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슨 말을 하겠소. 그대로 떠나게 해주오.”
1960년 5월29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쓸쓸히 김포공항에서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4·19 혁명으로 쫓겨난 그는 1965년 7월19일 하와이 호놀룰루의 요양원에서 91살의 나이에 숨을 거뒀다. 며칠 뒤 그의 유해는 국내로 옮겨져 서울 시가를 행진한 뒤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독재 끝에 찾아온 도피·체포·처형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홍해 휴양도시 샤름 엘 셰이크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82살의 고령에다 건강이 악화돼 위독설이 나도는 그처럼, 많은 독재자들은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그 가운데 한 명이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전 대통령이다. 1989년 반정부 시위에 유혈진압을 지시한 그는 결국 혁명세력에 쫓겨 달아났다가 붙잡혀 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직후 총살형에 처해졌다. 크리스마스였다. 25년간 루마니아를 철권통치한 그가 총살되는 장면은 텔레비전으로 방송됐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알프스 산맥을 따라 달아나다가 유격대에 붙잡혀 처형당했고, 그의 주검은 밀라노의 로레타 광장에 매달렸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고향에서 숨어지내다 미군에 체포된 뒤 2006년 12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및 후세인 축출의 근거가 된,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서슬 퍼렇던 독재자 중에는 시민혁명에 꽁무니를 빼며 달아난 이가 많다. 최근 사례로 23년간 집권한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은 ‘재스민 혁명’이 타오르자 서둘러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그는 도피하기 직전 중앙은행에서 금괴 1.5t을 빼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의 독재자 ‘베이비독’ 장클로드 뒤발리에는 1986년 반정부 시위에 떠밀려 미군 군용기편으로 프랑스로 망명해 호화 생활을 누렸다. 그는 대선 혼란 등을 틈타 25년간의 망명 생활을 접고 지난 1월26일 전격 귀국했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체포된 뒤 기소됐다.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풀헨시오 바티스타는 1959년 쿠바 혁명 당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망명했다. 2005년 키르기스스탄의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대통령은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장기 집권을 꿈꾸다 반정부 시위로 실각해 러시아로 달아난 뒤 사임 문건에 서명했다. 1970년대 인권유린과 폭압정치로 악명 높았던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은 1979년 반군 등에 쫓겨 리비아로 도피했다.
재판대에 선 경우도 많다.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당시 미국에 압송된 뒤 마약 밀매와 돈세탁 혐의 등으로 20년간 수감 생활을 했지만, 다시 프랑스로 이송돼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인종학살을 저지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은 2006년 3월 국제전범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다가 숨졌다. 칠레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도 가택연금된 뒤 기소됐으나 2006년 재판을 받다가 사망했다.
은둔 생활하다 쓸쓸한 최후 맞기도법정에 서지도 않고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철권통치를 했으나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뒤 하와이에서 1989년 숨졌다. 인도네시아를 30년 넘게 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은 1998년 부패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가택연금된 뒤 은둔 생활을 하다가 2008년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죽기 전까지 감옥에 가지도 재산을 반납하지도 않았다. 1962년부터 1988년까지 버마를 통치한 네윈은 가택연금 중이던 2002년 세상을 떠났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53년 3월 모스크바 근교 별장에서 뇌졸중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독살설이 끊이지 않는다. 무바라크에겐 어떤 최후가 기다리고 있을까?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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