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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와 대화 채널 없다”

등록 2007-08-17 00:00 수정 2020-05-03 04:25

유니필 부사령관 네흐라 준장 인터뷰… “합법적 권위를 부여받은 레바논 정부와만 의논”

무장해제 vs 내전, 레바논 르포

▣ 나쿠라=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penseur21@hotmail.com

인도 출신으로 지난해 ‘7월 전쟁’ 이후 새롭게 재편된 유니필에서 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네흐라 준장을 나쿠라 유니필 본부에서 만났다. 그는 “헤즈볼라 무장해제는 유니필의 임무를 부여한 유엔 결의안 1701호에 명기된 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서 자유로운 병력 이동은 헤즈볼라의 도움 없이 불가능한 게 현실임에도 그는 “헤즈볼라와 유니필 간에 대화 채널 같은 건 없다”고도 못박았다. 네흐라 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헤즈볼라 무장해제는 임무 아냐

지난 6월(스페인군)과 7월(탄자니아군) 잇따라 유니필에 대한 공격이 벌어졌다.

=이곳이나 베이루트나 이따금 테러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스페인군 공격 사건 이후 유니필군과 민간인 보호를 위해 부가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군사적 맥락에서 볼 때 그런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무력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위험도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스페인군 공격 사태 이후 유니필이 영외활동을 중단했다던데.

=당연한 결과다. 그렇다고 우리가 주민들과 접촉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린 궁극적으로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출 등을 줄였고, 그래서 주민들이 영외활동 중단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유니필은 전투병이 아니라 평화유지군 아닌가?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한국군은 특전사 중심으로 유니필에 파견했다.

=각 주권국가가 유엔군을 파견할 때 그 나라 최고의 정예부대로 편성했으리라 믿는다. 배경이야 어떻든 임무는 유니필군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다른 나라 유니필군보다 위험하다고 보지 않는다. 30개국에서 파병된 모든 군이 같은 조건과 환경에 처해 있다.

각 파병국의 구체적 임무는 누가 결정하나?

=유니필 사령관이 결정한다. 사령관이 추천하는 각국의 임무를 부사령관에게 전달하면, 그걸 부사령관이 각국 사령관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특정국이 선호하는 구체적인 역할이 있다면, 상황이 허락하는 한 그 임무를 맡을 수는 있다.

유니필이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인데.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01호를 완벽하게 이행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결의안에는 헤즈볼라 무장해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 헤즈볼라 무장해제 문제는 레바논의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유니필은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할 뿐이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 지지기반을 둔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받는 정치적 조직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 유니필은 남부 어디나 갈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접근 제지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디든 접근이 가능하다.

헤즈볼라의 협조를 받고 있나?

=헤즈볼라와는 어떤 대화 채널도 없다.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바논군과 정보국 그리고 합법적 권위를 부여받은 레바논 정부와만 의논한다. 우리의 활동은 레바논군과 공조해 이뤄진다. 그 밖에 다른 누구와도 우린 상대하지 않는다.

알카에다를 포함한 무장세력이 유니필을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는데.

=언론보도를 보긴 했다.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앞선 테러 공격을 누가 벌였는지 정확히 모른다. 현재 조사 중이고,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다.

이스라엘이 무인 항공기를 띄워 레바논 상공에서 정찰을 하는 건 휴전협정 위반이 아닌가?

=레바논 영토와 상공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다. 적발될 때마다 비행기를 이스라엘로 돌려보내고 있다. 국제사회가 함께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다. 지금으로선 유니필도 답은 없다.

전쟁 가능성 완전 배제할 순 없어

전쟁이 재발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는데.

=문제가 끝나지 않은 건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유니필의 임무가 2년 이상 더 지속된다면 사람들이 평화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평화 분위기가 사라지고 자잘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갈등이 격화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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