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브뤼셀에선 빌려 타는 자전거 ‘사이클로시티’를 즐겨라</font>
▣ 브뤼셀=글·사진 도종윤 전문위원ludovich@hanmail.net
브뤼셀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 가지 낯선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인 없는 자전거가 여기저기 놓여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 전용 대기소에 묶여 있고 브뤼셀시의 문장이 그려져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 자전거와 다를 것이 없다. 일부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은 이 자전거의 쓰임이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자전거를 타보려고도 하는데 소정의 절차가 없으면 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자전거의 정체는 무엇일까?
승용차 없애고 자전거 사면 400유로 지원
‘사이클로시티’라고 부르는 이 자전거는 브뤼셀시가 한 광고회사에 위탁한 임대 자전거들이다. 이 자전거는 14살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이다 보니 거칠게 사용하거나 슬쩍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소정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이 자전거를 이용하려면 먼저 티켓을 사거나 1년짜리 회원권을 끊어야 한다. 1주일짜리 티켓은 1.5유로(약 2천원), 1년짜리 회원권은 10유로(1만3천원)다. 여기에 30분당 50센트씩 사용료가 붙는다. 1회용 버스·전철 티켓이 1.5유로이니 그다지 비싼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다. 공공재를 사용하면서 지불하는 최소한의 양심인 셈이다.
시 당국에 따르면, 현재 브뤼셀에는 주요 지역 23곳에 이러한 자전거 대기소가 설치돼 있고, 총 임대 자전거는 약 250대에 이른다. 하지만 분실이나 훼손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냥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사용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1년 회원권을 구입한 경우라면 마그네틱선을 자전거 관리 기계에 갖다 대기만 하면 되고, 티켓을 구입한 경우라면 비밀번호와 자기가 탈 자전거의 번호를 관리 기계에 입력하면 바로 이용할 수가 있다.
유럽에서 자전거 타기의 일상화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그만큼 타기에 편하고 혜택이 많다는 뜻이다. 우선 당국이 자전거 타기를 크게 장려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유럽연합 기관이 많이 몰려 있는 슈망 전철역 앞 ‘휘 드 라 루와’(법의 길)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갖춰진 곳으로 꼽힌다. 이곳은 브뤼셀에서 교통 정체가 가장 심한 곳이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샐러리맨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부터 전개된 친환경운동은 자전거 타기를 크게 고무시킨 한 요인이 되었다. 이 운동은 승용차를 처분하고 등록을 말소한 운전자가 자전거를 구입한 경우, 최대 400유로까지 지원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에 포함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자연조건이 자전거 타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도 무시 못할 이유로 꼽힌다. 브뤼셀의 경우 도로가 평평해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한 친구는 “서울의 경사지고 굴곡진 도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서울보다 교통 여건이 딱히 더 좋다고 할 수 없는 브뤼셀 시민들이 자전거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지형이 완만하다는 자연조건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꾸준히 늘렸다는 정책에 그 이유가 있다.
안전거리 4m 확보, 헬멧 착용…
그러나 브뤼셀에서 자전거 타기를 우습게 볼 일만은 아니다. 경찰이 권장하는 자전거 타기의 모범 사례는 제법 까다롭다. 헬멧 착용, 우측 주행, 음주운전 금지(혈중 알콜농도 0.5g/㎖ 미만), 방향 전환시 수신호, 단체 일렬 주행시 자전거 간 안전거리 최소 4m 확보, 내리막길에서 앞뒤 거리 10m 유지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이다.
다가오는 여름 배낭여행으로 브뤼셀을 즐기려는 당신이라면, 시내 도처에 놓여 있는 임대 자전거에 당황하지 말기를 바란다. 1.5유로짜리 자전거 티켓을 사서 자전거를 타며 브뤼셀의 정취를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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