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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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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장 와플을 소개합니다

등록 2007-08-17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머랭 넣은 브뤼셀 와플이 제맛이지만 관광객은 효모 넣은 리에주 와플과 구분하기 어려워</font>

▣ 브뤼셀=글·사진 도종윤 전문위원 ludovic@hanmail.net

‘와플’ 하면 벨기에를 떠올리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된 듯싶다. 유명 여행 안내책자는 물론이고 웬만한 인터넷 여행 사이트에도 벨기에 먹을거리를 소개할 때 와플을 빼놓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벨기에에 와서 꼭 맛봐야 할 것 세 가지인 홍합·초콜릿·맥주에 이어 이젠 와플이 하나 더 추가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토머스 제퍼슨의 혀를 사로잡다[%%IMAGE4%%]

영어로 와플(프랑스어로는 고프르)이라 부르는 이 ‘풀빵’의 유래에 대한 설명은 크게 두 가지다. 십자군이 야전에서 방패를 겹쳐 빵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 첫 번째고, 중세 시대에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던 웨이퍼(미사 때 쓰는 성체)가 유래라는 것이 두 번째다. 어느 쪽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18세기에 리에주(벨기에 동쪽의 도시) 주교가 와플을 만들었다는 문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와플이 가톨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와플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미국에 소개되면서부터다. 17세 초 미국에 건너온 네덜란드 신교도들이 처음 와플을 만들어 먹었는데, 나중에 이를 먹어본 토머스 제퍼슨이 그 맛에 반해 아예 프랑스에서 와플 틀을 수입해서 즐겨 먹은 것이 유명해진 계기가 됐단다. 시간이 흘러 1964년에는 뉴욕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엑스포)에서 벨기에인 모리스 베르메쉬가 ‘브뤼셀 와플’을 ‘벨기언 와플’이라고 소개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때부터 브뤼셀 와플은 벨기에 와플의 상징이 됐다.

벨기에에서 맛볼 수 있는 와플은 크게 ‘브뤼셀 와플’과 ‘리에주 와플’로 나뉜다. 브뤼셀의 제과학교 ‘로저 랑비옹’의 조리법에 따르면, 두 가지 와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반죽 과정에서 ‘머랭’(계란 흰자를 거품 낸 것)을 사용하느냐 ‘효모’를 사용하느냐에 있다. 머랭과 효모는 모두 빵을 부풀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머랭이 좀더 부드럽고 손도 많이 간다. 브뤼셀 와플은 반죽할 때 바로 이 머랭을 사용한다. 하지만 머랭이 들어간 반죽은 장기간 보관하기가 어려우므로 반죽 뒤 바로 조리해야 하며, 낮은 온도로 서서히 굽기 때문에 조리 시간이 길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리에주 와플은 머랭 대신 효모를 사용하는데, 이는 반죽의 냉동 보관이 가능해 체인점 등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조리 시간도 짧다는 이점이 있다. 때문에 우리가 길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와플은 리에주 와플이다. 요즘에는 브뤼셀 와플에 머랭 대신 효모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된 것을 맛보자면 머랭이 들어간 것을 찾는 게 좋다. 미국에서는 미국식 와플이 인기라지만, 머랭이나 효모 대신 베이킹파우더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벨기에 와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갓 구운 노점 와플, 특급호텔 것보다 맛있네

여행객이 두 와플을 겉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브뤼셀 와플은 레스토랑 등에서 디저트로 먹는 경우가 많은 반면, 리에주 와플은 길거리에서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다. 또 리에주 와플 안에는 작은 별사탕이 박혀 있는데 이것으로 두 가지를 구분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관광지 등에서 와플 위에 딸기·초콜릿·생크림 같은 토핑을 얹어주기도 하는데, 이는 브뤼셀 와플이냐 리에주 와플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다. 이런 화려한 와플은 이른바 ‘관광객용 와플’이라고 해서 현지인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와플을 제대로 즐기려면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겨울이 제격이다. 비가 축축하게 내리는 브뤼셀의 겨울, 오후 시간이면 각 학교 입구에 와플을 파는 승합차가 한 대씩 와 있기 마련이다. 이때 시린 손 호호 불며 노점에서 사먹는 갓 구운 와플의 맛은 특급호텔 디저트 코너에서 먹는 어떤 와플보다 훨씬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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