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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의 프로 데뷔전, 합격점 받다

등록 2005-03-17 00:00 수정 2020-05-03 04:24

대학 접고 FC서울 전격입단한 박주영 선수의 K리그 첫무대… 유럽 빅리그 진출 향해 전진

▣ 김경무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프로축구장은 처음이에요. 박주영 선수가 나온다기에 왔어요….”

‘한국 축구의 희망’ 박주영(20·FC서울)이 프로축구 무대에 첫선을 보인 3월9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축구팬들이 발길을 재촉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애인과 함께, 자녀와 함께, 그리고 친구와 함께…. 밤 8시에 시작된 경기 때까지 그렇게 몰려든 축구팬은 정확히 2만4863명(FC서울 공식집계). 애초 6만4천여석의 스탠드가 꽉 찰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런 기대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평일날, 그렇게 많은 관중이 한 스타의 묘기를 보러 모인 것은 거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순전히 ‘박주영 효과’ 때문이었다.

올해 고려대 2학년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박주영은 지난 2월28일 전격적으로 FC서울행을 택했고, 3월2일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입단식을 가졌다.

화려한 입단식… 치열한 주전 경쟁 속으로

박주영의 FC서울행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정이었다. LG에서 GS그룹쪽이 운영권을 맡게 된 FC서울은 박주영을 영입해 ‘스타 마케팅’으로 관중을 끌어올리려는 계산이었고, 유럽 빅리그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행을 노리는 박주영은 중간 기착지로서 흔쾌히 FC서울 제의를 받아들였다. 일단 신인 중 최고대우인 연봉 5천만원에 2007년까지 3년간 뛰기로 했다. 하지만 조건이 되면 올 시즌에도 유럽쪽으로 이적할 수 있다. 계약조건에 ‘2005년 시즌 중이라도 유럽 리그로의 선수 이적 추진’이라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박주영이 닮고 싶어하는 우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의 특급 골잡이로 활약 중인 티에리 앙리. 유연하면서도 빠른 드리블, 가공할 만한 골 결정력, 화려한 개인기 등 공격수로서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유럽 빅리그 최고의 선수다.

박주영은 FC서울 공식 입단식에서 “팬들이 저를 더 성원하고 함께해줬으면 좋겠다”며 “그럼 경기장에서 골로 보답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프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팀 안에서도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한때 박주영처럼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어갈 재목감으로 평가받던 정조국을 비롯해 ‘샤프’ 김은중, 지난 시즌 대구FC에서 뛰면서 K리그 통합 득점왕에 오른 노나또 등이 그의 경쟁상대. 주전경쟁과 관련해서 박주영은 “나는 아직 어리고 배워야 할 때라 내가 더 성장한 뒤에 선배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9일 삼성 하우젠컵 대구FC와의 경기에 박주영은 애초 후반 20분께나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발목 부상으로 연습량이 많지 않았고, 기존 선수들과 발을 맞출 기회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전까지 팀이 0-1로 뒤지자, 이장수 FC서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을 전격 투입했다. 전반전 노나또와 투톱을 이뤘던 김은중의 대타였다.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경기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다른 선수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현란한 공 터치. 경기장 팬들의 시선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카리스마, 빠르고 유연한 몸놀림…. 그에게는 확실히 남다른 축구 향기가 느껴졌다. 공 차는 게 달랐다.

본프레레 “어린 선수에 기적바라나”

애초 성인무대에서 그의 기량이 통할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박주영은 프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비록 데뷔전에서 골을 못 넣고 팀이 0-1로 패배했지만, 절묘한 힐킥 패스로 포르투갈 출신 히칼도의 슈팅을 돕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특히 투톱으로, 나중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그라운드를 누볐고, 상대 밀착수비에 막혀 완벽한 기량을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합격점을 받았다.

박주영은 경기 뒤 적잖은 아쉬움을 토했다. “아직 팀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연습이 안 돼 오늘 플레이가 부족한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충분히 준비가 안 돼 힘들었다. 문전에서 제대로 된 골 찬스가 오지 않아 아쉬웠다. 앞으로 슈팅 찬스가 있으면 제대로 기회를 살려보고 싶다.” 이장수 감독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훈련량이 부족했지만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프로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반면 이날 직접 스탠드에서 박주영의 플레이를 지켜본 조 본프레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비판적이었다. “어린 선수에게 기적을 바라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프로무대에 처음 나선 선수에게 청소년대표팀에서의 ‘슈퍼맨’과 같은 활약을 바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기대다.”

“호∼ 불면 날아갈 것 같다” “아직 대표팀 합류는 이르다”는 등 그동안 박주영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던 본프레레 감독의 마음이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장수 FC서울 감독은 박주영의 포지션에 대해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 두 자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박주영은 청소년팀과 대학에서 또래 선수들과 뛰어왔다”며 ”이제 프로에 입단한 만큼 생각을 바꿔야 하며, 실력으로 주전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영은 아직 몸 컨디션이 100%가 아니어서 당분간 풀타임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 프로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나,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을 어떻게 하루빨리 맞추느냐도 과제로 남겨놨다. FC서울의 미드필드진은 좌우 윙백에 김동진과 이기형, 중앙 미드필더로 히칼도·최원권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과 발이 잘 맞아야 본격 골 사냥에 나설 수 있다.

5월 정규리그·6월 세계청소년대회 본격 가동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해보면, 5월15일 시작되는 정규리그 때나 박주영이 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에게는 6월10일부터 7월2일까지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2005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20살 이하)가 유럽 빅리그 진출을 위한 중요한 시험무대다. 한국팀은 브라질·나이지리아·스위스와 함께 ‘죽음의 F조’에 편성돼 있다. 워낙 강호들이라 자칫 16강에 못 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박주영에게는 세계 최강급 브라질과 맞붙는 게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다면 단번에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다. FC서울 한웅수 단장은 “세계청소년대회 이후 박주영의 해외 이적을 적극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주영이 프로무대에서도 통하는 대스타로 탄생할지, 또 유럽 빅리그 진출의 길을 활짝 열어놓을 수 있을지는 5~6월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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