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상하이 국제학교의 한국 학생들이 쏟아내는 쓴 소리</font>
▣ 상하이=우수근 전문위원 woosukeun@hanmail.net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한 사회를 ‘닫힌 사회’와 ‘열린 사회’라는 두 유형으로 구분한 바 있다. 백과사전을 보니 이렇게 적혀 있다. “닫힌 사회는 본능에 가까운 습관이나 위압, 제도에서 유래하는 사회적 의무에 따라 안으로는 개인을 구속·위압하고, 밖으로는 배타적이며 자위와 공격의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폐쇄적 사회를 뜻한다. 열린 사회는 적대적 폐쇄성을 초월한 무한의 개방적 사회로서, 인류애로 전 인류를 포용하려는 사회다.”
얼마 전 ‘국가주의와 한국’이란 주제로 중국 상하이의 미국·영국·싱가포르계 국제학교와 중국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에게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한국의 신문·방송을 보면 지나치게 비좁게 우리 이익만 집중시키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우리에게 ‘윈윈’을 추구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들은 ‘제로섬식’ 사고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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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있는’ 아이들은 한국에서 나서 자란 ‘순수 한국인’과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이 내놓은 주장의 뼈대는 이렇다.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에 임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면, 스포츠 이상의 결사항쟁적 살벌함이 느껴진다. 한국 사회도 양극화가 심각하기 때문에 다른 곳의 양극화는 아직 우리가 알 바 아니라고 하는데, 이러고도 함께 잘살자고 말할 수 있나?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주의·민족주의 교육을 받으며 자란 어른들의 성장 환경에 비춰볼 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른들은 너무 배타적이고 폐쇄적으로 ‘한국’과 ‘우리’만 고집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이 나섰던 금 모으기 운동과 월드컵 때 태극기로 물결을 이루며 붉은 악마가 수십만 명씩 거리 응원에 나선 것이나, 최근 황우석 교수 사태 등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달랐다. 어떤 친구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만 내걸리면 ‘벌떼’처럼 뭉치며 하나가 돼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의 모습에서 섬뜩함마저 느끼게 된다”고 했다.
“한국의 ‘벌떼 민족주의’는 영어로 ‘Bee-Mob-Peoplism’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Mob’이란 단어는 ‘대중’이나 ‘민중’이란 뜻과 함께 ‘폭도’란 뜻도 있으니까요.”
고등학교 2학년 과정에 다니는 한 친구는 ‘신조어’를 만들고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는 국가주의 경향을 보면 대중들이 벌떼와 같이 힘을 합쳐 국난을 극복한다는 의미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편협한 자국 이기주의로 흘러 ‘폭도’로 변할 우려도 있다.”
베르그송은 ‘닫힌 사회’의 결합 원리를 “정지된 관습이나 위압, 명령 등에 따라 개인을 사회에 복종시키려는 불변의 비인격적 닫힌 도덕”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런 사회에선 “가족이나 도시, 국가도 타인을 선별해 배척하며 거부와 투쟁을 전개”한다. 반면 ‘열린 사회’의 결합 원리는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생명의 근원에 감촉되는 환희를 향해 끊임없이 전진·향상하려는 인류애적 열린 도덕”이다. 다시 말해 가족이나 사회, 국가의 ‘닫힌 도덕’을 초월한 사랑으로 맺어진 인류사회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21세기에는 다른 이들과 공존을 추구하는 ‘윈윈’식 사고가 절실하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를 보면 ‘제로섬’식 사고가 너무 강한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에게 ‘세계인’이 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한 학생의 지적을 ‘당돌하다’고만 생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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