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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돌 기획] 알짜배기 콘텐츠로 진보 네트워킹

미국 ‘Z커뮤니케이션스’의 운영자로
월간지 〈Z매거진〉을 만드는 마이클 앨버트
등록 2009-04-02 17:31 수정 2020-05-03 04:25
마이클 앨버트(62)

마이클 앨버트(62)

주류매체의 여론시장 독점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맞선 진보 진영의 대안언론 운동도 마찬가지다. 지난 1986년 ‘Z커뮤니케이션스’(이하 ‘Z컴’)를 창설하는 한편, 진보적 월간지 〈Z매거진〉을 펴내고 있는 마이클 앨버트(62)는 미국 대안언론 운동의 대표적 인물이다. 은 지난 3월20일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한 토론회에 참석한 그를 만나 대안언론 운동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평생을 평화운동가이자 독립언론인으로 살아온 마이클 앨버트는 스스로를 ‘시장 폐지론자’로 부른다.

-한국 독자들에겐 낯설다. ‘Z컴’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Z컴’은 월간지를 발행하고, 매년 열흘간 열리는 여름학교, 온라인 학생 사이트, 비디오 프로젝트 등 여러 매체 사업을 하는 대안언론 그룹이다. 이 모든 활동의 시초는 20여 년 전 창간된 월간 〈Z매거진〉이다. 웹 부문에서 사업을 한 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의 사업은 우리가 ‘참여경제’(Participatory Economy)라고 부르는 반자본주의적 비전에 입각해 짜여 있다. 우리 조직의 규모는 상당히 작다. 웹사이트 개설과 운영은 내가 주도했고, 창설 직후에야 오늘날 우리가 ‘월드와이드웹’이라고 부르는 것이 생겨났다. 온라인 부문 독자는 50만 명 가까이 되는데, 이 중 3분의 2는 미국에 있고, 3분의 1은 전세계 영어권 독자들이다.

-월간지에서 출발해 일종의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로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사람들을 이어주고, 기존 필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기 위해 네트워킹 기능을 추가로 강화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편집 방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여러 분야에서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찾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다만 온라인 공동체 구성원들이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토론하며, 함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친구를 맺고 소통을 유도하는 ‘좌파의 페이스북(미국판 싸이월드)’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알짜배기 콘텐츠와 진지한 사회운동을 접목할 생각이다.

-위기 속에 집권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미국 안팎에서 높은데.

=글쎄,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중요한 문화적 성과다. ‘강경 보수파’인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낙선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이 두 가지를 빼면, 딱히 달라질 게 없는 것 같다. 아쉽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젊고 영리하다는 사실만으로 진지한 진보적 정책을 기대하는 건 근거 없는 믿음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가 망쳐놓은 것을 오바마 행정부가 ‘수리’하기는 하겠지만, 진보 진영이 적극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한 그보다 더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Z컴’이 추구하는 진보의 가치는 뭔가.

=우리처럼 여러 부문을 지닌 미디어는 하나의 정치적 지향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핵심 필자와 독자는 대체적으로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참여경제에 호감을 가지며, 페미니즘적인 인간관계와 다문화적 가치, 참여에 기반한 자기관리와 정치제도 등의 가치를 지향한다. ‘Z컴’은 단순히 현존하는 상황 분석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변화의 실현이 궁극적인 목표다. 따라서 비전과 전략을 우선시하며, 이차적으로 현실 분석을 내놓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대안언론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재정적인 측면인데.

=우리도 재정적인 부침이 있었고, 항상 돈은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도 돈이 필요하다. 월간지 구독료를 받고, 각종 영상물 제작·판매와 여름학교 등에서 약간의 수익을 낸다. 또 매달 혹은 매년 기부를 하는 충성 독자가 있다. 이들의 도움이 매체의 ‘지속’과 ‘성장’에 긴요하다. 상당한 기부금을 모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의 역사와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 수준 덕분이라 본다.

-종이매체의 쇠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안언론에 조언할 것이 있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내는 월간지 〈Z매거진〉도 다른 인쇄매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일반 독자와 진보 독자 모두가 인쇄매체와 인쇄매체 콘텐츠에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현재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의 질과 양이 갈수록 현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교육이 중요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케임브리지(미국)=서수민 기자 한겨레 국제부문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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