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육상 최고의 별들이 달구벌에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안방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스타들의 ‘육상쇼’가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27일~9월4일)에서 최고의 스타들이 펼칠 명승부 5가지를 꼽아봤다.
불과 10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지구촌 육상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종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우사인 볼트(25)와 아사파 파월(29)의 자메이카 집안 싸움이 치열하다. 타이슨 게이(29·미국)의 불참으로 ‘인간 탄환’ 삼파전이 불발된 게 아쉽다.
볼트는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보유한 금세기 최고의 스프린터다. 그가 달릴 때마다 남자 단거리의 역사는 새로 쓰였다. 미국의 모리스 그린(37·은퇴)이 1999년 인류 최초로 9초8대(9초79)를 허문 뒤 볼트가 2008년 9초7대(9초69)를 깨기까지 0.1초를 줄이는 데 9년이 걸렸다. 하지만 볼트는 불과 1년 만에 9초69에서 9초58로 0.11초를 줄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대회 승부는 안갯속이다. 볼트는 아킬레스건 부상과 허리 통증에서 회복된 뒤 9초88을 찍었다. 반면 파월은 올 시즌 최고 기록인 9초78을 가지고 있다. 볼트는 “신기록 작성은 힘들지 몰라도 우승은 반드시 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남자 100m 결승은 8월28일 저녁 8시45분에 열린다.
미녀새는 배고프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볼트가 남자 선수 최고의 스타라면 여자 선수는 단연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다. 그는 여자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5m 장벽을 넘었고, 27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 그는 세계기록을 35번이나 경신한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세르게이 붑카(47·우크라이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새로운 기록을 9번이나 더 작성해야 넘어설 수 있는 엄청난 기록이지만 이신바예바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이신바예바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환희와 슬픔을 모두 맛봤다. 2005년 핀란드 헬싱키 대회 때 여성 최초로 5m의 벽을 허물었지만 2009년 독일 베를린 대회 때는 손목 부상으로 실격해 안나 로고프스카(폴란드)에게 금메달을 넘겨줬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 더 강했다. “한물간 것 아니냐”는 평가 속에 일주일 뒤 열린 스위스 국제대회에서 27번째 세계기록을 세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붑카의 별명은 ‘인간새’다. 과연 미녀새가 인간새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신바예바의 28번째 세계신기록 도전은 8월30일 저녁 7시5분부터 열린다.
0.01초의 경쟁, 남자 110m 허들
개인 최고 기록 0.01초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세 사나이가 허들을 앞에 두고 숨가쁜 경쟁을 펼친다. 중국의 류샹(28), 쿠바의 다이론 로블레스(25), 미국의 데이비드 올리버(29)가 그들이다.
류샹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110m 허들에서 12초9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선천적으로 탄력과 심폐기능이 좋은 흑인을 아시아인이 물리치자 “인종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류샹은 2년 뒤 12초88의 세계기록까지 세웠다. 1993년 콜린 잭슨(44·영국)의 13년 묵은 기록을 0.03초나 단축했다. 하지만 그 이후 아킬레스건 부상 등으로 내리막을 걷다 최근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로블레스는 류샹의 기록을 0.01초 단축한 12초87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바로 그다. 올리버는 상승세가 무섭다. 개인 최고 기록에선 류샹보다 0.01초, 올리버보다 0.02초 늦은 12초89를 가지고 있지만 올 시즌 최고 기록이다. 류샹과 올리버는 올 시즌 1승1패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로블레스는 이들과 맞대결이 없었다. 남자 110m 허들 결승은 8월29일 밤 9시35분에 열린다.
누구의 발이 먼저 들어올까, 여자 200m여자 200m 숙명의 라이벌 엘리슨 펠릭스(26·미국)와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자메이카) 사이엔 재미있는 함수관계가 있다. 펠릭스가 2005년 헬싱키 대회에서 여자 200m 최연소 금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일본 오사카, 2009년 베를린 대회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반면 캠벨 브라운은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연거푸 제패했다. 펠릭스는 2년 전 베를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메달에 그친 캠벨 브라운을 바라보며 “내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낸 금메달 3개를 당신의 올림픽 금메달 1개와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메이저대회를 양분하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이 없는 펠릭스의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일화다.
캠벨 브라운은 100m와 200m가 주 종목이고, 펠릭스는 200m와 400m를 뛰고 있다. 캠벨 브라운은 스타트가 좋고, 펠릭스는 가속이 뛰어나다. 캠벨 브라운의 개인 최고 기록은 21초74로 펠릭스(21초81)를 앞지른다. 올 시즌 최고 기록도 22초26으로 펠릭스(22초32)보다 좋다. 캠벨 브라운의 생애 첫 세계선수권 우승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 보이는 이유다. 여자 200m 결승은 9월2일 저녁 8시55분에 열린다.
조금 더 멀리, 남자 원반던지기
로베르트 하르팅(27·독일)과 피오트르 마와호프스키(28·폴란드)의 뜨거운 라이벌 대결이 관심이다. 하르팅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와호프스키에게 극적인 28cm 차이의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마와호프스키는 5차 시기에서 69m15를 던져 경쟁자들을 2m 이상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안방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하르팅은 마지막 6차 시기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69m43을 던진 뒤 포효했다.
마와호프스키는 이듬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68m87을 던져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함과 함께 하르팅을 40cm 차로 누르고 설욕에 성공했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다시 하르팅이 67m32를 던져 마와호프스키를 불과 6cm 차로 물리쳤다. 대구에서 펼쳐지는 둘의 네 번째 대결은 8월30일 저녁 7시55분부터 펼쳐진다.
김동훈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cano@hani.co.kr
| |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72살 친구 셋, 요양원 대신 한집에 모여 살기…가장 좋은 점은
“재앙이다”…바다가 27년째 땅으로 뱉어낸 용·문어 레고의 경고
트럼프 암살 시도 ‘백인 남성’, 현장서 12시간 기다렸다
‘국회부의장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은 왜 국회에 등 돌렸나
강남역서 실신한 배우 “끝까지 돌봐주신 시민 두 분께…”
홍준표 “김건희 여사 지금 나올 때 아냐…국민들 더 힘들게 할 수도”
“김건희 여사, 추석에까지 쇼…국민 울화통 터져” 민주당 직격
“윤 대통령 선물세트 팝니다”…중고거래 ‘명절테크’ 성행
마동석이냐, 이병헌이냐, 정우성이냐…추석 안방극장 대첩
늙는 속도 늦추기, 나이 상관없다…저속노화 식단에 빠진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