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황자혜 전문위원 jahye@hanmail.net
일본 해외 관광객들이 외국에 나가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은 아마도 자판기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자판기가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상당히 불안해한다. 그만큼 자판기는 일본 일상생활의 지배적 환경이다. 종류별로 갖춰진 음료 자판기, 담배나 아이스크림, 수프, 감자튀김 등의 간식 자판기는 물론, 온천의 탈의실에는 꼭 병우유 자판기가 있으며, 식당이나 호텔에서 쉽게 맥주 자판기를 대할 수 있다. 또 병원 1층에는 환자 문병용 생화, 조화 자판기가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엔 어디나 해당 상품의 자판기가 놓여 있는 형국이다.
일본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험했을 식권 자판기도 있다. 주문과 지불을 동시에 해결해 소규모 영세식당부터 대형 숙박지 식당까지 인건비 감축에 셀프서비스 효과를 노려 일본 전역에 보급돼 있다.
일본 자동판매기협회에 따르면, 용도별 자판기 대수는 음료 자판기가 295만대로 전체의 60%, 그 다음으로 담배 자판기가 63만대로 15%, 식품 자판기가 14만대로 약 4%의 분포다. 판매총액을 보면, 음료가 2조7650억엔, 담배가 1조9770억엔에 달한다. 인구비로도 일본은 자판기의 제국이다. 자판기 대수로는 미국이 320만대로 일본의 260만대를 앞서고 있으나, 인구 비율로 보면 미국은 90명당 1대인 데 반해 일본은 46명당 1대인 셈이다.
일본에서 자판기를 둘러싸고 가장 골치를 앓는 문제는 바로 ‘자판기 털이’. 2002년 자동판매기협회 조사보고서를 보면, 자판기 털이 인지 건수는 17만4718건인 데 반해 검거 건수는 2만8962건이다. 그 중 실제 검거인 수가 2850명으로 10분의 1 이하로 보고됐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소년 자판기 털이다. 1994~98년 40% 전후이던 것이 2002년엔 76%에 달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한번에 많은 금액을 털 수 없기 때문에 반복범죄가 많고, 1천건 이상의 자판기 털이(피해총액 350만엔)를 자백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자판기 털이에 적용되는 죄목은 절도죄인데 일본 각 도도부현 경찰서 형사생활안전과 등에서 전담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판기 한대가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전력이 어른 2명인 한 가정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며 자판기 제국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일본은 지진이 빈번하므로 자판기 전도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판기를 지면에 고정시키기를 권장하는 매뉴얼이 발표되기는 했으나,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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