을 확대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천연자원을 한국 등 아시아에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는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칠레 남부의 파타고니아 지역에 5개 대형 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이 논란을 빚는 등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자원 개발이 문제가 되고 있다.
칠레의 에너지 생산 시스템은 주로 남쪽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광산업이 집중된 북부 지역으로 보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주요 전력 소비처인 광산업의 전력 수요가 증가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 등은 칠레의 구리가 필요하고, 구리 등을 수출하는 광산업은 전력이 필요하다. 이런 전력 공급 수요를 맞추려다 보니, 원자력 개발 및 대형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지고서라도 경제 발전을 위해 전력 생산을 늘리려 한다.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의 딜레마는 출구 없는 막다른 길과 같은 고민거리다. 라틴아메리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 보전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들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도 파나마에서 구리산업에 투자하려는데 원주민들의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안다.

브라질의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산으로 역내에서 한국 등 아시아의 의미는 제한적이지 않나.
브라질은 자주성을 추구하는데,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게 아니라 브라질 자신을 위해서다. 브라질은 지역 내 깊은 통합을 원하는 게 아니라 피상적 통합만을 원한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유럽·아프리카·아시아와 상대하려는 것이다. 브라질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문화·언어적 차이가 있지만 중요한 국가다. 하지만 이런 태도 때문에 헤게모니를 장악하지 못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대변인이 절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중국이 동북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차이가 난다. 브라질은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관계를 재정립하고 균형을 잡으려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이지만 그렇다고 브라질이 미국과 동등한 관계는 결코 아니다.

지난 4월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7년이 지났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의 투자 및 협력 발전은 상대적으로 느린 반면에 한국과는 교역 규모 등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투자 면에서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게 중국과 다르다. 또 칠레에 투자하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경우와 다르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의해 많이 좌우되지만 칠레는 그렇지 않고 안정적이다. 한국과의 자유무역은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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