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때 세탁소에서 일 시작… 총파업 주도하며 브라질 흔들기도
2002년 9월18일 상파울루. 브라질 노동자당(PT) 대통령 후보 룰라(Lula)의 유세장에는 5만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노동자당의 상징물인 ‘붉은 별’을 새긴 깃발이 하늘을 수놓았고, ‘Agora Lula’(이제는 룰라)라고 적힌 피켓이 유세장을 뒤덮었다.
먼저 상파울루 주지사 후보로 나선 제노이노와 노동자당이 배출한 상파울루 시장인 마르타 수프리시가 연설을 했다. 두 사람 모두 폭발적인 호소력을 담은 목소리로 관중을 열광시켰지만, 연설회의 최고조는 룰라의 등장과 함께 이뤄졌다. 룰라의 연설이 시작된 뒤 채 5분이나 지났을까, 유세장 사람들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분노와 희망이 반반쯤 뒤섞인 채 짙은 피부색 위로 흘러내린 ‘어른들’의 눈물은 노동자당 어깨에 지워진 민중의 기대였다.
마이크를 쥔 룰라의 손가락은 네개다. 그는 18살 되던 해, 공장의 프레스 기계에 왼손가락 하나를 잃었다. 그 기계는 동료의 팔 하나를 집어삼킨 기계였다. 12살 때 세탁소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 노동자의 길을 걸어온 룰라는 1969년 공산당원인 형 조세 페레이라 다 실바의 추천으로 상베르나르두 금속노조 임원에 당선되며 노동운동에 본격 투신한다.
78년부터 80년까지 브라질을 뒤흔든 총파업을 이끈 룰라는 80년 노동자당을 창당해 대표에 선출되고, 82년에는 상파울루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결과는 4위. 낮은 득표율에 실망한 룰라는 85년까지 다시 금속연맹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현장활동 강화에 나섰다. 이어 86년 총선에서 브라질 최다득표(65만표)를 기록하며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89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그러나 1차 투표를 거쳐 2차에 오른 룰라는 4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53%를 얻은 콜로르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어 94년과 98년 대선에서는 카르도수 전 대통령에게 당선을 내줬다.
룰라는 부인 마리사 레티시아와 사이에 5명의 자녀를 기르고 있는데, 이 가운데 두 명은 각각 전부인·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룰라는 1945년 10월27일 태어났다. 결선투표일이 바로 그의 생일이다.
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편집차장 keeprun@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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