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이선주 전문위원 koreapeace@free.fr
서유럽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는 고용 후보들에 대한 차별이 심한 나라(출처: CEE고용연구센터)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고용차별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에, 아주 독창적인 방안이 나왔다. 일명 ‘익명 이력서’에 의한 후보 선별이다. 이것은 2004년 당시 총리였던 라파랭이 고안했다. 실업과 장기 실업자 문제가 사회적 초점으로 떠오를 때 “수십수백여 통의 이력서를 보냈지만 단 한 건도 인터뷰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의 소식이 언론을 탄 것이 계기가 됐다.
‘고용차별 극복 → 익명 이력서’라는 공식이 증명하듯 그동안 프랑스에서는 기업들이 직원을 선별할 때 이력서에 명기되는 이름에서부터 차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름으로 귀족/평민을 가리는 시대도 아닌데 이게 무슨 말이냐고? ‘LEE’는 동양인 하는 식으로 다민족 사회에서 이름은 당사자의 정체성을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기독교식 이름이 아니거나, 그 외(유럽연합 외) 외국인 이름의 후보자들, 즉 사회 비주류 계층의 후보들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인 차별을 해왔다는 것이다.
2004년 정부는 250명 이상의 직원을 둔 기업에 ‘성명, 성별, 국적을 명기하지 않은 이력서에 의한 후보 선별’을 권장하는 시범안을 실시했다. 2005년 1월부터는 몇몇 기업들이 거기에 참여해왔는데 2005년 말 방리유(대도시 외곽지역) 대소요 사태가 벌어진 뒤에는 ‘익명 이력서 실시’가 다시 적극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익명 이력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소리도 높다. 근본적인 차별이 늘 존재하는데 ‘기회의 평등’이라는 정치적 제스처만 과시하는 격이라는 의견이다. 사실상 특정 사회의 차별 문제는 해당 사회의 역사와 제도의 특성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 특정 법으로 하루아침에 극복되기는 어렵다.
차별과 불평등이 낳은 지난해 소요사태는 익명 이력서 외에도 ‘평등’을 지향하는 몇 가지 사항에 대한 ‘법제화 계획’을 본격화하는 데 기여했다. 비인간적인 서민 고층 아파트에 대한 개선책으로 좀더 인간적인 주거환경 조성, 그리고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더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이것은 소요사태의 긍정적인 파생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 내부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이면에 이민정책은 더욱더 강경해지고 있다. (‘긍정적 차별’ 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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