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이슬람 강경파 통제가 너무 느슨했다”비난하며 영국 극우파 득세
이슬람 사원 공격과 함께 소수 인종과 종교인에 대한 공세 우려</font>
▣ 런던=줄리언 체인 전문위원 hotmail.co.uk@hani.co.kr>juliancheyne@hotmail.co.uk
지하철 전동차 3량과 런던의 명물 2층 버스 1대를 날려버린 잇따른 폭탄 공격이 벌어진 지 닷새, 최종 사상자 규모는 아직까지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74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사상자들의 신원은 파악됐지만, 여전히 수많은 희생자 가족들이 곳곳의 병원을 전전하며 실종된 이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 참혹한 사연들은 여전히 신문지상을 채우고 있다. 연기 자욱한 열차에서 내려 주검과 죽어가는 사람들이 널브러진 지하터널을 빠져나온 지하철 승객들. 자신이 몰던 버스가 폭파된 뒤 충격으로 7마일이나 헤매고 다닌 운전기사. 폭파 사건과 함께 실종된 자녀를 찾아 나이지리아에서 날아온 어머니의 애끊는 사연이 지면에 실리고 있다.
또 다른 공격 벌어질 수 있는가
당국은 폭파범이 모두 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각각 하시브 후세인(18), 세자드 탄이르(22), 모하메드 시디크 칸(30), 린드세이 제르멩이다. 폭파범은 모두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 자메이카 출신인 제르멩을 제외하면 3명은 영국 태생의 파키스탄계다. 세자드 탄이르는 파키스탄 무드라사르 종교학교 출신이며, 모하메드 시디크 칸은 파키스탄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에는 알카에다 훈련캠프가 있다. 이들 학교는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하메드는 무슬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청소년단체 활동가다. 그의 이웃이 일주일 전 청소년을 의식화한다며 신고를 해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그가 영국의 2004년 테러 소탕작전에서 체포된 적이 있다는 보도를 했다. 영국은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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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폭탄 공격 용의자인 하시브 후세인의 가족은 사건 당일 그의 실종신고를 했다. 이 신고를 통해 잉글랜드 북부 지역 대규모 수니파 무슬림 공동체가 형성된 웨스트 요크셔와 이 사건과 연관성이 제기되었다.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다는 사실은 하시브 후세인이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9·11 동시 테러범들처럼 사건을 벌이기 직전까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말해준다. 경찰은 현재 루튼역의 폐쇄회로 화면으로 다섯 번째 인물을 분석하고 있다. 범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만났던 인물이다. 대부분의 자살폭탄 공격 사건에서 사건의 배후 조종자가 자살 공격자를 배웅한다. 하지만 그가 주모자일지는 불확실하다.
테러범 소탕작전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폭파범이 살아 있다면 또 다른 공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세 차례나 경계령이 내려지면서 런던의 의회건물과 화이트 홀, 버밍엄 시티센터가 폐쇄된 바 있으나, 모두 잘못된 경보로 드러났다.
서서히 이번 사건을 사전에 예고하지 못한 정보 당국의 실책에 비판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보수당은 이번 사건을 미리 경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지만, 노동당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영국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음에도 이상하게도 사건이 벌어지기에 앞서 당국은 보안경고 등급을 오히려 낮추었다. G8(주요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린 스코틀랜드에 수많은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몰렸다는 사실이 오히려 사건 당일 폭파범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줬을 것이다.
G8 개최 시기에 보안경고 등급 낮춰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벌어진 스페인 마드리드 통근열차 폭파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다. 한 가지 대비되는 점은 스페인 당국과는 달리 영국 당국의 행동이 느리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선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테러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모든 테러범의 신원이 밝혀졌다. 또 희생자 가족을 위한 지원센터가 설치되고, 사건 관련자 체포도 이뤄졌다. 반면 런던 경시청은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뒤에야 폭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희생자들의 신원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고, 최종 사망자 수도 아직까지 불확실히다. 죽거나 실종된 이들의 가족은 사망자 신원 파악이 늦어지면서, 곳곳의 병원을 전전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국에 항의하고 있다. 당국은 희생자 가족들이 지원센터로 거는 문의전화까지 터무니없이 높은 전화비를 받아내고 있다.
사건에 앞서 정보기관에서 영국을 겨냥한 테러 공격의 ‘불가피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이번 사건 용의자들을 사전에 적발하지 못했고, 수사 당국은 이들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도 못했다. 영국 대테러 첩보활동의 효율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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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그동안 이슬람 강경파에 대한 통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여러차례 받아왔다. 런던은 ‘런더니스탄’으로 알려져왔으며, 프랑스쪽에선 런던을 ‘아프가니스탄의 대기실’이라고 불러왔다. 프랑스는 특히 스트라스부르 폭탄 공격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라미네 마로니 같은 테러 용의자들을 자유롭게 입출국을 하게 놔둔다며 영국 정부를 비난해왔다. 이슬람 강경파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는 대가로 영국은 공격하지 않겠다는 양해를 얻어낸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실제로 아부 바키르는 이슬람 강경파들에게 영국이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으니 영국을 공격해선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협정’도 더 이상 효력이 없게 됐다.
런던은 아프가니스탄의 대기실?
영국에는 현재 200만명이 넘는 이슬람 신자가 있으며, 극단주의 단체도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돼 있다. 극단주의자들을 포함한 난민들도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과는 달리 아무런 통제 없이 거주를 허용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슬람 강경파를 탄압해 지하단체화하도록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이들에 대한 감시를 어렵게 하는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판단했다. 이런 정책은 이제 바뀌게 될지 모른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폭파범들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들은 유서를 남기지도 않았고, 자신들의 행동을 설명하는 비디오테이프도 남기지 않았다. 알카에다는 오래전부터 영국을 목표로 삼아왔고, 이라크 침공 이전부터 테러 위협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지 갤러웨이를 비롯해 이라크 주둔 반대파는 이번 사건이 이라크 침공 때문에 벌어졌다며, 영국군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여론의 눈길을 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사건이 이라크 주둔군 관련 여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나이트>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9%가 영국군의 이라크 주둔에 찬성했으며, 철군해야 한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뒤 새로운 보안 조처와 함께 당국이 극단주의자들과 은신처를 찾는 테러범의 소탕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국이 이번 사건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주민등록제 도입과 전화·전자우편 감시 강화에 대한 여론이 커질 것이다. 반대로 치안 강화라는 미명 아래 이뤄지는 인권 침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미 이슬람 사원에 대한 공격이 벌어졌고, 소수 인종과 종교인들에게 대한 극우파의 공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영국 태생 무슬림의 소행이라는 점은 최악의 뉴스며, 영국 사회와 제도에 대한 심각한 시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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